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시한 마감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29일(한국시간) "들어가서 마지막 결론을 낸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금은 FTA시대다"고 강조해 타결 쪽에 무게를 실었다.
노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에 도착해 곧 최종 의사결정을 한 뒤 4월 1일에는 한미FTA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들어가서 결정 내린다"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은 마지막 방문국인 카타르에서 28일 저녁(현지 시간)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들어가서 보고를 받고 마지막 한두 개 꼭지를 따야 될지도 모르겠다"며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 충분히 들은 뒤 최종 책임자인 제가 결정 내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꼭지를 딴다'는 다소 생경한 표현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쇠고기니 쌀이니 하는 구체적 현안을 넘어 빅딜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자로서의 최종 판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종 결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미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통상은 국가발전의 핵심"이라며 "지금은 FTA의 시대다"고 강조했다.
"충격이 없으면 쥔 것 안 내놓는다"
또한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시절 OECD 가입 등을 추진하며 무리하게 개방 일정을 진행한 결과 IMF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모습과 현재의 졸속적 FTA 추진이 닮은 꼴'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95년, 96년에 종금사가 외환거래 하도록 개방한 것이 IMF의 원인이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개방 때문이 아니라 금융 감독 체계가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탓"이라면서도 "준비를 갖추고 개방하느냐, 하면서 준비 갖추느냐…권력의 속성인데 아마 대충격이 없었다면 아직도 금융만은 관치하겠다고 우기는 권력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FTA의 구체적 실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단골 답변인 '문화적 충격론'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서비스업이나 농업에 한미FTA로 인한 충격이 있어야 구조조정이 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도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충격이 없었다면 하나라도 쥔 것을 안 놓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이 있어도 개방을 하며 충격을 주는 것이 크게 봐선 도움이 된다'는 이같은 주장은 한미FTA 협상 타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30일 최종의사결정, 내달 1일에는 대국민담화문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국내에서 나오기 전에 관계 장관들을 전부 모아서 점검하고 다시 비서실 참모들을 모아서 재점검하고 등 이중의 견제 장치들을 해놓고 나왔지만 여기와서도 시시각각 중요한 문제는 다 보고 받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단과 농림부 장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탭들이 모두 여기에 와 있어 지금 이곳이 한미FTA 베이스캠프와 같다"며 "노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협상 내용을 보고 받고 있고 거의 매일, 하루에도 수차례 씩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에서 한미FTA 협상을 총괄하는 윤대희 경제수석, 외교부의 담당 심의관 등이 노 대통령을 수행 중이다.
노 대통령은 30일 오전 귀국한 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한미FTA 최종 협상 내용을 보고 받고 협상 타결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뒤 곧바로 대국민담화문 준비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도 "어제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했는데 '자기들도 강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더라"며 "금요일(30일)에 들어가면 대통령이 최종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국민 담화문은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면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농업분야 등에 대한 대책을 설명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