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부결 후폭풍에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각 4월 임시국회 회기 처리를 목표로 이번 주 내에 국민연금법 재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을, 한나라당은 '덜 내고 덜 받는' 방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유시민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까지 뒤엉켜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는 4월 국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양당은 9일 국민연금법 부결 책임과 유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가시 돋힌 설전을 벌이며 충돌을 예고했다.
한나라 "유시민 사표정치"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시민 장관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유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청와대에선 아직도 (수리 여부를) 결정 안했다"면서 "국민연금법을 가지고 다른 장난을 치기 위한 사표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유 장관의 사의 표명이 국회에 대한 또 다른 압박이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대통령도 탈당했는데 당원 장관이 아직까지 국무회의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이 정부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유 장관은 오늘 당장 사퇴하든지 아니면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유 장관의 책임은 장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국민연금법 부결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 장관은 마치 자신만 국가재정을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부안이 통과되더라도 하루 650억 원의 잠재부채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뺀 협박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선전선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강재섭 대표도 "여권은 적반하장처럼 국민연금 개혁 무산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여권의 방안은 매일 매일 쌓이는 빚을 조금 줄이고 고갈시기를 연기하는 데 불과한데 마치 엄청난 개혁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에 따라 "국민연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려면 한나라당의 원안처럼 덜 받고 덜 내는 완전 비례연금과 기초연금으로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빚이 없어지고 고갈도 막을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 방안이 수용되면 기초노령 연금은 폐기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 개혁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기만 고집할 경우엔 오히려 개악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민노당과의 공동발의안을 중심으로 다시 국민연금법 재개정안을 4월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한나라당이 노인들 가슴에 못을 박아"
반면 열린우리당은 개정안 부결의 책임을 한나라당 탓으로 돌렸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기초노령연금법의 거부권 검토와 관련해 "3월 국회가 국민들이 노인 대다수에게 못을 박는 일을 했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의 대표라고 행세하고 다니는 의원들은 자성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장 원내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은 본인들이 많은 노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정당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어 탈당파들의 표결 보이코트로 국민연금법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우리당이 분열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현상이 나왔을까 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 등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는 눈치였다.
원혜영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의 부채를 줄이기는커녕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리게 됐다"면서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시켜 재정을 더욱 부실화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혹 떼려다 하나 더 붙였다"고 주장했다.
원 위원은 특히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그 도가 지나쳐도 너무 크게 지나쳤다. 미래세대의 문제를 대선 전략과 연계시켰다"며 "후손들의 세금을 갈취해 생명을 연장한 부끄러운 정치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홍재형 최고위원은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기초노령연금법과 관련해 "거부권 행사는 재고돼야 한다. 그대로 공포해 시행하면 그에 맞춰서 국민연금법을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시민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장관에 대한 임명과 평가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고 업무평가도 국회나 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그에 대해선 우리당은 의견이 없다"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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