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갑상선암 진단 절대로 받지 마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갑상선암 진단 절대로 받지 마라

[안종주의 건강사회] 가장 암 같지 않은 암…생존율 100% 가까워

갑상선암(갑상샘암) 진단 절대로 받지 마라. 그리고 암 진단이 나왔다 하더라도 성급하게 수술을 받지 마라. 이렇게 말하면 감상선암 진단과 수술을 줄곧 해온 의사는 물론이고 이와 직접 관련 없는 많은 의사들도 허황된 이야기라고 비판할 것이다. 아마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이런 욕먹을 각오를 하고 갑상선암 진단 절대로 받지 마라는 말을 다시 한 번 한다.

물론 갑상선에서 손으로 만져질 정도의 큼지막한 덩어리가 있다거나 확연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가 말하는 '갑상선암 진단 절대로 받지 마라'는 덩어리가 만져지지 않는데도, 또 뚜렷한 갑상선 이상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의사의 권유에 따라 검사를 받는다거나 검사를 해달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목의 앞부분에 튀어나온 부분, 즉 울대의 2~3센티미터(cm) 아래에 나비 모양을 한 장기를 갑상선이라고 한다. 여기서 분비되는 갑상선호르몬은 인체 대사 과정을 촉진하여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히 유지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 조직의 이상 발달로 생기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분비될 때 생기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대표적 갑상선 질환이다. 감상선암은 갑상선에 악성종양이 생긴 것을 말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시작돼 시중에 유행하는 말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정상으로 바꾸어야 할 비정상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암과 검진 관련해서는 단연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갑상선암 환자 대량 발생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갑상선암 쓰나미 발생 현상이 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10년 새 갑상선 암환자 10배-과잉 검사 등 기형적 의료 문화 때문

지난 25년간 미국의 경우 갑상선 암 발생이 3배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한국은 무려 30배나 증가했다. 최근 10년간만 봐도 영국과 미국은 두 배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한국은 10배 넘게 증가했다. 아무리 봐도 이는 비정상이다. 왜 이런 비정상적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을까. 의사들의 한결같은 분석은 정밀초음파진단기기 보급이 늘어났고, 일선 병원에서 앞다퉈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검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갑상선암은 방사선 노출이 잦을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로 정확한 원인 없이 자연적으로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다시 말해 선진국에 견줘 6~20배나 갑상선 암 환자가 많이 생기자 좁은 국토에 밀집돼 있는 핵발전소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부 반핵운동가도 있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다. 이보다는 첨단진단기기 보급과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우리의 독특한 의료 문화, 그리고 시민의 갑상선암 에 대한 무지와 암에 대한 공포가 어우러져 생긴 기형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쓰나미의 원인이 해저에서 일어난 대지진이라면 갑상선 암 환자 대량 발생과 수술은 너무나 지나치고 대부분은 불필요한 갑상선암 검사와 수술 때문이다. 이는 국민 보건 향상과 국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검사하는 병원과 수술 의사의 돈벌이에만 큰 도움이 될 뿐이다.

우리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매스컴이나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 검진 홍보 광고 따위를 통해서 귀에 따갑도록 듣고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검진을 통해 어떤 질병을 발견했는데 그 병에 대해서는 치료제도 없고 아무런 대응조치도 할 수 없다고 하자. 이런 경우는 차라리 그 질병을 찾아내지 않는 것이 좋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근심과 걱정,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으로 그 환자의 남은 삶의 질조차 떨어질 게 분명하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성격의 질병은 예방에 온 신경을 써야지 초기부터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갑상선암은 이런 성격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발견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점에서, 또 발견한 갑상선암의 대부분이 실은 수술하지 않고 상당 기간 내버려두거나 그냥 정기적인 관찰만 잘하면 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 빠르고 안전하게 갑상선암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점을 내세운 대학병원 광고. ⓒ프레시안(김윤나영)

갑상선암 두려운 질환 아냐, 환자 사망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갑상선암은 뒤늦은 발견에 따른 사망을 걱정할 필요가 사실상 없는 독특한 암이다. 암 같지 않은 암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암으로서 매우 약한 종류인 유두상암이 전체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제로에 가깝다. 갑상선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시간을 다퉈가며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갑상선암의 이런 독특한 특징 때문에 미국 질병예방위원회는 지난 1996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촉진하거나 초음파검사를 이용해 감상선암 발병 유무를 감별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권고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한내분비학회와 대한갑상선학회도 2009년 이와 비슷한 권고를 한 바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2010년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암환자 5년 생존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66.3%로, 미국 65.8%, 캐나다 63%보다 약간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에 걸려도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보다 완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을 보면 갑상선 암 검진 절대로 받지 마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00%에 가깝고 미국과 캐나다도 98%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갑상선암 조기 진단과 즉각적인 수술에 열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암 생존율은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췌장암이나 폐암 등은 생존율이 매우 낮고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갑상선암은 최고의 생존율을 보인다.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은 진단이 쉬운 편이다. 반면 췌장암과 폐암은 조기진단이 어렵다. 그래서 췌장암이나 폐암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정기 암 검진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갑상선암 등 진단이 쉬운 편인 암은 건강보험공단이 2년에 한 번 대상자들에 대해 실시하는 암 검진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따라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생존율이 낮은, 즉 예후가 나쁜 암 종류가 우리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고도 해석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암 조기 발견과 치료 기술도 5년 생존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암 환자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을 두고 의료기술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의료기술이 결코 뒤처지지는 않는다고 보면 된다.

무분별한 검사와 수술 자제해야-의료계 자성의 목소리 대두

갑상선암을 조기 진단해 암이란 검사 결과를 듣게 되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암이란 존재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두려운 위험으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또 암은 워낙 많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도 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암 사망이 전체 사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망 원인 단연 1위이라는 사실이 암을 일상의 공포로 만들었다.

암에 걸리면 비전문가나 환자, 그 가족들은 의사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발병해도 죽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감상선암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감상선암의 경우 대개 갑상선을 떼어낸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기관이기 때문에 한 번 절제하면 호르몬 치료제를 일상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문제가 평생 따라다닌다.

우리 사회에서만 유독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감상선암 진단 검사와 수술은 정말 필요했는지 조기 진단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강한 태클을 걸지 못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문제를 고발하거나 자성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뒤늦게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의사들(물론 검사를 권유하고 수술을 해온 의사는 아니다)이 문제 삼고 나섰다.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고질병인, 무분별한 감상선암 진단검사와 수술은 전이암의 단계에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런 암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다. 고질병에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는 일부 의사들에게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한 것임을 주위에서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갑 행세를 하는 의사들에게 언제나 을인 국민들이 마구잡이로 끌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감상선암 조기 진단 절대로 받지 말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는 것이다. '절대로'는 단지 강조하기 위해 쓴 말이므로 절대로 오해가 없으시기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