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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관료 개혁' 말하지 않는 야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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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월호 참사'에 '관료 개혁' 말하지 않는 야당, 왜?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2)] 관료들 손에 '관료 개혁' 맡긴다?


'대한민국호'는 재조직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그리고 사회를 배와 선장으로 곧잘 비유해왔다. 그 비유에서는 항해사와 조타수도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 참사에서 선장은 배를 안전하게 지휘하며 최후까지 지키는 본연의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항해사는 엉터리 항해를 하였으며 조타수는 잘못된 조타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보호해야 할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쳤다. 해경은 그 선원들의 '안전한 도망'을 도우면서 정작 선실의 수많은 승객 구조에는 의지조차 없었고, 보도에 의하면 오히려 승객의 119 구조전화로 출동한 소방헬기들의 구조를 '영역'을 내세워 무산시켰다. 또 '안전' 전문가는 한 명도 없는 '중대본'은 전원 구조라는 어이없는 '중대' 선언만 남긴 채 실종되었다.
'대한민국호'의 선원, 즉 관료는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이 송두리째 기본을 저버렸고 책임을 수행할 의지도 능력도 전혀 없었다. 관료 시스템은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철저히 노후화했다. 폐품 세월호처럼 현재의 관료 시스템은 부분적으로 땜질하는 수준으로 결코 복원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한민국호'는 혁신적으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의 생명도 국가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번 참사에서 현재의 관료 시스템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호'를 맡길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관료 제도의 개혁,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과연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관료 조직은 끈질긴 생명력과 불굴의 자기 확대재생산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더구나 이제까지 관료 개혁은 관료들의 손에 맡겨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온 것이다. 이번 참사도 결국은 관료의 독점적 구조와 이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빚은 참극이었다. 관료 개혁이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힘으로 개혁을 중장기적으로 계속 감시하고 끈질기게 추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주 기고문에서 공무원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적 방안에 대하여 기술한 바 있다.
이제 관료 개혁은 누가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시민사회가 관료 집단을 견제 감시하기엔 역부족이고 국회 역시 무관심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관료 집단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 그리고 지휘 관리자인 장관과 공공기관장에게 그 책임과 과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인치(人治)라고 하면 동양사회를 떠올리게 되고, 반면 서양은 법치로 상징된다. 그런데 일례로 미국의회도서관장의 임기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업무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여 계속 연임한다. 그래서 존 벡크리(John Beckey)가 초대 의회도서관장에 임명된 이래 도서관장의 임기는 평균 15년 정도였다. 특히 허버트 푸트남(Herbert Putnam)은 제8대 관장으로서 무려 40년 동안 재직하였고, 재직 기간 중 의회도서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국회도서관장은 2년 임기로 연임이 없다. 더구나 야당에서 도서관장을 임명하게 함으로써 정당 정치의 외형을 지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외면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경우가 이른바 '인치(人治)'를 넘어서는 좋은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회도서관의 위상이나 역할 수행에 있어 한국 국회도서관은 미국의 의회도서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장은 대부분 2~3년 임기제로 되어 있다. 그러나 2~3년 임기제는 사실상 업무 파악이 겨우 이뤄질 만하면 임기가 종료되거나 레임덕이 발생하는 폐단이 존재하여 대단히 문제가 심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결국 관료들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제도로서 오로지 관료들의 이익에만 봉사한다. 대통령 단임제 역시 근본적으로 관료 조직을 이길 수 없게 만드는 제도이다. 도리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혼선만 더욱 가중시켜왔을 뿐이다.

그러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지금 3선에 성공하여 9년째 총리로 있는데 그 임기 내내 계속 장관직에 있는 인물도 있다. 장관의 임기가 우리 경우처럼 길어봤자 1년인 상황에서 관료 개혁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계약직 성격의 단기 임명' 제도 하에서는 관료를 개혁할 힘이 나올 수 없다. 관료 개혁이란 강력하게 추진할 중심 인물과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최소한 장관직은 책임정치의 측면에서도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해야 한다. 대통령 단임제 역시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관료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중장기적 과제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미국의 경우와 같이 국회에 감사원이 설치되어 관료 조직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의 항상적인 관심과 압력이야말로 관료 개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원천이다.
정치의 요체는 반대에 있지 않고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있다

아니나 다를까 관료 제도에 대한 야당의 개혁 요구는 이번에도 역시 없다. 이제까지 야당에서 공무원 관료 개혁을 제기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관료는 가끔씩은 도움을 청할 우군이거나 아니면 미래에 자신을 도울 집단으로서 전혀 자신들의 투쟁 대상이 아니며, 오직 그 '윗자리'만이 관심사인 것처럼 보인다.

그간 진보진영은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무능한 모습을 무수히 노정시켜왔을 뿐만 아니라 사실 개혁에 관한 한 아무런 의지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뭇 사람들의 평가이다. 진보란 그 사회가 썩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현재 야권이 상당히 많은 곳을 차지한 지역단체장의 경우에서도 개혁 의제를 제기하고 실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모두 오십보백보, 그저 보수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관료 개혁에 관심과 의지가 없는 야권의 이러한 경향은 좋게 해석하면 무능과 오해이고, 사실에 가깝게 얘기하자면 기득권집단으로서의 모습이다. 진보진영의 학계나 언론 역시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야당이 내세우는 갑을 논쟁이란 슈퍼마켓과 구멍가게의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관료와 국민이야말로 갑과 을의 대표적인 관계에 속한다. 예를 들어 동학농민혁명이 고부 관리들의 수탈에서 왔듯이, 관료와 민중의 관계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적나라한 갑과 을의 관계였다. '관(官)'의 문제야말로 이른바 '생활 정치'의 요체이다. 이번 참사에서 명백히 드러났듯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이 땅의 공복들은 감시와 견제의 완전한 부재 속에서 본연의 임무는 방기한 채 무사안일과 조직불리기만 앞세우고 있다. 이제 이들 관료 제도의 혁파 없이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가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진영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정치는 한마디로 서비스 경쟁이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를 누가 더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느냐의 승부인 것이다. 즉, 좋은 상품으로 좋은 서비스로 고객에게 경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게를 열었는데, 옆집 가게만 비난하고 반대한다고 해서 내 가게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정신으로 내가 모든 힘을 다하고 성실하게 노력하여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로 손님을 모셔야 비로소 내 가게가 성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치 역시 상대방 비난만 하고 반대만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승패의 관건은 어떠한 정책과 서비스로 국민을 모시느냐에 달려 있다.
반대만 하는 야당, 대중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대안의 결여, 그것은 무능이자 죄악이다. 항상 반사이득만을 노리고 표계산과 정치공학적 유불리의 주판알을 튀기는 사고방식을 하루바삐 벗어나 자기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국민을 상대로 하여 자기의 상품과 서비스로 성실하게 승부해야 한다.
비록 그것은 좀 모자라 보이고 우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 길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며 정도(正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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