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느닷없이 손학규 맹공

발언 의도에 해석 분분…파장에도 관심 집중

한나라당 경선불참 및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첫 걸림돌을 만났다. "나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돌팔매도 감수하겠다"던 손 전 지사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첫 돌팔매를 맞은 것.
  
  노 대통령은 20일 오전 국무회의 석상에서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손 전 지사를 직공했다.
  
  노 대통령의 벽에 부딪혀 맥없이 낙마한 고건 전 총리와 같은 걸림돌을 만난 손 전 지사가 이를 극복할수 있을 지, 노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따리 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개의에 앞서 작심한 듯 손 전 지사를 힐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름 석 자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손 전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정치에서 진보다 보수다 중도다 하는 노선도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그 가치의 상위에 원칙이라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보따리 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습니까?"라고까지 말했다.
  
  "주권자로 모든 정치현상에 가치판단 필요"
  
  국무회의 개의 전 취재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나름대로 계획 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 의제나 정책현안들과 무관한 손 전 지사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급 행정지도자는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면서 "여러분이 정치 지도자로서 자각을 갖춰주기 바란다"며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라도 민주사회에서 주권자로서의 행사를 올바로 하기 위해 모든 정치 현상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뜻에서 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손 전 지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민주주의의 반면교사라는 취지였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말 고건 전 총리를 낙마시켰던 민주평통자문회의 발언보다 훨씬 직설적인 것. 당시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에게 진보와 보수의 가교 역할을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인사가 되고 말았다"는 정도로만 말했었다.
  
  고건 이어 손학규도 맹공한 이유는?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한나라당도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고 구 여권은 입을 모아 환영하는 가운데 나온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보면 해석하면 된다"며 "대통령 본인께서 후단협 등으로 얼마나 애를 먹었냐,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본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 파문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고건, 손학규 등 선두주자만 골라 때리는 노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구 여권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