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문창극 비토(veto)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16일 그에 대한 인사 청문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당사자 역시 요지부동이다.
문제는 청문회가 열려도 누군가 따끈한 이슈를 내지 않는 한, 그간 공개된 동영상․칼럼 등 장로와 저널리스트로서의 文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선 안 된다. 일개 판서직도 혹독한 청문 과정을 치르는 게 상례다. 게다가 문(文) 또한 그간 수다한 영의정․판서 후보에 대한 불민함과 거짓 증언을 자신의 기명 칼럼을 통해 난도질해온 터다.
文,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그렇게 낙마한 자가 무릇 기하(幾何)이며, 낙마 후 맘 고생한 이가 또 무릇 기하(幾何)인고! 그러니 저도 부메랑의 끝이 얼마나 날카로운가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더욱이 총리 지명 받자마자 수소폭탄 급 결격사유가 발견된 데다, 그에 대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대거리로 공극산(拱極山-일명 백악산) 밑 왕 언니에게 마음 고생을(실제로 하고 있을까?), ‘게으른 DNA를 지닌 불쌍한 백성’에겐 참을 수 없는 공분을 일으키게 한 ‘문제적 인간’이다. 그러니 백성으로선 그를 좀 더 소상히 파악해야 필요가 있다.
하여, 특정 매체라는 취약성에 한계가 없진 않지만, ‘문제적 인간’ 문창극에 현미경을 갖다 대고 차근차근 살펴보려 한다. 쉽게 말해 <프레시안>을 통한 ‘인터넷 청문회’다.
여기서 제기되는 이슈나 담론은 철저히 실체적 진실에 근거함을 일러둔다. 또 연구 대상으로부터의 어떤 반론이나 이의제기도 수용할 것을 약속한다. (文은 KBS를 비롯해 자신을 흠집 낸 언론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제가 만든 ‘李朝’ 좋아하는 文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창극의 왜곡된 역사관. 솔직히 그의 잇단 망언은 역사 왜곡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무식의 소치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일단 온누리교회 동영상 중 다음 구절을 보자.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당하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요.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우리(조선민족)한테 너희들은 이조 5백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단 하나의 용어에서 그의 무식과 삐뚤어진 역사관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조 500년 동안 허송세월?”
이조(李氏朝鮮의 줄임말)는 일제가 우리의 자긍심을 깔아뭉개기 위해 만든 조어(造語)다. 정확한 표현은 ‘조선왕조’ 또는 ‘조선시대’(끝엔 대한제국 시대)다. 문창극은 고교 평준화 전 경기고와 쌍벽을 이뤘던 서울고(19회)를 나와, 서울대-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수재다. 게다가 박사다. 수재면 뭐하고 박사면 뭐하나? 조선과 이조의 차이도 구별 못하는 ‘청맹(靑盲)과니’인데.
조선 역사 5백년을 운위했으니 또 하나 짚어보자. 창극은 “(하나님께서) 너희는 50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련(일제강점)을 주셨다”고 했다.
500년 존속한 게 허송?
조선이 500년을 허송했다고? 역사상 대부분의 왕조가 100년을 못 버티고 스러져 갔다. BC 359년 필리포스 2세에 의해 창건된 마케도니아를 보자. 그 아들 알렉산드로스가 지구의 절반을 정복, 호령하는가 싶더니 BC 294년 안티파트로스 왕조에 패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케도니아 왕조의 나이, 문창극 나이보다 한살 어린 65세다.
캄보디아 시엠립 숲속에서 발견된 힌두 왕국 앙코르 역사 400년(9~13세기), 남미 페루 꾸스꼬의 전설적 왕국 잉카 역사 300년(13~16세기), 샤 자한 마누라 묘지 타지마할로 유명한 인도 아그라의 무굴제국이 331년(1526∼1857년).
멀리 갈 것 없다. 중국의 최근 몇 왕조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누루하치의 靑(1616~1912), 주원장의 明(1368~1644년), 테무진의 元(1206~1368년), 조광윤의 宋(960~1277년). 주먹구구로 따져 봐도 조선의 역사가 얼마나 유구한 건가를 알 수 있지. 오래 버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민족이, 지도자가 미개했다면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한글, 고궁, 앙부일구, 혼천의, 거북선, 거중기는 일제?
文이 이렇게 반문할 지도 모른다. “가늘고 길게 가면 뭐하냐?”고.
그러니 文은 역사를 云謂할 자격이 없다. 태조가 역성(易姓)혁명을 일으키고 세운 조선은 인류역사에 빛나는 수다한 소산을 남겼다.
먼저 이어령이 과학적이고 세계적인 문자라고 상찬한 한글(<흙 속에 저 바람 속에서>라는 책에선 한글이 쓰기 불편하니 영어처럼 풀어써야 하고, 우리 민족은 문제가 많은 민족이라고 주창했지). 누가 만들었나!
종묘를 비롯해 고궁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계문화유산은 언제 만들어졌지? 지금도 잘 맞는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 가장 정교했던 세계 최초의 천문관측장치 혼천의(渾天儀),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 다산 정약용이 만든 세계 최초의 기중기 거중기(擧重機).
필자는 문보다 조금 쳐지는 중․고교를 나왔지만 이 정도는 아직까지 달달 외우고 있다. 문은 그 실력으로 홍진기가 염불처럼 나불대던 "이 사람아 공부해"(홍진기 평전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도 엄청난 왜곡과 각색으로 점철)로 스러져간 <중앙일보>의 기라성같은 ‘진짜 인재’들을 뒤로 한 채 지금껏 인삼을 씹고 있으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
조선, 수다한 명재상 배출
文이 총리 후보라니 재상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인물 탐구를 해본다. 조선시대엔 총 164명의 영의정이 배출됐다. 그 중엔 ‘문제적 인간’도 없지 않지만,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충신도 적지 않다.
요즘 KBS 대하드라마에도 나오는 개혁가 정도전(태조)을 비롯해. 김종서와 함께 6진4군 개척한 황보인(세종, 단종), 문화융성의 주역 정인지(세조), 청백리 정창손(세조, 예종) 신중하고 후덕한 군자 정광필(중종), 양란(兩亂)의 해결사 윤두수(선조), 덕과 지략의 최고봉 유성룡(선조), 두말이 필요 없는 백사 이항복(선조), 그 친구 한음 이덕형(선조, 광해군), 병자호란 때 실리파 최명길(인조), 대동법 창시자 김육(효종), 한양도성 방어 구축한 문신 이유(숙종), 합동참모본부 격인 삼군부 설치한 국방통 조두순(고종) 등.
매사 명암이 있듯 조선 재상 중엔 문제적 인간도 적지 않다. 청백리로 포장된 두 얼굴의 사나이 황희(세종), 수양대군(단종), 권모술수의 달인 한명회(세조, 예종), 기묘사화 주도 수구파 남곤(중종), 청에 1급 비밀 누설한 반역자 김자점(인조), 임금 머리 꼭대기에 올라선 권신 윤원형(명종), 그리고 을사오적 중 이완용, 박제순(이상 고종).
그러고 보니 을사오적은 ‘하나님이 보내신 사자(使者)'네.
언감생심, 文이 만약 영의정에 오른다면 어떤 류의 인물에 가장 가까울까?
['문제적 인간' 문창극 심층 연구<2>]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문창극 해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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