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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규제완화' 상징 푸드트럭, 지방선거 악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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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규제완화' 상징 푸드트럭, 지방선거 악재 되나

[정책쟁점 일문일답] 공급과잉 호텔업에 '규제완화'라니…

1. 지난달 20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생중계했습니다. 그러나 ‘속도전 방식’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졸속적인 규제완화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용 음식판매자동차, 일명 ‘푸드트럭’입니다. 정부는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완화한다고 합니까?
⇨ 정부는 식품위생법과 자동차관리법의 하위규정을 고쳐서 최소 화물 적재공간(0.5㎡)을 확보한 경우 일반 화물자동차를 푸드트럭으로 구조변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놀이동산 등 유원시설에 한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를 한 경우 영업을 허용한다는 겁니다.
 
2. 영업이 가능한 지역을 유원시설로 한정한 이유가 뭡니까?
⇨ 정부는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푸드트럭을 규제완화의 대표 상품으로 부각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6.4 지방선거의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영업 가능 지역을 유원시설로 한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3. 푸드트럭이 6.4 지방선거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근거가 있나요?
⇨ 푸드트럭이 광범하게 허용되면 음식점 영업을 하기 위해 시설비 엄청나게 투자하고 권리금 엄청나게 지불하고 또 임대료 엄청나게 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푸드트럭은 핵폭탄과 같은 것입니다. 전국의 음식점 종사자들이 똘똘 뭉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항할 경우 푸드트럭이 6.4 지방선거의 큰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4. 노점상들에게도 푸드트럭이 달갑지 않겠지요?
⇨ 합법노점상이든 불법노점상이든 푸드트럭은 매우 불쾌하고 두려운 존재일 것입니다.
 
5.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푸드트럭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일부 경제관료들과 관변 학자들은 선진국의 것이라면 독약도 기꺼이 들이키는 ‘극단적인 사대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선진국의 어떤 정책이든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선별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8%에 달합니다. 반면 미국은 7%에 불과합니다. 양국 간의 자영업자 비중에 있어서 4배 차이가 납니다. 정책전문가라면 이와 같은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6. 미국과 같이 자영업자 비중이 7%에 불과한 나라에서는 푸드트럭이 확산된다 하더라도 영세자영업자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과열경쟁, 출혈경쟁에 심각하게 노출된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푸드트럭은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군요?
⇨ 그렇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중에서 80만명 이상이 1년에 도산합니다. 1990년대에는 30만명 내외였습니다. 미국의 것이라면 독약도 기꺼이 들이키는 극단적인 친미사대주의자들에게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런 고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7. 2000년대 중반에 경제관료들은 영세자영업자 자격증제를 도입하자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요?
⇨ 영세자영업자가 과잉상태에 이르러 있으므로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듯이 이들을 구조조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정말 바보스러운 생각입니다. 영세자영업자들을 구조조정하면 이 사람들이 갈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노점상밖에 더 하겠습니까? 결국 당시 경제관료들 목표는 노점상을 양산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우스꽝스러운 촌극이었습니다.
 
8. 불법 노점상 단속 공무원들도 걱정하고 있다고 하지요?
⇨ 정부가 푸드트럭을 허용하고 불법 노점상만 단속할 경우 노점상들의 저항은 더욱더 거세질 것입니다. 푸드트럭과 불법 노점상의 영업상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는 그 경계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푸드트럭에 대해 별도로 수많은 규제를 해야 할텐데요. 그렇게 되면 규제는 더 많이 늘게 됩니다.
 
9. 정부는 푸드트럭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는데요.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 결론부터 말하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1990년대 경제관료들은 대형유통업(대형마트 등) 규제완화를 하면서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체 일자리 중에서 유통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995년 18.5%에서 2011년 15%로 추락했습니다. 수많은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입니다. 푸드트럭도 마찬가지입니다. 푸드트럭 창업이 늘면 다른 음식점 폐업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전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10. 또 국민들이 많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 주변에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호텔건립 규제완화,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진보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심지어 <건설경제신문>까지 ‘호텔 공급과잉 후유증’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학교 주변에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고 합니다. 정말 황당한 사람들입니다.
 
11. <건설경제신문>이라면 건설사들의 이해를 주로 대변하는 신문일텐데요. 호텔 공급과잉과 관련하여 어떤 보도를 했나요?
⇨ <건설경제신문>은 지난해 12월 23일, “호텔, 공급과잉 후유증… 오피스텔 닮은꼴”이라는 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호텔 공급이 늘었지만 관광객 증가폭이 예상치에 못미쳐 호텔이 공급과잉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1월까지의 외국 관광객이 전년동기 대비 4.4% 늘어나는데 그쳤다며, 이 수준은 서울연구원의 추정치 11.6%의 절반 수준에도 훨씬 못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은 향후 5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연평균 11.6% 증가할 것이라 추정한 바 있습니다.
 
12. <서울신문>은 최근 보도에서 “호텔업계의 쓰나미”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호텔 과잉공급 경고를 했는데요. 그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서울신문>은 지난 2월 8일 “관광호텔 객실 불꺼지고 도산 도미노 ‘빨간불’ 켜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호텔 개발 열기가 식으면서” 서울 강남지역과 제주도에서 호텔 및 호텔 부지가 법원 경매에 등장하는 등 개발 과열을 드러내는 부작용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체 관광객 중에서 비중이 큰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엔저와 정치상황 등으로 급감하면서 객실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겁니다.
 
13. 서울 강남지역에서 법원 경매에 등장한 호텔은 어떤 것들입니까?
⇨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하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 부지 1733㎡가 법원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감정가는 715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초구 잠원동 바빌론관광호텔이 336억원에 경매 처분됐습니다. 8월에는 강남구 논현동 세울스타즈호텔이 1125억원에 공매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남지역 호텔이 법원 경매로 나온 것은 2005년 서초구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 이후 아예 없었는데요.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이상 징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4. 호텔 과잉공급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 원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국토부의 호텔 건립 규제완화입니다. 국토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비해 객실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2년 7월 호텔 건립에 따르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상업지역의 경우 용적율을 600~1000%에서 900~1500%로 상향했습니다. 그 결과 호텔을 건립하려는 업자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둘째, 서울연구원의 과장된 수요 예측입니다. 2013년 6월 서울연구원은 ‘중장기 숙박수요 및 공급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에 따르면 서울시의 숙박객실 부족분은 2014년에 1만 5335실에 이르고, 2017년에는 2만 4451실에 달합니다. 그러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권태일 박사는 2012년 “관광호텔 현황과 수급분석 연구”에서 수도권 관광호텔 객실 부족분이 객실 점유율 80% 하에서 2014년에 844실에 불과하다고 서술했습니다. 다만 객실 점유율 70% 하에서는 객실 부족분이 2014년에 6794실, 2015년에 1786실이라 했습니다.
 
15. 서울연구원의 수요 예측이 과장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서울의 호텔 객실 이용률은 80.7%였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 78.9%로 꺾였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호텔은 2012년 중반 80~90%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40~5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강남의 호텔들이 경매로 나오고 서울시 호텔 객실 이용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은 호텔 수급상의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울연구원의 수요 예측은 이와 같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16. 호텔 과잉공급의 다른 두 원인은 무엇입니까?
⇨ 셋째는 일본 관광객 감소 현상입니다. 최근 엔저와 독도 문제, 일본의 위안부 망언 등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 관광에 나선 일본인이 많이 줄었습니다. 2005년과 2009년 사이 일본 관광객은 244만명에서 305만명으로 61만명 늘었지만, 2009년과 2013년 사이에는 305만명에서 275만명으로 30만명 줄어들었습니다.
 
넷째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자국의 해외관광객 보호대책 등을 담은 ‘여유법’(旅遊法)을 개정하고 우리나라를 오가는 부정기 항공편 제한 등에 나서면서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관광객 증가율은 직전 4개월 평균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17.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둔화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관광객 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됩니까?
⇨ 2012년과 2013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14만명에서 1218만명으로 104만명 늘었습니다. 그 내역을 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352만명에서 275만명으로 77만명 줄었고, 중국인 관광객이 284만명에서 433만명으로 149만명 늘었습니다. 만약 올해 1~2월 일본인 관광객 감소율 14.6%가 1년 내내 이어진다 가정하면 올해 일본인 관광객은 40만명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전년(52%)의 절반에 그친다면 증가분은 112만명에 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같은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호텔 수급조절 유인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무당 사람잡기식으로 주먹구구식 호텔 건립 규제완화 정책을 남발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8.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학교 주변에까지 고급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경복궁과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사이에 있는 옛 주한미국대사관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조성하려 하는 대한항공에 규제완화 특혜를 줄 것이라는 분석도 많은데요.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경우 학교 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게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야당들이 대기업 특혜란 이유로 반대해서 법 개정에 실패했는데요. 법 개정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이것을 훈령으로 관철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학교 인근 호텔 건립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어서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퍼주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19. 고궁과 고등학교 사이에 있는 7성급 호텔, 생각만 해도 엽기적인데요.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천박한 문화의식을 보는 듯합니다.
⇨ 그 부지가 대한항공 소유이므로 제3자가 이러쿵 저러쿵 그 용도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그곳은 박물관이나 시민 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종종 서울시와 민간기업의 부동산 맞교환에 대해 언급하곤 했는데요. 대한항공이 그 부지를 서울시나 SH공사에 넘기고 SH공사가 보유한 미매각 토지를 받아가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고궁과 고등학교 사이에 7성급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20.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호텔 건립에 대한 규제완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주장을 하는데요.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호텔 건립에 대한 규제나 규제완화는 도시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도시계획은 중장기적으로 도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또 집행되어야 합니다. 고궁과 고등학교 사이에 7성급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도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는 겁니다. 그리고 도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외국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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