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사례가 '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지침 발표 이후 저임금·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임금삭감 시도가 가시화하고 있음에도 노동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방조'를 넘어 사실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2일 공개한 '2013년 12월 18일~2014년 3월 17일 취업규칙 변경내역'을 보면, 해당 기간 총 2345건의 취업규칙 변경이 노동부로 신고됐다. 특히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 발표되고 다음달인 2월에는, 취업규칙 변경 건수(904건)가 지난해 2월(569건)의 약 1.5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취업규칙 변경 내용을 보면, 사용주가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제대로 얻지 않고 강제로 불이익 변경했을 것으로 보이는 신고 자료가 상당하다. 에컨대 △상여금 제도를 폐지·삭감 △ 고정 상여금을 성과 상여금이나 경영 성과금, 차등 지급 조건으로 변경 △ 포괄임금제로 전환 △ 상여금 지급 조건에 재직자 기준 추가 등을 명시한 신고 서류들이다.
이러한 급여 체계 개편은 근로 조건과 급여 수준 하락으로 직결될 것임에도, 노동부가 적발한 '근로기준법 94조 위반(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건수는 해당 기간 한 건도 없다. 반면 노동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불이익 변경 23건을 적발했었다. 노동부가 사실상 사용주들의 일방적인 임금 삭감 시도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노동부, 기업 아닌 노동자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이에 더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사실상 노동부가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 의원이 이날 공개한 '1월 23일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 발표 이후 설명회 현황' 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한달 반동안 130회 통상임금 판결 설명회를 진행했다. 노동부는 해당 설명회에 대해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노사 간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지만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장 의원과 금속노조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노동부가 130회 설명회를 진행하며 사용주들에게 '어떻게 하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을지, 취업규칙을 어떻게 불이익 변경할 수 있는지를 사실상 설명하고 다닌 것"이라며 "노동부가 노사지도지침과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앞세워 월급 통장에 구멍을 숭숭 낼 수 있는 방법을 사용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엄미야 부지부장은 "노동부는 탁상공론 식으로 일을 처리할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지도를 나가 임금과 근로조건 하락이 발생하는지를 조사하는 등 노동자 편의 행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주의 이익만 대변하지 말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과 금속노조는 이날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 즉각 폐기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즉각 폐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전수조사와 불이익 변경 사업장 적발 및 원상복귀 즉시 이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설치된 노사정소위에서 임금삭감 문제를 책임있게 다룰 것 등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4월 중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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