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했던 대로 청와대가 국민연금법개정안 처리 이후로 유시민 장관의 사의 수리여부를 유보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9일 "유 장관이 국민연금법개정안, 의료법 개정, 한미FTA 후속조치로 제약산업 보완책 등 중요한 과제와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전념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이후에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기자실 찾아 '유시민 브리핑' 나선 문재인 실장
지난 6일 청와대 비공개 만찬에서 유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 표명을 한 후 갖가지 보도가 쏟아지자 문 실장은 이날 직접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문 실장은 "별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내가 대통령의 말씀을 직접 들어서 그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자실로) 내려온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개별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문 실장은 "유시민 장관의 사의 표명은 충정과 의지의 표현이고 다른 뜻은 없다고 본다"며 "유 장관의 사의표명이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국민들과 정치권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국회와 정당이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의 수용 유보 이유에 대해 문 비서실장은 "보건복지부로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과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제약산업이 FTA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그 영향을 꼼꼼히 분석하고 완벽히 보완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실장은 "중요한 과제와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전념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이후에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 실장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국회나 각 정당등과 교섭하고 논의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문 실장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한 주무부서로서 여러 일을 하게 될 것이지만, 국회와 정당 간 교섭이 필요하다"며 "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처지에서 애로가 있다면 총리께서 직접 나서 교섭하고 주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 장관의 개인적 문제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의를 표명해서 수용여부를 기다린다는 상황이나 처지가 국민연금법 개혁 추진의 동력을 약화시킬까 우려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실장은 "중요한 과제나 현안들이 마무리될 때까지 전념해달라는 뜻 인만큼 그 이후에 수용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노 대통령 생각"이라며 "지금은 그 시기가 언제까지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가 그간 수차례 걸쳐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장관의 거취 문제는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그 원칙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며 "유 장관 외에 사의를 표명한 장관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정=유시민' 공식 형성
결국 유 장관은 국민연금개정안이 가닥이 잡힌 이후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뜻은 연금개정에 대한 의지와 유 장관에 대한 배려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유 장관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것.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고, 한덕수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등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연금개정안 무산에 대해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정치권을 공격하고 여론도 좋지 않은 형편이라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무작정 반대하고 나서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정안 무산 이후 유 장관의 사의-유보 등 최근 사태 진전은 '한미FTA=노무현'이라는 등식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개정=유시민'이라는 공식이 형성됐다. 국민연금개정안이 통과되든, 아니면 끝내 무산된다 할지라도 여의도 복귀를 앞둔 유 장관은 든든한 자산 하나를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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