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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시베리아 넘어, 툰드라 넘어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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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시베리아 넘어, 툰드라 넘어 가련다"

'목수론'으로 몸 낮춰…김지하 "중도는 기회주의로 보일 수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2일 "나는 목수가 되는 심정이다. 목수는 집을 지어서 다른 사람이 살게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권 욕심 때문에 탈당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눈총에 한껏 몸을 낮춘 발언으로 풀이된다.

'목수론'은 5.16 쿠데타 이후 1963년 민정이양 무렵 공화당 내부의 권력투쟁에 휘말린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이른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1차 외유를 떠나면서 "목수가 집을 짓는 것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고 말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지하 시인을 서울의 종로의 한 찻집에서 만나 "단순히 구야-구여(舊野-舊與)를 넘어서는 제3당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게 내 꿈이고 욕심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베리아 넘어, 툰드라 넘어 가겠다"

손 전 지사는 "내가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한다고 하면서 함께 제기하고 싶은 담론은 새로운 문명의 창조였다"며 "정치 중심의 담론들, 경제 개발이니, 국민소득 몇 만 불이니 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정치적으로는 좌우로 갈린다. 자꾸 이데올로기적 도그마로 흘러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이 온다"면서 특히 한나라당을 겨냥해 "보수 쪽은 세몰이, 줄세우기 등 자꾸 과거로 회귀하고 있고 남북관계도 60~70년대의 냉전적 사고를 못 버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무능한 진보와 수구적 보수를 제치고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마주하겠다. 그것이 중도 아니냐"면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베리아를 넘어, 툰드라를 넘어 가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어제 구로디지털단지를 갔더니 벤처기업이 많더라. 벤처는 성공률이 5%라고 한다. 내 앞에는 벽뿐이다"면서도 "(나의 탈당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나 지식인 사회의 반향이 크다. 아주 놀랍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지하 "중도는 기회주의 냄새 날 수도"

이에 대해 김 시인은 "엄청난 결단을 했고, 고맙고, 어려운 일을 했다"며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는데도 발을 내디딘 것 아니냐"고 덕담을 건넸다.

김 시인은 그러나 "견딜지 걱정이 된다"면서 손 전 지사가 강조하는 중도론에 대해 "중도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임시정부와 백범과 여운형도 남북 양쪽의 극단주의자에게 박살이 났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중도의 약점은 기회주의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사이의 중도라고 하면 중간 기회주의 냄새가 난다"고 우려하는 한편, "문화의 시대로 한 차원 비약한다면 중도는 절대 기회주의로 빠지지 않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시인은 한편 자신의 탈당 권유설에 대해선 "그럴 만큼 내 주둥이가 가볍지는 않다. 탈당은 큰 사건인데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이 양반도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시인은 "탈당을 결정하기 전에 '옛 몸', '새 꽃'을 화제(畵題)로 매화를 그려줬다. 한나라당이라는 옛 몸에 새로운 개혁의 꽃을 피우라고 한 것인데 그게 탈당을 권유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시인이 "그런데 시베리아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나"고 농담을 건네자 손 전 지사는 "피워내야죠"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40분가량 환담을 이어간 두 사람은 과거 여운형 선생이 암살되기 직전에 거처했던 집 인근의 한 칼국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시인이 "내 스승은 장일순 선생이고 장 선생의 스승이 여운형 선생인데, 여운형 선생이야말로 중도 아닌가. 내 꿈은 떳떳한 중도의 길을 누군가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길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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