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적폐(積弊)를 바로 잡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6일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적폐의 일부"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국 교수는 이날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세월호 토크쇼'에 참여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적폐라는 표현을 썼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적폐와 관계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 4단체가 '세월호 대참사를 넘어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한 대안과 실천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연 이번 토크쇼에는 송주명 한신대 정치학과 교수가 사회를 보고,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와 조국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송주명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관해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면 어떤 책임이며, 그 책임은 어떤 방식으로 져야 하나?"라고 질문하자, 조국 교수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를 풀었던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그를 지지한 정치세력, 대통령 자신이 속한 정당"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백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명박 후보와 대선에서 경쟁했을 당시에도 박근혜 후보는 철저한 규제완화 정책을 주장했고,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각종 정책을 주도했다"며 "박 대통령이 적폐의 일부인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갑수 교수는 "항간에 '세월호 사고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 많지 않다"는 말이 떠돈다"며 "하지만 과거의 잘못이어도 현재 일어난 일의 책임은 현 담당자가 진다. 그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원인은 재정 적자, 루이 16세의 실정, 정치세력의 무능 등 다양하지만, 루이 16세가 구체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단두대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구체제의 적폐는 루이 14세 때부터 쌓여왔고, 루이 16세 본인이 다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현 담당자가 무한 책임을 졌다"며 "국가는 하나이고 연속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책임론 vs. 젊은 시절 김대중‧노무현은 달라"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책임론'에 대해서는 두 교수의 의견이 엇갈렸다. 송주 교수는 "김대중 정부도 규제완화,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그 연장선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최갑수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지만,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못지않게 강경했다"며 "그것이 과거 민주당의 한계인만큼, 새정치민주연합 본인들도 세월호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을 보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유권자가 많다"며 "하지만 그러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받아낼 정치세력이 10년 전보다 험악한 상황에 놓이면서, 유권자들의 표가 갈 데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새정치연합에 바라는 것이 있다"며 "특히 사고 초기 1시간 40분 동안 충분히 다 구조할 수 있었는데 못한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 달라. 그것만이 그들 책임의 일부를 보상할 길"이라고 당부했다.
반면에 조국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친노동적인 모습과 반노동, 탈노동적인 모습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예를 들어 1970년대 <대중경제론>이라는 책을 내놓았을 때 김대중과 1997년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김대중은 차이가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의 대표적인 노동인권 변호사였지만, 집권 후에 노동계와 긴장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에 했던 반노동 정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자기반성을 했다"며 "다행이도 그런 것들이 반영돼 지난 선거 시기 민주당은 강령과 정당정책에 친노동적인 내용과 경제민주화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현재의 새정치연합이 두 모습의 김대중, 노무현 가운데 어떤 정신을 계승하려는가 여부"라며 "노동과 생명, 안전, 인권을 중시했던 노무현, 김대중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새정치연합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최갑수 "66년 전보다 후퇴한 적폐 쌓인 참사…'안으로부터의 혁명'해야"
'안으로부터의 혁명'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과거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4.19 혁명으로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꽃이 피었는데, 5.16으로 다시 무너졌고, 이후 대통령 직선제 이상의 개혁을 이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의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는 '이익균점권'을 명시한 제헌헌법을 언급하며 "1948년 제헌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다 우파, 보수적인 분들이었는데도, 그렇게 훌륭한 헌법을 만들었다"며 "그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제가 독립투사를 때려잡으려고 만든 법을 그대로 베껴서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66년 전 제헌헌법의 정치로도 돌아가지 못한, 전망과 민주적 경험이 우리 삶에 근본적인 부분을 바꿔내지 못한 것이 세월호 참사의 근원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하지만 나는 아직 대한민국에 다른 방식의 혁명에 준하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이번 교육감 당선 결과도 그런 맥락과 닿아 있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포함한 국정조사, 자본 통제하는 규제 강화해야"
조국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대안으로 국정조사를 철저히 실시할 것, 국회에서 자본과 기업을 통제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 것, 행정부에서 생명과 안전을 강화하는 점검을 대폭 실시할 것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국정조사가 시작되는데, 누구를 부르고 어디까지 조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조사'에서도 그랬듯이, 세월호 국정조사 범위와 폭을 좁히고 강도를 낮추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 4월 16일 하루 동안 청와대를 포함해 오고간 교신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회는 '권·관·경 복합체'를 깨는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는 규제가 악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에 국정기조를 바꾸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본과 기업을 통제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를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 제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현재 법 제도 아래서도 여러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원전 문제"라며 "법 제도 개선과 동시에 지금 당장 국가와 지자체가 행정적 차원에서 문제 있는 위험 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령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행정 명령을 통해서 고리 원전 작동을 중지한다든가, 생명과 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점검을 실시해 공무원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이러한 점검이 항상적으로 이뤄지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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