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킨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4일 "그런 사실이 없다. 모든 것은 소설 같은 이야기"면서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국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반성…사퇴하겠다"
장 회장은 이날 '의협 로비파문'을 직접 추궁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3명에게 200만 원씩 매달 600만 원을 쓰고 있다는 발언이나 복지위 소속 한 의원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의사협회에서는 회비와 별도로 회원들이 곗돈을 내듯 3만 원씩 내는 의정회가 있다. 의정회에서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600만 원이고 이는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라면서 "이것에 대해 공금을 횡령했다는 식으로 고소ㆍ고발이 들어와 협회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썼다는 이야기를 사실보다 부풀려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 회장은 "한 의원에게 건넸다는 1000만 원에 대해서도 의협 회원 여러 명이 정상적인 후원금을 나눠 낸 액수가 그 정도라는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증거자료는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발언 때문에 여러 의원님의 명예와 국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면서 "30일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얼굴에 X칠"…"부끄럽지도 않나"
장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장 회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장동익 회장은 의협 회장 이전에 의사인데, 의사선생님이 하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면 국민들은 헷갈리지 않겠나"면서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상임위가 열린 이 순간에도 세비가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몰아쳤다.
전 의원은 "이제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사실을 알리고 무엇이 잘못됐으니 이제는 고치겠다고 말하는 게 도리가 아니냐"면서 "뭔가 임기응변으로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제 밝혀진 발언이 거짓말인지, 오늘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재완 의원은 "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오해를 풀기 위해 밝힌다. 작년 6월 20일 의사인 친구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가 봉투를 주면서 '장 회장이 개인 돈으로 후원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었다"면서 "그래서 나는 '필요 없다'면서 거절을 했다. 그런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 회장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시인했지만 "의원들에게 돈을 주려는 시도가 그 뒤에도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어제 잠을 한 시간도 자지 못해 정신이 없는 상태다. 잘 기억을 못 하겠다"고 에둘러갔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회장님은 저보다 많이 배웠고, 돈도 많고, 인생경험도 많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느냐"면서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 복지위를 모독하고, 뼈 빠지게 일한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을 도둑으로 취급받게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돈을 준 사람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밝히라"고 장 회장을 질타했다.
강기정 의원은 '법안소위 4명만 잡고 있으면 의료법도 폐기할 수 있다'는 장 회장의 녹취록 발언을 언급하며 "그런데 의료법은 통과가 됐다. 4명을 붙잡고 로비를 확실히 하든지…"라며 "그 4명이 당신 말대로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의협회장 사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미 의원들 얼굴에 X칠을 했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나와야지, 지금 농담 따먹기 하러 나왔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는 장 회장이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끝났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행 정치자금법이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 자금을 임직원 명의로 건넸더라도 불법이라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검찰에 수사 의뢰할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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