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통합'을 가능하게 했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에 대해 근본적 수준의 재고가 이뤄지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 무공천 입장 유지 여부를 당원투표 및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를 통해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안 공동대표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의) 대선공약 약속 파기로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 선거에서 여야가 2개의 규칙으로 경쟁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정치적 현실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이어 "그 불공정의 정도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차원이 아니라 고속도로와 가시밭길 달리기에 견줄 만한 형국"이라며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으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 잘못된 정치 현실"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눈앞의 선거를 두고 무한정 논란만 계속할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기초공천 폐지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한길 대표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 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국민과의 (공천 폐지) 약속을 지켜 정치의 기본을 바로세우고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제 원칙과 소신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민과 당원동지들의 뜻을 물어 그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인 결론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설사 그 결과가 제 생각과 달라도, 제 소신과 원칙이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동대표 기자회견에 이어 당 전략홍보본부장-전략기획위원장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의 구체적 비중 등은 관리위원회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역선택 방지를 위해 새누리당 지지층의 의견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조사 설계를 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당원 투표는 지난해 당론결정 당시 사용했던 방식 중 신속성이 장점인 휴대전화 ARS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날 중 관리위원장 인사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창당 정신 훼손 아니냐', '같은 사안을 2번 당원투표 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최재천 본부장은 "정치적 '사정변경'이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면서 "현실과 우리 당이 견지해 온 원칙 사이의 불일치를 확정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상 김한길·안철수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직자들은 "확대 해석은 말아 달라"고 적극 손을 내저었다. 최원식 위원장은 "국민 정서는 안철수·김한길 대표의 무공천을 지지하다가 선거라는 상황 때문에 이론(異論)이 갈리는 것이다. 원론을 부정하는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재)신임을 걸어서 난국을 수습할수 없다. 그게 오히려 책임정치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이날 읽은 공동대표 기자회견문에는 "창당 정신이고 정치의 기본을 바로세우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에 대해 국민과 당원동지들께서는 선거의 유불리 차원을 떠나 흔쾌히 지지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새정치연합의 진정성과 참뜻을 살펴 달라", "정당공천의 폐해를 혁신해 정치를 개혁하고 기득권 정치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아 달라"는 등 무공천 방침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될 문구가 다수 있다.
안 대표는 "정치를 바꿔보려는 진정성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한다"면서 "국민과 당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앞서 "2개의 규칙으로 경쟁하는 사태", "고속도로와 가시밭길 달리기에 견줄 만한 형국"이라는 표현에서는 또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고는 여당과의 일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도 들어 있다.
한편 당원투표 및 여론조사 결과가 만약 공천을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실제 기초단체장 및 의원 공천 방식 등을 놓고 '지분' 논란 등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재천 본부장은 '공천을 할 경우의 대책이 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결정된 이후 정리될 문제"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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