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2002년 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국민의 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이로써 4년 만에 다시 'DJ의 비서실장'이 됐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비서실장으로 임명"
동교동 측 최경환 비서관은 16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며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의 강연, 저술, 해외 방문 등 국내외 각종 활동을 보좌하게 된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비서실장임을 강조한 것은 각종 뒷말을 동교동 스스로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2006년 4월 개최된 '김대중평화센터' 정기 이사회에서 박 전 실장을 이사장 비서실장에 임명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박 전 실장의 사면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공식 임명을 보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 본인은 지난 달 9일 특별사면 조치를 받은 뒤 "이제 저는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동교동으로 돌아간다"며 "김대중 대통령님 내외분을 곁에서 모시는 것으로 제 소명을 다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직후 김 전 대통령도 오키나와 휴가 여행에 박 전 장관을 동행시켜 변치않은 신임을 과시했다.
박 전 장관이 이처럼 비서실장으로 공식임명됨에 따라 앞으로 지근거리에서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김홍업 출마·방북 등 일거리도 많아
또한 직함은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장 비서실장'이지만 박 실장의 정치적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범여권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고 있을 뿐더러 남북, 북미 해빙무드가 움직일 공간을 넓혀주고 있기 때문.
당장 김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 씨가 4.25 재보선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힌 후 범여권은 음양의 지원사격을 보내고 있다. 또한 김 전 대통령 본인도 '국민들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방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같은 굵직한 정치적 현안을 앞두고 박 실장이 김 전 대통령의 손발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전 불법송금 등 뒷거래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았던 박 실장을 다시 대북 접촉의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북송금 특검 자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과 측근의 명예회복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박 실장에게 공식적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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