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미군의 철수로 정국 불안 가능성이 거론되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5일(현지 시간) 중국이 아프간 사태의 정치적 화해와 평화 재건을 위해 오는 8월 이스탄불에서 아프간, 파키스탄, 터키 등이 참여하는 관련 당사국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해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전통 우방' 파키스탄과 대화에 나서 양국이 손잡고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모양새를 갖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아프간 문제 공조는 중국 서부 국경지대에서의 안보 태세를 확립하는 이외에 역시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남아시아 맹주 인도를 공동으로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1월 베이징에서 러시아, 인도와 함께 3국간 '아프간 문제 협상 회의'를 개최해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안보 협력체 틀 구축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들은 미국의 아프간 철수에 대비하는 준비 단계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22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 현지 지도자들을 만난 뒤 "아프간 평화와 안정은 중국 서부의 안보는 물론 지역 전체의 안정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는 "중국이 아프간 평화 정착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프간 사태에 개입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또 중국은 최근 들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회담' 주선,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 주장 등을 통해 '중동평화 구축' 노력을 보이면서 기존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외교 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징 당국이 '내정 불간섭'의 외교 원칙을 버리고 아프간 사태에 개입하려는 것은 서부 국경지역의 안보 우려가 첫 번째 이유이다. 아프간에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지난 1990년대의 내전이 재발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프간에 내전이 재발하면 이곳과 국경을 맞댄 '중국의 화약고'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현지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테러 발생 등 분리ㆍ독립 움직임이 거세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위구르족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들이 아프간 및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탈레반과 연계하고 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의 아프간 문제 개입 결단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은 아프간 유전 개발을 위해 7억 달러를 들여 탐사를 진행중이며, 구리 광산 개발에 30억 달러 투입을 결정했다.
중국은 '대국의 무덤'인 아프간 사태에 개입을 결정했지만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고 다자간 안보 협의체 틀을 구축해 아프간 문제 해결에 나설 복안이라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관측했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아프간 문제를 인접국들로 구성된 상하이협력기구(SOC)를 통해 해결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도 SOC의 옵서버 국이다.
파키스탄 상원의원 겸 파키스탄-중국연구소 소장인 무샤히드 후사인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아프간에 인접한 대국인데다 이프간에서 군사적 작전을 펼친 적이 없고 투자도 많아 아프간에서 이미지가 좋다면서 아프간 과도기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의 개입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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