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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의원은 정당 여성부장 취직자리? 저는 다릅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20년 사회복지사, 새내기 구의원으로 나섰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정치에 관심은 많았지만, 내가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인생이란 자기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인 모양이다. 결국 어디 한번 해볼까? 하며 덜컥 뛰어들었다. 마치 뭣 모르고 한 결혼처럼.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고 정당이 공천하다

도봉구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민주적 사회단체들과 정당이 주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 그 예로 2002년 지자체 선거까지는 시민단체 추천 후보가 정당과 협의를 거쳐 도봉구의회에 진출했다.

그러나 2006년 지자체 선거부터 동별 1인을 선출했던 소선거구제도가 2~3개 동을 묶어 2~3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변경되었다. 주요 정당들이 기호 1, 2번으로 등록하였고, 시민단체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까닭에 구의회 입성에 실패해 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일이 더욱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로 정권 심판론이 부상하면서 양당 구도가 강력히 작동했다. 진보정당마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지역 풀뿌리 시민 후보의 당선은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도봉구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2006년부터 구의회 비례대표제도가 생겨났으나 사실 지역구 조직 관리에 기여한 '정당 여성부장의 취직자리'라는 비아냥이 제기되어 왔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도봉구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민단체 추천 후보를 최대한 공천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기존 정당인이 아니었던 내가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되고 당선되었다. 정당이라는 조직에서 기존 공천 관행을 깨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구의원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나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중·고등학생의 엄마가 될 때까지 줄곧 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집에서는 아내이자 며느리, 두 아이의 엄마지만, 밖에서는 20년 차 복지 실천가이다. 

현장 실천 경력이 짧았을 때에는 복지 프로그램 제공하는 일도 벅차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지역사회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되어 있고, 이 망이 잘 연결된다면 상당한 효과가 날 것이라 확신하였다. 도봉시민사회복지네트워크라는 '생태적 복지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면서는 민관이 함께 협력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 주민 자치위원회와 동 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는 그동안 소위 관변이라고 터부시하였던 지자체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역할을 강화할 것인가도 생각하였다. 

특히 여러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도봉구사회복지협의회의 법인화를 추진하였지만, 구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되어 맥이 빠졌던 경험, 서울시 참여 예산 사업으로 어렵게 확보한 예산이 당리당략으로 서울시로 반환될 뻔한 경우를 접하면서 구의원 역할의 중요성도 통감하였다. 만약 내가 구의원이라면….

그러던 중 갑자기 출마 제의를 받았다. 도봉구 시민사회 선배들이 구의원이 되어 복지 의정을 펼쳐보라며 나를 추천한 것이다. 처음엔 고사하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지역에 필요한 일을 누군가 꼭 해내야 한다면 '그래! 부족하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자'며 내 일로 받아들였다.

내가 복지관을 넘어 배운 것들

사회복지사로는 20년 고참이지만 정치로 따지면 새내기이다. 그만큼 마음도 설레고 각오도 새롭다. 지역 시민단체, 정당이 올바른 지방자치와 더 나은 지방의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봉시민사회복지네트워크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지역에서 구, 시민단체의 협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007년에 만들어 얼마 전까지 내가 분과장을 맡았던 통합사례관리체계는 민-관 15개 기관 70여 명의 복지 전문가로 구성된 저소득 주민 위기 지원 시스템으로 성장해, 2013년 서울시복지재단 사례 관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도봉구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이 연대하면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지자체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경험했다. 특히 생태적 복지 공동체를 표방하는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한 13년은 나 스스로에게도 깨우침의 시간이었다. 복지기관, 사회복지사가 단순히 복지서비스 제공자로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를 복지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마을 지향 복지'를 체험하고 배웠다.

사회복지사 새내기 구의원의 각오

이제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고 또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내가 구의회 복지 의정으로 답할 차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촘촘히 정리하고 있다.

지역단체 비례대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역 중견 선배들을 중심으로 의정 멘토단을 구성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예전에 도봉구에서는 '곳간지킴이'라는 활동이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유사한 취지로 자치구의 예산 분석 희망자들이 참여하는 예산 분석 연구 모임도 운영할 생각이다. 인터넷에 의정 활동을 공개하고, 구민이 제안하고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쌍방향 채널로서 '의정 카페'도 운영할 작정이다. 열린 의정 보고회, 현장 및 전문가 간담회 등도 내실 있게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경청과 학습을 통하여 도봉구의 예산 심의 및 업무 집행 감사, 조례 심의 등에서 복지 민생이 알차게 영글도록 일조하고 싶다.

이제 곧 구의원 활동을 시작한다. 지난 20년 복지 현장의 경험을 발판 삼아 지역 주민을 귀히 여기고 사회복지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 일꾼으로 힘차게 달려 보련다. 100미터 출발점에 선 것처럼 가슴이 뛴다.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홈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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