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신경전이 15일 재개됐다. 파국으로 치닫던 경선 룰 논란이 봉합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박근혜 "이미 세 번 양보…또 받은 것"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과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잘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또 양보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교사들과의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우리는 세 번을 양보했다. (강재섭 대표 중재안의) 3개 항 가운데 1개가 빠지는 것으로 또 바뀐 것을 우리가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 번의 양보'란 우선 그 동안 상대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홍준표 의원이 주도한 혁신위안을 수용한 것과 이 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킨 것, 그리고 경선준비위 논의 속에서 '8월-20만 명'에 합의한 것을 의미한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이를 되풀이하며 "나는 세 번을 양보했다. 뭘 더 양보하라는 말이냐"고 항변해 왔다. 결국 한나라당의 파국을 막은 것은 이명박 전 시장의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자신의 '네 번째 양보'에 있다는 주장인 셈.
이명박 "공부 잘 한다고 끌어내려서야…"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말장난을 서로 할 필요가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충청포럼' 특강 이후 '박 전 대표의 양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말대꾸를 할 필요가 없다. 나는 국민을 향해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했다고 내가 또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은 "저는 어제 한나라당의 승리와 염원에 따라 국민 앞에 결심을 발표했다"면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나라당을 만들고 당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는 모든 것을 버릴 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국에서 계층별, 세대별로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저 사람이 되면 뭔가 만들어 내놓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지율 1위를 드러내 자랑했다.
이 전 시장은 "싸움에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잘 되는 집안은 형제가 싸우다가도 강도가 들어오면 싸움을 멈추는데, 망하는 집은 계속 싸운다"면서 "이번엔 다행히 강도가 들어올 때 싸움을 중지했다"면서 자신의 '양보'를 통해 이번 경선 룰 논란이 봉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경선국면에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증공세'를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이날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일일교사로 나선 자리에서 그는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는가. 전부 싸우지 않느냐. 정치인도 마찬가지"라면서 "서로 비난하고, 전부 끌어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통해 더 잘 하려고 노력을 해야지 남을 끌어내려 자신이 잘 되려고 하면 안 된다"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방해해 내 성적이 좋아지면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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