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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3만 촛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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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3만 촛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현장] 세월호 촛불 집회, 경찰과 충돌 115명 연행

"지금부터, 앞으로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하고 하루를 맞은 17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3만 촛불'이 타올랐다.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5.17 범국민 촛불행동'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당초 참가 인원으로 1만 명을 신고했지만,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1만5000명) 넘는 시민들이 운집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열린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같이 성황 속에서 집회가 열렸으나,
청와대로 향하려는 참가자 일부가 경찰과 대치를 벌여 결국 115명이 연행되는 일도 발생했다.

▲17일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잊혀지는 게 두렵다"는 유가족 이야기 참가자들 '눈물'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안산 '엄마'들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의 오혜란 대표다.

"우리는 엄마입니다"라고 운을 뗀 오 씨는 "생사가 오가는 촌각의 시각에도 너무도 무지하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만 했다. 그러다 우리 아이들이 처참하게 수장당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 미개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물이나 흘리는 나약한 엄마가 아니라 행동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분노의 손피켓을 들었다. 그렇게 행동을 시작했다"며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차라리 선동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에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며 침묵 행진 제안글을 처음 올렸던 대학생 용혜인 씨는 "돈이 생명보다 먼저인 사회에서 세월호 사고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죽음이 반복될 거라는 생각했다"며 침묵 행진을 제안 이유를 밝혔다.

용 씨는 지난달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유가족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용 씨는 "유가족 한 분께서 저에게 '제 자식이 죽어서 국민 여러분께 슬픔을 드려 너무 죄송하다'면서, '그래도 잊혀지는 것이 너무 두렵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용 씨의 울먹임에 좌중은 눈물 바다가 됐다. 용 씨는 "저는 세월호 사고를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려 한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손문상)

왜곡 보도, 보도 책임자들의 부적절한 발언 등 언론이 국민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반성하는 언론 노동자의 발언도 뒤이었다.

이경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기레기'들 중에 하나였지만, 이제는 그런 '기레기'들도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며 "침몰하는 KBS와 MBC, 한국 언론의 선원이 되어 국민들을 구조해내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못난 기레기지만 이제 KBS가 제작 거부를 하고 길환영 사장 출근 거부에 들어간다"면서 "국민들과 시청자, 소비자들이 대한민국호의 중심을 잡는 평형수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반성에도, 집회 참가자들의 기자들에 대한 분노는 남아 있었다. 집회 주최 측의 배려로 집회 도중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에 사진 기자들이 단체로 무대 위로 올라가자 일부 참가자들은 "내려와라", "꼴도 보기 싫다"고 고함쳤다.

집회 한쪽에서는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이뤄졌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앞으로 계속 서명운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17일 행진하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청와대 행진 시도한 참가자 120여 명 연행

집회 참가자들은 8시 15분께부터는 청계광장에서 일어나 "박근혜는 책임져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그러나 8시 40분 보신각 인근에서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가 청와대로 향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3차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사법 처리 대상"이라며 연행을 예고하고 채증했다.

한 참가자는 경찰과 대치하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청와대가 정신을 차릴 거냐, 청와대에서 나와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으라"며 절규했다.

▲경찰과 대치를 벌이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프레시안(최형락)

20여분 간 대치한 뒤 9시 경 참가자 다수가 종로 2가 방향으로 선회했고,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각기 흩어졌다. 이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은 안국역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본사 앞에서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고,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은 115여 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연행된 여성 참가자 한 명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은 10시 30분 경 최종 종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종로경찰서 한상훈 수사과장은 오후 11시 50분 경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9시 50분 경 115명이 연행됐으며, 여성 참가자가 병원으로 이동한 사실 등을 밝혔다.

원탁회의는 다음주 주말인 24일에도 범국민촛불행동을 예고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23일부터 양일간 안산에서부터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최형락)
▲보신각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집회 참가자들. ⓒ프레시안 박해진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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