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단독] "검사 왈, 국정원이 만들어주니 우리가 하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단독] "검사 왈, 국정원이 만들어주니 우리가 하지"

유가려 씨 "검사, 오빠 간첩 아니라는 진술 묵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 씨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가 핵심 증인 유가려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빠는 간첩이 아니"라는 유 씨의 진술을 묵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곳곳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말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는 이시원·이문성 검사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이시원 검사의 주장 및 가려 씨의 법정 증언 등에 따르면 이 검사는 증거 보전 절차가 끝난 후인 2013년 3월 18일, 검사실에서 강 모 수사관과 함께 가려 씨를 추가 조사했다. 당시 이 검사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가자"고 말했고, 가려 씨는 "지금까지 진술한 모든 것이 거짓말이고 오빠는 북한에 들어온 사실도 없으며 보위부 사업을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화는 이 검사도 인정한 부분이다.

"국정원에 알리지 않을 테니 정말 사실대로 진술해 보라"고 얘기했던 이 검사는 그러나 가려 씨의 주장을 묵살했다. 가려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강 모 수사관이 "이렇게 말하지 말라"며 일어나 나갔고, 이시원 검사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못 도와준다"고 말했다.

강 수사관이 나가면서 검사와 가려 씨 둘만 있게 된 상황이다. 강 수사관이 나간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추후 이 검사와 가려 씨의 말이 다르다는 게 알려질 경우 3자 증언 등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가려 씨는 공판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검사가 당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검사는 "검사가 당황한 것을 어떻게 봤느냐"고 받아쳤다.

▲이시원 검사와 이문성 검사 ⓒ뉴스타파 화면 캡처

이시원 검사와 가려 씨의 말이 엇갈리는 부분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9일 있었던 유우성 씨 사건 공판에서 가려 씨는 "이시원 검사는 처음 진술할 때부터 (내가) 거짓 진술을 한 것 다 알고 있으면서 내 진술을 받았다"며 이시원 검사가 "국정원에서 기초를 다 만들어주고 본바탕을 만들어 주니까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거지, 아니면 못하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공판들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에 이시원 검사는 "증인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가려 씨는 "왜 없습니까. 했지 않습니까"라고 맞받았다. 검사가 공판 과정에서 마치 피의자나 참고인처럼, 증인의 주장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는 검찰이 국정원과 가려 씨의 진술을 짜맞추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려 씨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상황은 가려 씨가 북한 측 비밀 연락처, 음어, 가명 등에 대해서 진술한 사실을 공소장에서 빼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가려 씨는 이 검사에게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국정원 직원 3명이 따라 붙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 검사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강 수사관은 가려 씨가 거짓으로 꾸며낸 공작원들의 음어, 비밀연락처, 가명 등, 국정원이 제공한 가려 씨의 진술 일부에 대해 "이것은 사실이 아니지"라고 먼저 물었다고 한다. 이에 가려 씨는 '이 부분은 뽑아내자고(공소장에서 제외하자고)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한 후 "예,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 검사가 "국정원에서 기초를 만들어주니까 하는 것(빼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려 씨는 검사와 만날 때마다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오늘 검사한테 무슨 조사 받았느냐"는 질문에 시달렸다고 했다. 처음 국정원의 수사 과정에서 비밀 연락처 등이 "있다"고 했던 가려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없다"는 말을 바꿨다고 하자 국정원 수사관들이 "잘했다"는 말을 했다. 이는 국정원과 검찰 측이 이미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정황이다. 검찰 측에서도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에 무리한 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검사는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 본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와 가려 씨,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가려 씨는 이 검사와 강 수사관이 "아무리 맞춰도 앞뒤 말이 맞지 않네. 맞지 않네"라는 대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가려 씨가 옆에 있는데도 이시원 검사와 강 수사관이 가려 씨의 아버지와 유우성 씨가 북한에 들어간 시간을 놓고 "시간이 맞지 않는다. 맞추기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자리에서 2012년 1월 23일 저녁 유우성 씨와 아버지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공소 사실이 정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유 씨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을 다수 확보하고 있던 것으로 후에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이시원 검사는 "가려 씨의 말은 객관적 사실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오히려 검찰 측의 공소 사실에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공소장에 적힌 유우성 씨의 행적이 뒤집힐 수 있는 반대 증거를 일부 제출하지 않았다. 사실상 검찰이 불리한 정황 증거를 '은닉'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우성 씨 ⓒ연합뉴스


유가려 "'간첩 맞다'던 진술 뒤집자, 거짓말 탐지기 '진실' 나와"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도 가려 씨의 진술이 묵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려 씨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그간 "오빠가 간첩이 맞다"던 진술을 뒤집자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진실인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가려 씨는 2013년 5월 24일 열린 공판에서 "내가 자꾸 아니라고 부인하니까 거짓말 탐지기(조사)를 했는데, 내가 여태까지 허위진술한 것이 허위진술한 것이라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거짓말 탐지기 담당 조사관은 깜짝 놀라 "왜 (유우성 씨가 간첩이라고 그동안)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려 씨는 이에 "(국정원) 수사관들이 유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가려 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관은 이후에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려 씨는 그 뒤 국정원 수사관이 "왜 진술을 번복했느냐. 너 때문에 밥줄 끊긴다. 너, 내 아들 먹여 살릴 것을 책임질 거야"라며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검찰과 국정원의 관계도 수상하다. 이시원 검사와 함께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이문성 검사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국정원에 파견돼 대공수사국 지도원으로 재직했다. 가려 씨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정원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도 국정원에 재직 중이었던 셈이다. 가려 씨의 증언 등에 따르면 국정원뿐 아니라 검찰도 일관되게 가려 씨의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유우성 씨 사건에서 핵심 증거는 동생 가려 씨의 진술이었다. 그는 오빠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로 탈북, 2012년 11월 1일부터 2013년 1월 3일까지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오빠 유우성은 간첩이고, 중국에서 오빠를 도와 탈북자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진술을 하게 된다. 2013년 1월 10일 유우성 씨는 체포된다. 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고, 이시원 검사와 국정원에 파견됐던 이문원 검사 등이 추 가로 수사한 후 2013년 2월 23일 유 씨는 기소됐다. <동아일보> 등은 국정원의 '쾌거'를 대서특필했다. 이후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났고 검찰의 증거 은닉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