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참사, 물욕에 눈 어두워 살생"

부처님 오신날 축하 메시지 빌려 두번째 사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처님 오신날 행사 자리를 빌려 두 번째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날인 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 축하메시지를 통해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결국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 법요식 행사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죄송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이번 사안을 '살인'으로 규정한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특별히 올해 봉축법요식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세월호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들께 부처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오랜 세월동안 묵인하고 쌓아왔던 잘못된 관행과 민관 유착, 공직사회의 문제 등을 바로 잡고,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서 바르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자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계속되는 불황,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해 언급한 후 "우리한테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한마음이 돼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온 저력이 있다"며 "(불교가)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에도 다시 한번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정기획·민정·홍보·교육문화 수석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