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론은 추상적"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는 좌우의 극단을 배제하고 중간지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기존의 정치적인 개념, 정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손 전 지사를 염두에 두고 구(舊)여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3지대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
손 전 지사는 다만 "풀 한포기라도 있으면 잡고 싶지만 또 그것을 붙잡지 말자는 것이 내 마음"이라면서 "판을 만들고 마당을 열어 놓으면 누구든 와서 함께 놀고 함께 춤출 수 있는 정치의 마당을 만들어 보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좌우명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즉 어딜 가든 주인이 되라는 것"이라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이 진정한 주인의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너무 추상적인 구상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직 추상적인 것은 맞다. 허점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제3지대론'도 추상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좌도 우도 아니라면 자칫 회색주의, 기회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지하 선생이 말하는 중도란 그것을 뛰어 넘는 것"이라면서 "현실정치에서 '중도'가 갖는 부정적 의미를 피하고 좌와 우, 남과 북을 통합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거기(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면 최소한 무엇은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표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물론 춥다. 힘들다. 그러나 춥고 힘들기 때문에 개인의 위치나 지위에서 해방돼야 하겠다는 욕구와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대북정책 변화? '표' 의식하는 것"
한편 손 전 지사는 "내 별명이 HQ인데 이를 해석하자면 '행복지수(Happy Quotient)'이기도 하지만 '인간지수(Human Quotient)'라는 말도 된다"면서 "인간의 행복, 인간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는 틀 속에 융합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구체적 표현이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남북 포용정책,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었지만 그것에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남북 간의 평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정책 기조 수정 움직임과 관련해 그는 "한나라당에서 그런 변화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당장의 표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평화'가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적극적 찬성입장을 밝혀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당을 나갔다고 해서 국제적 자유무역에 관한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원칙의 문제"라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생존과 번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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