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윗선' 수사를 접고 유우성 씨 개인 비리 혐의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증거 조작 역시 3급 공무원의 '개인 일탈'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정원 '윗선' 개입의 연결 고리로 지목됐던 대공수사팀 권 모 과장의 자살 기도를 계기로 검찰이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일보>는 25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 이 모 팀장(3급·대공수사처장)의 '윗선'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처장을 '윗선'으로 이인철 주선양(심양)총영사관 영사, 김 모 조정관, 협력자 조선족 김 모 씨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방침을 세운 게 사실이라면 대공 수사 라인 '윗선'인 대공수사단장(2급), 대공수사국장(1급), 서천호 국정원 2차장, 남재준 국정원장 등은 자연스럽게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삼는 국정원 조직에서 3급 공무원이 초유의 증거 조작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이어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또 유 씨 공판을 맡았던 이시원, 이문성 검사에 대해서도 증거 위조 사실을 인지, 묵인, 방조한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도 하지 못한 채 내부 감찰을 받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 초반 증거 조작 혐의자들의 진술 내용 등을 언론에 꾸준히 브리핑하며 국정원과 여론전에서 우위에 섰던 검찰이, 결국 국정원의 힘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간 시점인 지난 23일부터 권 과장의 자살 기도 등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전세는 정 반대로 뒤집혔다.
"검찰, 부끄러운 수사 포기하라…특검으로 심판할 것"
검찰은 다른 한편으로 유유성 씨의 비위 혐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는 이날 유 씨 항소심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등을 위한 추가 기일을 열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유 씨 사건의 결심 공판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등이 유 씨를 사기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 형사2부(이두봉 부장)에 배당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탈북자보허법) 위반 등으로 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유 씨에게 사기 혐의를 추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간첩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도 미지수고, 만약 사기 혐의가 추가되더라도 2심에서는 1심 판결의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량의 판결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원금 부당 수령 기간 등이 조정될 경우 유 씨가 물어야 할 추징금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 검찰이 새로운 범죄 사실을 입증할 경우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민변의 한 변호사는 "결국 검찰이 시간을 끌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였다는 검찰들이 기껏 찾아낸 것이 유우성 씨 개인 비위 의혹인 셈인데,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유우성 씨에게 마치 뭔가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범법자의 이미지를 씌우려는 목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정원 직원들에게는 국가보안법 날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채, 유우성씨에게는 사기 혐의를 추가해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행태만 고수하고 있다"며 "검찰의 뻔히 보이는 수다. 바로 검찰 '셀프수사'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검찰에게 묻는다. 제대로 된 윗선 수사를 한 적은 있는가"라며 "잘 모르는 것 같아 자세히 알려드린다. 국민이 말하는 윗선은 바로 남재준 원장과 검찰 수뇌부"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검찰은 한계가 명확한, 결론이 정해진 부끄러운 수사 행태는 그만두고 차라리 포기하겠다고 말하라"며 "국민은 국정원의 증거조작과 이를 덮으려는 검찰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특검으로 심판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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