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소재 인제대학과 청와대가 손을 잡고 '노무현 기념관' '노무현 스쿨'을 추진 중이다"는 보도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무현 스쿨'을 만든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논의해 본 적도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17일,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에 출석한 문 실장은 "인제대에 노무현 기념관을 짓는 문제는 실행될지 모르겠지만, 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김해에 거주할 것으로 알고 인제대쪽에서 기념관을 설치하면 어떠냐는 구상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했고 대통령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권력형 비리' 못 찾으니 아무 사안이나 시비 거나"
또한 문 실장은 "기념관은 결국 지금 단계에서는 초기 구상단계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제안은 인제대에서 먼저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제대 측은 "청와대에서 먼저 이를 제안했다"고 말했었고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던 지난 13일 청와대 관저 만찬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우수한 자질을 갖춘 정치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며 대학원 설립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실장의 주장과는 정반대인 이같은 전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퇴임 후 강의같은 것도 하고 싶다는 말은 여러 차례 했었는데 이를 '노무현 스쿨'로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브리핑도 이날 '대통령 트집잡기 도가 지나치다'는 글을 실어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돈을 모은 것도, 부지를 매입한 것도 아니고 설계도가 나온 것도 아니다"며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적도 없다.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을 하는 것이 비판받아야 할 문제인가?"라고 공박했다.
또한 청와대브리핑은 "한나라당은 '예산 20억 원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 예산이 무슨 명목으로 어디서 나왔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는데 구체적인 계획도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예산을 확보하겠냐'며 "너무 무책임한 정치공세다"고 공박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임기 말 '권력형 비리'를 못 찾으니 아무 사안이나 시비를 거는 모양인데, 대통령 트집 잡기의 도가 지나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전날 윤승용 홍부수석은 "대통령 임기 중에 기념관 건립에 국고가 투입될 일은 없다"면서도 "김대중 도서관은 (기념사업 추진자와 정부가 재원을 공동 분담하는) 매칭펀드로 반반씩 들어갔다"고 밝혀 향후 국고투입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도서관과 기념관 설립에 난항겪는 조지 부시의 사례
한편 이날 청와대브리핑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경험은 국가적 자산이다"며 "대통령기념관은 단순히 개인을 기념하는 '건축물'이 아니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브리핑은 대통령제가 발달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기념관의 예를 들었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브리핑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오는 2009년 1월 퇴임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기념도서관과 연구소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시 대통령 측은 부인 로라 여사의 모교인 텍사스 소재 남감리대학(SMU)에 도서관과 연구소를 설립하려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 대학의 일부 교직원과 성직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라크전을 주도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정치노선과 이념이 대학의 설립 이념과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도서관과 연구소를 유치할 경우 대학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 반대 측의 논리다.
이에 따라 이 대학 교직원협의회는 지난 11일 부시 대통령 측이 추진 중인 연구소가 SMU와 전혀 별개 독립기구임을 명시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고, 도서관 설립 반대 청원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이같은 반대운동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도서관보다는 정치적 성격의 연구소 설립에 좀 더 집중되어있다.
후버 전 대통령의 이름과 이념을 계승한 스탠퍼드 대학 내 후버 연구소가 '보수 이데올로기'를 양산하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부시 연구소'도 네오콘들의 신보수주의, 복음주의 성향의 우파 정치이론을 전파할 우려가 크다는 것.
그런데 청와대 역시 '노무현 기념관'보다는 '노무현 스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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