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숨 돌린 한나라…'산 넘어 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숨 돌린 한나라…'산 넘어 산'

'경선 룰' 여진…'검증국면' 성큼…'구심력'은 취약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룰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일보 양보와 이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수용으로 분당 직전까지 갔던 한나라당은 한 숨을 돌렸다. 정계은퇴의 배수진까지 쳤던 강재섭 대표 체제도 붕괴 직전에 기사회생해 당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대승적 양보"를, 박 전 대표 측은 "원칙의 승리"를 각각 내세우며 서로의 승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거치며 양 진영의 감정의 골은 치유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오는 8월 대선후보 선출일까지 이어질 경선 레이스에서 양측의 충돌은 더욱 전면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선 룰 논란' 끝났나?
  
  여론조사 반영방식에 대한 쟁점이 일단 양 측의 합의로 소멸되면서 경선 룰을 둘러싼 큰 고비는 넘겼다. 이에 따라 15일 상임 전국위와 21일 전국위원회에서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중재안 가운데 전체 경선참여 규모는 23만1000여 명으로 확정됐다. 투표소를 시·군·구로 확대해 설치하기로 하는 등 일반국민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중재안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 하한선 보장 조항을 폐기하는 대신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의 투표율과 연동해 여론조사 인원을 정하는 기존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경선 룰을 둘러싼 세부 사항들은 여전히 조율이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설문 방식, 조사대상 규모, 조사기관 선정 등의 문제를 비롯해 투표소가 시군구로 확대됨에 따라 동원선거, 조직선거를 차단할 해법도 내놔야 한다.
  
  또한 전국위원회가 끝나는 21일 직후 발족될 경선관리위원회는 경선 날짜, 선거인단에 포함될 당원과 대의원의 선출방식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사안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전 시장은 이번 결단으로 쇄신안, 중재안 수용에 이어 세 번째 양보를 한 셈"이라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양보가 아닌 무원칙의 좌초"로 규정하며 "3개항의 중재안 가운데 나머지 2개는 우리가 양보한 것"이라고 밝힌 박근혜 전 대표 측도 호락호락 물러 설 리가 없다. 서로 "모든 것을 다 받아줬다"는 명분으로 세부 쟁점에서 팽팽한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한 경선관리 위원장으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원 인선을 두고는 치열한 신경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젠 후보검증
  
  게다가 경선 룰 논란은 샅바 싸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후임 당직 인선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고, 경선 룰 논란 속에 뒷전에 밀려 있던 후보 검증 문제는 여전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경선 관리위 발족과 비슷한 시기에 대선주자 검증위원회도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검증의 수위와 폭을 놓고 논란의 소지가 크다. 공정한 검증을 주관할 만한 당내 인사가 별로 없고, 검증위원장을 당 밖에서 데려온다고 해도 중립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이 전 시장 측은 중립성을 내세워 검증위 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자는 주장을 펴는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 높은 검증을 주장하는 박 전 대표 측과 시시콜콜한 개인사 뒤지기에 불만을 가진 이 전 시장 측이 검증 강도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당 검증위와는 별개로 양 진영이 직접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살아 있다.
  
  이명박 캠프의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향후 예상되는 검증 국면을 의식한 듯 "주자들 간에도 정책이 아닌 것에 대한 다툼이 있어선 안 된다. 사소한 문제로 국민에게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고 단속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내달부터 시작되는 '정책토론회'는 정책 검증을 명분으로 양측이 공개적으로 치고받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공한 바 있다.
  
  허술한 지도부, 자기사람 심기 가열
  
  또 다른 문제는 강재섭 체제가 경선 관리 능력에 심각한 한계를 갖고 있음을 확인한 점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양 진영에선 강 대표의 중립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
  
  강 대표는 15일 "만일 오늘 상임 전국위원회에서 경선 룰 통과가 안 됐다면 8월 중순 예정된 후보경선 전당대회도 불가능해지는 등 모든 정치 일정이 다 엉망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세 대결이 벌어지고, 심지어 전국위에서 폭력사태 등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했겠는가. 제 정치인생을 다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전날까지 박근혜 캠프 인사들은 강 대표에 대한 여과 없는 배신감을 토로한 것은 물론이고 막판 의원직 사퇴 카드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또한 강 대표를 벼랑 끝에서 구해준 격이 된 이 전 시장 쪽에서도 강 대표가 자신이 내놓은 중재안조차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향후 전면전에 가까운 갈등이 예상되는 경선레이스에서 강 대표가 구심력 있는 지도력을 행사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은 양 캠프를 떠나 당 전반에 확산된 상태다.
  
  후임 주요 당직의 인선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21일 전국위원회에선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양측이 서로 자기사람 심기에 주력할 것이 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