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림과 행정 등을 책임질 각 지역의 주민 대표들을 뽑는 전국 동시 지방자치선거가 벌써 6번째다. 광역시·도 단체장, 기초 자치 단체장, 그리고 그에 각각 상응하는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날이 50일도 안 남았다.
선거 60일을 전후해서는, 지방선거 출마자를 정당에서 공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큰 홍역을 치렀다. 지방선거 출마자를 정당이 공천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것은 정치 개혁도 아니고, 정당을 통한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에도 위배된다. 물론 어느 정당이 '우리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다. 다만 그 자유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이고 유익한 결과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누구에게나 자유가 보장되지만, 정치인과 정당에는 그 자유의 결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던 그 일은 이제 끝났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종전과 같은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으로 지방선거를 채울 것인가이다.
나는 중앙정부 또는 중앙 정치 이슈가 지방선거 쟁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심판'을 하기 위해 투표하자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방선거인데 '중앙 정치 이슈'로 덮어버리는 게 맞는가.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진행되는 선거이기에 유권자들의 일반적 성향이 '정부 심판'으로 기울어질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심판'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지만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책임질 사람들을 뽑는 선거다. 지역 주민의 삶에 국회와 중앙행정부의 정책과 입법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지역 주민'인 동시에 국가정책의 영향권하에 있는 '국민'이니까. 게다가 지방자치제가 시행 중이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반쪽짜리 수준도 안 된다고 평가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 대표들이 지역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둘러싼 '백화제방'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왔다. 다행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다', '우리 지역의 버스 운영은 이렇게 바꾸겠다'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그치면 안 된다. 더 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 기관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펼치는 후보들도 많이 나와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에서 무엇인가를 배운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히트 상품'이었지만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른 서울의 뉴타운 개발 정책을 대체할 지역 주민 친화적인 지역개발 정책을 내놓는 후보들이 많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음이 선언되는 것이다. 2010년에는 지역별 무상 급식 정책이 선거의 화두였다. 지역별로 적용되는 정책이면서도 전국 공동으로 적용 가능한 정책이었기에 전국적 이슈였다. 화두는 말 그대로 하나 또는 많아야 두세 개에 그치지만, 지역별로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화두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얼마 전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구성원인 참여연대도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지방을 살리는 12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12가지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한 종류는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6가지다. 다른 종류는 맑고 투명한 지방행정을 위한 정책 6가지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방선거의 의제를 철저히 지역 주민과 지역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관점을 유지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직간접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해당 지역 주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나 위탁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도 대부분 해당 지역에 근거를 둔 업체이거나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고용된 업체다. 지역 주민의 임금 소득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지역 주민 대표들의 기본 책임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생활임금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직간접 고용한 노동자들 임금 산정이나 관급 공사나 위탁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 선정 때 적용하는 정책은 너무나 지방선거의 취지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지역 주민 대표들의 책임이다. 지역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 중소상인들을 살리는 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주민 생활 안정에 기여한다. 대형 유통업체는 취급하지 못하고 지역 중소상인들이 팔 수 있는 영역을 인정하는 '상생 품목 지정'은 힘든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틔울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행 중인 '온누리 상품권'을 확대해,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일반 지역 중소 상점을 이용할 때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 정책을 지역별로 시행해보자. 지역 주민들이 소비하는 돈이 지역 바깥, 특히 서울로 몰리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되고 이것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아이디어는 더 많을 수 있다. 물론 대형 개발 공사 한두 가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것들이 지역 주민 대표들의 책임이고 그것이 지방선거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두 기억하자는 것이다.
부조리와 부패가 많이 발생하는 지방행정 또는 지방 정치의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까도 지방선거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부패한 행정과 불투명한 지방 정치는 그 자체로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부패를 조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자체 감사 기구는 대개 단체장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독립성이 없는 감사 기구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단체장이 사장이나 이사장 같은 임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지방공기업, 지자체 출연 기관들이 많다. 반면 인사권을 시민들이 견제하는 수단은 없다. 겨우 지방공기업법에 임원추천위원회 규정이 있다지만 현실에서는 무력하다고 한다. 또한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어떤 표결을 하더라도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알 길이 없다. 찬반 종합 수치만 나올 뿐, 지방의원별 표결 내용을 기록하지도 공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불투명하고 부패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고치는 것이 지방자치의 발전과 지역 주민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의가 지방선거에서 꽃피워야 한다.
지방선거는 정책과 공약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더 지역 밀착형 정책 선거가 되는 게 옳다. 중앙정부를 심판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더라도 지역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 주민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는 중앙 정치 무대와 마찬가지로 대립되는 이념과 가치의 경쟁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선거 60일을 전후해서는, 지방선거 출마자를 정당에서 공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큰 홍역을 치렀다. 지방선거 출마자를 정당이 공천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것은 정치 개혁도 아니고, 정당을 통한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에도 위배된다. 물론 어느 정당이 '우리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다. 다만 그 자유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이고 유익한 결과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누구에게나 자유가 보장되지만, 정치인과 정당에는 그 자유의 결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던 그 일은 이제 끝났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종전과 같은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으로 지방선거를 채울 것인가이다.
나는 중앙정부 또는 중앙 정치 이슈가 지방선거 쟁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심판'을 하기 위해 투표하자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방선거인데 '중앙 정치 이슈'로 덮어버리는 게 맞는가.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진행되는 선거이기에 유권자들의 일반적 성향이 '정부 심판'으로 기울어질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심판'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지만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책임질 사람들을 뽑는 선거다. 지역 주민의 삶에 국회와 중앙행정부의 정책과 입법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지역 주민'인 동시에 국가정책의 영향권하에 있는 '국민'이니까. 게다가 지방자치제가 시행 중이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반쪽짜리 수준도 안 된다고 평가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 대표들이 지역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둘러싼 '백화제방'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왔다. 다행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다', '우리 지역의 버스 운영은 이렇게 바꾸겠다'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그치면 안 된다. 더 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 기관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펼치는 후보들도 많이 나와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에서 무엇인가를 배운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히트 상품'이었지만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른 서울의 뉴타운 개발 정책을 대체할 지역 주민 친화적인 지역개발 정책을 내놓는 후보들이 많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음이 선언되는 것이다. 2010년에는 지역별 무상 급식 정책이 선거의 화두였다. 지역별로 적용되는 정책이면서도 전국 공동으로 적용 가능한 정책이었기에 전국적 이슈였다. 화두는 말 그대로 하나 또는 많아야 두세 개에 그치지만, 지역별로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화두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얼마 전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구성원인 참여연대도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지방을 살리는 12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12가지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한 종류는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6가지다. 다른 종류는 맑고 투명한 지방행정을 위한 정책 6가지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방선거의 의제를 철저히 지역 주민과 지역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관점을 유지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직간접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해당 지역 주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나 위탁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도 대부분 해당 지역에 근거를 둔 업체이거나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고용된 업체다. 지역 주민의 임금 소득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지역 주민 대표들의 기본 책임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생활임금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직간접 고용한 노동자들 임금 산정이나 관급 공사나 위탁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 선정 때 적용하는 정책은 너무나 지방선거의 취지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지역 주민 대표들의 책임이다. 지역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 중소상인들을 살리는 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주민 생활 안정에 기여한다. 대형 유통업체는 취급하지 못하고 지역 중소상인들이 팔 수 있는 영역을 인정하는 '상생 품목 지정'은 힘든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틔울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행 중인 '온누리 상품권'을 확대해,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일반 지역 중소 상점을 이용할 때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 정책을 지역별로 시행해보자. 지역 주민들이 소비하는 돈이 지역 바깥, 특히 서울로 몰리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되고 이것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아이디어는 더 많을 수 있다. 물론 대형 개발 공사 한두 가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것들이 지역 주민 대표들의 책임이고 그것이 지방선거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두 기억하자는 것이다.
부조리와 부패가 많이 발생하는 지방행정 또는 지방 정치의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까도 지방선거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부패한 행정과 불투명한 지방 정치는 그 자체로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부패를 조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자체 감사 기구는 대개 단체장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독립성이 없는 감사 기구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단체장이 사장이나 이사장 같은 임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지방공기업, 지자체 출연 기관들이 많다. 반면 인사권을 시민들이 견제하는 수단은 없다. 겨우 지방공기업법에 임원추천위원회 규정이 있다지만 현실에서는 무력하다고 한다. 또한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어떤 표결을 하더라도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알 길이 없다. 찬반 종합 수치만 나올 뿐, 지방의원별 표결 내용을 기록하지도 공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불투명하고 부패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고치는 것이 지방자치의 발전과 지역 주민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의가 지방선거에서 꽃피워야 한다.
지방선거는 정책과 공약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더 지역 밀착형 정책 선거가 되는 게 옳다. 중앙정부를 심판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더라도 지역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 주민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는 중앙 정치 무대와 마찬가지로 대립되는 이념과 가치의 경쟁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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