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일 간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안보조약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이 조약에 따라 일본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미·일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도쿄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일본은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5조에 적용된다는 점을 밝혀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중국은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을 받는다는데 결연히 반대한다는 엄중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소위 미일 안보조약은 냉전시기의 산물로서 그것은 제3자를 겨냥할 수 없고 중국의 영토주권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친 대변인은 이어 “다른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댜오위다오가 중국 고유의 영토에 속해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하려는 결심과 의지를 흔들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도 앞서 지난 23일 오바마 대통령이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센카쿠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아베가 오바마의 면전에서 아첨하고 아양떠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는 원색적인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은 미국의 정치적 내연녀일 뿐”이라며 “미국이 일본을 때때로 다독거릴 수는 있겠지만 마음을 터놓는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대상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막판까지 조율이 되지 않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은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양측은 각료급에서 협상을 계속 진행해 조기에 타결한다는 방침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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