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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준, 현대중공업 참사에 책임져야"

현대중공업 하청·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유세 현장 찾아 항의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울산과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30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는 하청 노동자 중대 재해 사고 및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등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자 울산과학대가 속한 울산공업법인 명예 이사장이다.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정 후보를 따라 대학로 유세 현장을 방문했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소속 10명은 유세 장소 건너편에서 '하청도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현대중공업 처벌하라' 등의 작은 현수막을 양손으로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현대중공업에선 최근 두 달 사이 하청 노동자 8명이 업무 중 사고로 사망하며 안전 관리 사각지대와 비인간적 노동 조건으로 필연적으로 부르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관련 기사 : <가만히 있으라…"세월호와 닮은 꼴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주주 150억 배당…하청 8명 사망")

정 후보는 이들의 침묵 시위를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사주에 따른 것인 듯 말해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측에서 저런 일을 했다면 박원순 후보야말로 처벌되고 구속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묻는가 하면 "박원순 후보가 지금 저분들이 와서 오래 서 있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현대중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8시께부터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정 후보의 선거 캠프 건물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회를 마친 이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다. 하창민 지회장은 이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듯, 정몽준 역시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30일 오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김순자 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 등 청소 노동자들도 대학로 유세 현장을 찾았으나 경찰과 수행원들에 가로막혀 1시간가량 오도 가도 못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이들과 함께 정 후보를 찾아 나선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오후 5시께엔 길음시장 유세장에서 후보를 맞닥뜨렸다"며 "김순자 지부장 등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우리의 사정을 아시느냐'고 했지만 후보 측은 '선거 끝나고 얘기합시다', '정치적으로 이렇게 하지 맙시다'라고 말하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울산과학대 청소 노동자들은 올해 3월부터 사측과 임금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돼 현재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기본급 7916원(현행 5210원) △ 정규직인 교직원과의 상여금 차별 해소 △ 식대·교통비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최종 29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서울 여의도 정 후보 선거캠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는 선거에 나서 일자리 재단 설립, 청장년 창업멘토링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일자리와 복지 확대에 힘쓰겠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제집 살림(울산과학대)도 못 챙겨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신음하고 있다. 진심으로 서민 생활을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 후보는 지난 1983년부터 울산과학대와 울산대 운영 법인인 울산공업학교의 이사장직을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 2월 31년간 지켜오던 이사장직을 돌연 내려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신변 정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후보는 사직 이후 명예이사장으로 추대됐으며 제5대 이사장으로는 정정길 전 대통령 실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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