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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덫'에 빠져든 새정치…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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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덫'에 빠져든 새정치…정신 차려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안, 2028년 가입자부터 20만 원 아무도 못 받아

기초연금 협상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가 위험하다. 교섭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착시 늪'에 빠져들고 있다. 협상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교섭 카드의 상대적 우위에만 집착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타고 있는 배가 다른 곳에 가버린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착시 늪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연금 연계 프레임에 빠지다
지난주 새정치민주연합이 느닷없이 '국민연금액 연계 기초연금안'을 꺼냈다. 정부 기초연금안의 취약점 중 하나가 저소득계층이면서도 장기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이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새누리당도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런 약점을 비판하며 또 하나의 '국민연금 연계안'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는 정부안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면서 말이다. 상대방을 이기려다 상대방이 쳐 놓은 덫에 빠진 것이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연금 협상에서 보여준 노력을 잘 안다.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이 지경에 이르니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연금 협상에서 전략적 원칙을 가지고나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절대 국민연금 연계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난 2010년 이후 보편 복지 담론을 만들어 냈다고 자랑하지 않았는가? 보편적으로 기초연금을 제공해야 상위계층에게 세금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주에 지도부 협상이 열릴 듯하다. 기초연금은 고령화시대 대한민국 노인 복지를 틀 지우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른 나라에선 10년 이상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역사적인' 협상에 나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게 묻는다.

▲ 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물어라, 애초부터 차등 지급이었느냐고?
첫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박근혜 후보가 기초연금 공약을 허위로 발표해 국민을 속인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박근혜 정부가 모든 어르신에게 20만 원을 드리려 했는데 당선 이후 세수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하는 게 아니다. 선거 이전부터 준비한 실제 내용이 바로 지금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다.
이러한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약집과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최종 공약집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운영'이라는 문구로 포장되어 있고, 공약집 재정 소요 자료에도 명확히 담겨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공약을 만들었던 안종범 국회의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모두 인정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선거 운동에서는 '모두에게 20만 원을 드린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번 주 새누리당 지도부와 기초연금 협상을 위해 만난다면, 이를 질문해 달라. 애초부터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었냐고? 왜 선거 때는 실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느냐고?
법안은 사실상 물가 연동, 국민 홍보는 A값 연동
둘째, 정부의 기초연금법 제정안에는 정부 설명과 다른 심각한 '문구 사기'가 존재한다. 또 하나의 허위 사실 공표이다. 지금 정부가 기초연금을 홍보하는 내용과 다르게 법조문에 담겨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5%로 산정된다. 현재 A값이 200만 원이므로 기초노령연금이 10만 원이고 이후 10%로 바뀌면 20만 원이 된다. 박근혜 후보 공약집 어디에도 20만 원이라는 단어는 없다. 오직 "A값의 10%"로만 표시되어 있다. 당연한 일이다. A값은 가입자의 소득이 오를수록 커지므로 A값 대비 비율로 정해 놓아야 기초연금액도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정부 법안에는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적힌 A값 기준이 없다. 대신 물가와 연동하다가 5년 주기로 '노인 생활수준, A값,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바뀌어 있다. 법안 문구를 엄격히 따르면, 기초연금이 매년 물가와 연동되어 왔기에 5년째 해라고 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정부 법안은 매년 물가만큼 오르다 5년마다 미세 조정을 거쳐 다시 물가가 반영되는 '사실상' 물가 연동 방식에 다름 아니다.
이는 향후 기초연금액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물가는 A값에 비해 천천히 오르므로, 완전 물가 연동으로 가정하면 향후 기초연금은 22년 후인 2036년에 A값 5%로 작아진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에 명시된 A값의 10%와 완전히 내용이 달라진다.

▲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소득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반면, 정부안은 물가에 연동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안대로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바꾸면 급여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2022년에는 급여가 역전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더 심각한 일은 정부가 기초연금안을 설명하면서 모든 수치를 A값 연동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는 야당안에 비해 정부안이 미래 재정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실상 정부 발표를 보면 두 방안의 재정 수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2040년 정부안은 99.8조 원,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111.6조 원). 법안 내용과 달리 A값과 연동해 기초연금을 계산하고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왜 사실상 물가 연동으로 법안을 제출하고서도 A값 연동으로 계산해 홍보하는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기초연금 감액을 작게 포장하기 위함이다. 법안대로 사실상 물가와 연동되면 2028년 가입자부터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는 노인은 아무도 없게 된다. 내 계산에 따르면, 10년 가입자는 19만 원, 11년 가입자는 17만 원을 받고, 15년 이상 가입자는 모두 1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는 A값 연동으로 계산해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5년까지는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홍보는 거짓이다. 이러한 수치가 제시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이 A값과 연동돼야 한다. 그러나 법안 어디에도 A값 연동은 없다.
협상에 나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게 묻는다. 향후 기초연금액 산정에서 국민연금 연계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물가 연동이다. 물가 연동 문구가 슬그머니 법안에 들어가 있는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정부에 요구하라. 공약집에 나온 대로 "A값의 10%"로 정정하라고!

▲ 정부 기초연금안이 통과되면, 2036년에는 5%로 반 토막이 난다. 20~40대 세대에게 불리한 제도다. ⓒ프레시안(최형락)

국민연금 연계, 미래 국민연금 개혁 봉쇄한다
셋째, 지난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액 연계안'을 꺼내 놓았다. 충격적인 후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는 정부안과 오십보백보 족보에 속한 방안이다. 애초 국민연금 연계는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은 어디에 갔는가?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이미 국민연금 수령액에서 미가입자에 비해 혜택을 보고 있으니 일부 감액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진단은 일리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이미 연금 제도 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해법은 맞지 않다. 향후 연금 미래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지난주 내가 <경향신문> 칼럼에 쓴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관철되면 국민연금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연금에서 감액당했으므로, 즉 국민연금으로 인해 기초연금액이 줄었으므로 향후 국민연금 개혁에 동참할 이유가 약해진다. 국민연금 논의가 사실상 봉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 중심 체제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후세대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 문제는 국민연금 내부 개혁을 통해 풀어야지 기초연금을 깎을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서 출구를 찾으려고 애꿎게 국민연금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도대체 더 어려운 국민연금 재정 과제는 어찌하려 하는가? 국정 운영자에게서 미래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연금 정책에서 근시안만큼 위험한 건 없다." (<경향신문> 정동칼럼 "기초연금 협상, 야당은 당당하라" 2014. 4. 9).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우선 지급, 이게 민생 정치이고 새 정치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부터 국민들이 기초연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기초연금 허위 사실 공표가 낳은 결과이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안으로 쏠려가다니 급기야 한 몸체가 되기 직전에 이른 듯하다. 새 정치가 고작 이런 것인가?
노후연금은 현세대와 후세대의 책임 몫을 정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될 수 없다. 14일 종묘공원에선 노년유니온,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노인, 복지단체들이 만민공동회를 열고 기초연금 중재안을 발표한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7월 20만 원 지급이 요청된다면, 우선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개정해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면 된다. 이와 함께 향후 국회에 연금특위를 구성해 기초연금 방안을 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라. 수치 하나만 개정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일이다. 기초연금 20만원을 고대하는 모든 노인을 만족시키면서 말이다.
대한민국 기초연금 역사에서 분수령이 될 한 주가 시작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제 정부 기초연금안을 잊어라. 7월 지급 방안으로는 이미 수명이 다된 문서일 뿐이다. 대신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개정해 7월부터 20만 원씩 드리자고 모든 지방선거 후보들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서 외쳐라. 이게 민생 정치다. 새 정치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 바로 가기 : http://mywelfare.or.kr/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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