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엔 기초연금법을 둘러싸고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정부·여당의 기초연금법 수정안을 사실상 수용해 본회의 처리 초읽기에 들어가자, 야당이 "백기투항했다"는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기초공천' 문제에 이어 이번엔 '기초연금' 문제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결국 백기 든 새정치민주연합…정부안 본회의 통과 초읽기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연금 논의를 위해 이제까지 세 차례 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2일 오후에도 3시간 가까이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벌였다.
전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며 지도부의 뜻에 따라줄 것을 촉구했던 두 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정부·여당의 수정안을 상정할 것을 주문했고, 의원들은 격론 끝에 지도부에 기초연금과 관련한 권한을 위임키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정부 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는 물론 국민연금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며 연계를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정부 안의 본회의 상정을 수용한 것이다.
지도부는 당내 반발을 의식해 이날 본회의에 정부·여당의 수정안과 함께 국민연금과의 연계없이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체 수정안을 함께 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했지만, 당내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체 수정안을 상정한다 하더라도 정부 안이 통과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에서 제시한 수정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월 10~20만 원씩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12만여 명에게는 예외적으로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지만, 새정치연합이 자체 수정한 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않고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균등하게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복지와 결별해…의원직 사퇴할 것"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던 일부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이 복지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계신다"라며 "저는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의총이 끝나면 의원직 사직서를 써서 제출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당내 복지 전문가로 꼽히는 김 의원은 "야당이 여당의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 위해 하루 동안 보건복지위원회, 법사위원회, 본회의까지 통과를 시켜주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있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지도부의 '백기 투항'을 성토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사직서를) 수리하셔도 좋고, 제명하셔도 좋다"며 "수리하시면 어디 시골 대학에 가서 복지국가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복지위 의원들이 같은 당 오제세 위원장을 성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회의 초반 "군사 작전도 이렇게 하진 않는다"라며 오 위원장에게 회의 중단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본회의에 기초연금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소집된 전체회의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했고, 정부 수정안의 상정을 주장하던 안철수 대표와 양승조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만이 자리를 지켰다.
안 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떠난 회의 자리에서 "정부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했고, 양승조 최고위원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이 됐을 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법을 반드시 개정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반발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는 기초연금 정부안을 재석 의원 14명 중 새누리당 의원 11명 전원 찬성,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안철수·양승조 의원의 반대로 통과시켰다. 정부의 기초연금 법안은 곧이어 열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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