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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하청노동자, 매일 '세월호'에 있다"

[기고] 현대중공업과 경찰, 분향소마저 짓밟는 만행

지난 13일 세월호 희생자와 이름 없이 죽어간 하청 노동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현대중공업의 책임과 사죄를 받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분향소가 차려지자 수십 명의 경비대를 동원해 위협을 가했고 경찰과 구청은 호시탐탐 철거를 준비했다. 급기야 15일 3시경 백주대낮에 구청을 앞세운 경찰은 행정대집행을 핑계 삼아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3월부터 발생한 8명의 하청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촉구하는 비판적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만행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사과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기만적인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 분향소를 설치했던 지난 13일 오후 8시경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에는 수십 명의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모여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창민

"현대중 하청 노동자들은 매일 세월호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 경영 쇄신을 위한 종합 대책으로 3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과 안전 책임자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격시키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며 여론 달래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귀를 있고 추모 공간마저도 짓밟아 버렸다. 뿐만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노동 3권마저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은 언어도단일 뿐이다.

진심은 지난 12일 울산 조선소 내 체육관에서 열린 안전결의대회에서 이재성 대표이사가 한 인사말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이사는 "친애하는 현대중공업 임직원 여러분과 협력업체 대표님들"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여기 어디에도 '하청 노동자'는 없었다.

오로지 알아서 해 줄 테니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라'를 주문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가만히 있으라…"세월호와 닮은 꼴 현대중공업")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재해, 붕괴된 안전시스템...

"가만히 있으라"는 현대중공업의 오만함은 연일 터져 나오는 사고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17일 특수선사업부 하청업체 현일ENG소속 하청 노동자 조 모 씨는 레버풀러(lever puller) 작업 중 체인이 부러지며 오른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를 당했다.

5월 23일에는 9도크 창성ENG 소속 하청 노동자 김 모 씨가 족장을 임의 해체하다 6미터 아래로 추락해 두개골과 경추 1번 등 뼈 일곱 군데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14일에는 의장생산부 정규직 노동자가 오른손 약지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고도 구급차가 아닌 트럭으로 후송되다 발각됐으며 20일에는 비 오는 현장에서 천막을 덮고 작업을 강행하다 정규직 노조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과 사고는 예견된 인재이며, 임시방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안전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해 있다.

▲ 3월 25일, 건조 중이던 드릴쉽 선수 갑판에 설치돼 있던 족장이 무너져 하청 노동자 3명이 20미터 아래 바다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3000억 예산 투입? 하청 노조가 인정돼야"

폭력적인 경찰의 강제 철거와 탄압에도 하청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울산건강권대책위원회는 노숙 농성을 이어가며 17일째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일이다.

연쇄 사고 이후 2주간 실시된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안전감독도 소용없었다. 시작 첫날인 28일부터 고 김병식(39) 노동자가 트랜스포터 차량의 신호수로 일하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어다. 특별안전감독이란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오히려 이 특별 감독 이후 공정 지연을 만회하려는 위험 작업과 혼재 작업이 강행되고 있어 중대 재해를 재촉하고 있다.

우리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수천억 원의 안전 대책 비용도, 안전 관리 책임자 승격도 아니다. 다단계 하도급 금지와 원청 책임성 강화 등 중대 재해 근절을 위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현대중공업의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스스로 위험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이 모든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하청 노조로 단결하고, 분노를 넘는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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