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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체제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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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 평화체제가 먼저다

[재미동포 의사가 본 통일 미래상]<4> 미국과 중국, 남북이 함께 상대해야

1974년부터 북이 미국에 제안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서 북이 핵을 개발하게 된 역사를 살펴보았다. 문제는 북핵 없던 40년, 핵 의혹만 있었던 11년 동안에도 안된 평화협정이 이제 북이 핵을 폐기하면 될까? 한다면 평화가 정말 이뤄질까? 믿을 수 없다면 다시 1960년 북이 남에게 평화협정을 제안했던 민족자결주의로 하면 될까? 나는 남과 북에 드나들면서 양측을, 또 미국을 안과 밖에서 보아 왔다. 한 마디로 북이 굴복하지 않는 한 세계의 패권국 미국은 승리가 아닌 평화협정 문서에 북과 서명할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난 60년을 돌이켜 보면 미국은 평화협정을 하지 않아도 손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두려워 매달리는 남녘의 애원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도 잘 맞았다. 미국 위정자들의 눈에 남은 자주 국가의 군사주권을 포기한 이상한 부자 나라이지만 미국에 순종하며 국익을 안겨 주는 충직한 동맹이며 봉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북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필요했고 또 그러할 것이다.

분단 모국의 이러한 현실을 태평양 너머에서 바라보며 나는 2000년대에 6.15 해외측 위원들과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찾아가 Korea의 평화문제를 논의하고 토론도 했다. 또 국무부를 방문해서 성 김(S. Kim) 6자회담 대사, 로버트 킹(R. King) 북 인권대사와 토론하고 건의도 해보았다.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Korea정책건의서에 대한 답신도 받아 보았고 또 미국 시민단체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촉구도 해보았다.

▲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장면. ⓒ미국국립문서보관소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 미 국무장관 케리 전 상원외교위원장 주선으로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F.Jannuzi)과 공화당(D.Halpin) Korea전문위원을 놓고 평화체제토론회 사회도 해 보았다.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 밖에서 본 한반도>, 오인동 지음, 솔문 펴냄, 2010) 미국의 국익 앞에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없었다. 미국시민으로 든든하게 느꼈지만 해외 동포로서 남녘이 본받아야 할 좋은 예라 생각했다.

가만히 보니 미국은 분단된 남과 북을 무척 사랑한다. 북은 말 안 들어 좋고, 남은 너무 잘 들어 좋다. 미국이 위협하는 한 북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미국은 또 안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이 있어야 폐기나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 남은 적극 복창해 주니, 미군 주둔을 계속할 수 있고, 군사기지도, 대규모 미군 실전 연습장도 무상제공 받으며, 고가의 재래식 무기도 사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군주둔비용도 받는다. 이런 극진한 대우를 미국이 어찌 마다하겠는가.

나아가 떠오르는 중국과 러시아를 한반도에서 견제하기 쉽고 일본에서도 국익을 챙기며 계속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평화협정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고 전쟁연습 등은 국익에 기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 같은 것은 언제까지 꼭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국익이 유지되는 한 그런대로 패권을 유지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평화협정을 해달라고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나 자신이 바보스럽고 초라하고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남북문제는 남북이 해결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에 돌아왔다. 돌이켜 보건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은 결국 남북 지도자가 겨레의 이익을 위해 나서서 해낸 것이지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 빌어 허락을 받아서도,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에 빌어서 한 것도 아니다. 남북이 의기투합해서 해냈고 또 2007년 10.4평화번영선언으로 이어졌다.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큰 나라 미국은 그대로 지켜봐 주는 여유도 있다. 또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하겠다는데 나서서 반대하면 국제적 지탄을 받는다는 것도 미국은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남북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진리이고 또 서로 소통·합의하면 해낼 수 있다는 증거이다. 남북평화협정도 다를 바 없다.

2013년 봄, 북의 3차 핵시험과 북·미 간 핵 대 핵 대결상황을 지켜본 남녘에서 자체핵무장 주장이 나왔다. 남녘 대통령은 “북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고 했는데 이는 얄궂게도 50년 ‘미국의 핵을 발 아래 딛고 살아온’ 북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한편 자국의 핵 문제도 관철하지 못하는 진보논객들이 남의 핵무장은 주변국 핵개발을 유발한다는 주제 넘는 소리도 했다. 세계 제3, 4 부국 일본과 독일은 전범국으로 핵국가가 되지 못했다. 한편 가난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문제로, 아랍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각기 독특한 처지와 이유로 핵 국가가 되었다. 또 가장 안락한 풍요와 평화를 누리며 사는 영국과 프랑스도 핵 국가이다. 위 5개 핵국가들이 핵 문제로 분란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그런데 미국에 순종하고 사대만 해 온 남이 미국의 반대를 넘어 감히 자체 핵개발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더구나 북핵의 당사자이면서도 문제 해결에 앞서 나서지도 못하고 늘 미국 뒤에서 선(先)핵폐기만 외치고 있는 남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핵발전 과학기술로 말해도 남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국가이다. 그리고 남은 동맹 미국과 세계 열강들로부터 국제적 신용과 존경을 받는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발상의 대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 즉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아니라 남북이 함께 껴안고 안전하게 공동관리 하는 것을 숙의해 보는 것 말이다. 더구나 미국이 위협하는 한 북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잘 아는 미국인데 남은 선핵포기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

한편 유일 강대국 미국에 정면으로 핵 대결을 하는 자주 강국 북도 그 실력을 남과 함께 발휘해 보면 못 이뤄낼게 있겠는가. 그렇다고 핵국가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요즈음 미국은 북핵의 확산을 두려워한다니 남북이 신용 있게 비확산을 해 나가자. 남한의 이런 묘안을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미국이 차마 거부하지는 못할 것 아닌가. 거부한다면 남미동맹의 실상이 무엇인지도 남 국민은 깨달을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겨레가 원하는 바에 따라 비핵화하던지 폐기 또는 공유해도 될 것이다. 연합방 조국은 영국과 프랑스를 넘는 세계적 국가로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1953년 정전협정에 한국은 참여하지도 않고 미국, 조선, 중국군 사령관이 서명했다. 그래도 오늘날 남과 북의 정치·경제·군사 형세로 보아 이뤄지지 않는 평화협정 문제도 남북이 해결하면 된다. 이미 2007년 노무현/김정일 10.4 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고 합의한 대로 남북연합방을 확고하게 하면 된다. 전쟁 당사자였고 북과 평화를 지켜나가야 할 상대인 남이 빠진 정전협정 서명국 북·중·미 사이의 평화협정은 남에게는 굴욕이고 현실적으로도 불합리하다.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기로 합의하는 것을 미국과 중국이 보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남과 북은 2000년대의 남북이 아니다. 필요하게 되면 미·중의 관여는 유엔이 참여하면서 뒤에 해도 된다. 그런데 요즈음 2008년 이후 5년 이상 열리지도 않은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를 추구해야 한다고들 한다. 북에서는 물론이지만 남녘 사람들도 주변 4대국은 남북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면 남북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주변국들과 우리의 무슨 통일을 의논하자는 것인가? 6자회담 합의의 참담한 파행도 여러 번 겪은 우리겨레이다. 국제관계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도 아니다. 미국 전·현직 관료들과 토론하는 국제회의들에서 발언하는 남녘 정·관·군 인사들의 부끄러운 굴욕적 사대작태를 재미동포로 많이 보아왔기에 하는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분단국의 초라함, 어리석음, 서러움, 불이익을 69년째 겪고 있는 남과 북이다. 그런 가운데도 겨레의 슬기로 남북은 민족사상 최고조에 이른 경제·과학·군사적 성취를 이뤄냈다. 남북 자신의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우리 겨레의 이익에 맞게 먼저 남북평화체제를 구축할 때가 되었다. 북은 미국이 기피하는 평화협정을 더 이상 추구하지 말고 이제 남에게 다시 1960년대처럼 평화하자 해야 한다. 남과 미국 중 결국 누가 더 대화·소통하기 편하겠는가?

남은 적극 화답해야 한다. 남북의 강한 의지와 동북아의 형세변화로 미국이 더 이상 평화협정 체결을 피할 수 없게 되어도 미국은 북과 협정 당사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남에게 북과 평화해도 좋다고 할 것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2006년 남·북·미 사이의 평화협정이 아니라 3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 1994년 미국이 북과 협정도 아닌 기본합의(Agreed Framework) 한 것, 또 1974년 북미평화협정 제안에 미국은 남과 먼저 대화하면 그 뒤 남북미 3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허락을 받은 뒤에 나서는 꼭두각시 같은 치욕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강국 남이 북에 연합방경제공동체·평화체제를 선도하면 일은 더 쉽게 될 것이다.

남녘 보수정부와 언론은 입버릇처럼 북이 자국 영토와 영해에서 미사일 시험이라도 하면 도발이라고 한다. 남이 미군을 업고 매해 몇 번씩 코앞에서 대북전쟁 연습하며 위협하는 것이 진짜 도발이 아닌가? 북은 중국군과 합동으로 대남전쟁연습을 한 적도 없다. 그러니 공세를 취하고 있는 남이 도발을 중지하고 먼저 남북평화를 하자고 해야 한다. “연합방 평화체제”에 먼저 합의하고 남북이 한목소리로 4자든 6자든 동아시아 평화문제 해결을 주도해 나가면 된다. 남북 주민의 사고가, 위정자의 통일조국의 미래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청천벽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겨레는 오늘도 북과 먼저, 내일도 남과 먼저, 모레도 또 언제나 남북이 지피지기, 역지사지하며 대화·소통·합의하고 실행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보아온 엄혹한 국제관계의 현실을 바로 보고 새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 남 혼자 미국과 중국을, 북 혼자 중국과 미국을 다뤄서는 제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남북이 한목소리로 해야만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겨레의 이익에 맞게 다룰 수 있다. 연합방 경제공동체 운영이 가져다줄 민족사 최고 경제번영의 찬란한 앞날을 살펴본 우리 겨레이다. 이를 현실화 해줄 수 있는 ‘Corea연합방’이야말로 조국의 평화체제가 아닌가, 아무리 해도 미국이 서명하지 않을 북미협정이 아니고 남북평화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새 역사는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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