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무현' 없는 6.4선거, 박근혜와 안철수 정면 대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무현' 없는 6.4선거, 박근혜와 안철수 정면 대결

[주간 프레시안 뷰] 안철수, '세력 교체' 시험대에 오르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박근혜 대 안철수'. 석 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의 키 플레이어는 두 사람입니다.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갖는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박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 본능을 숨기지 않습니다. 평가는 다양하지만, 안철수 의원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모든 정치적 활동의 시작이 선거로부터 비롯되는 대의민주제의 속성상, 두 사람의 지방선거 '모두 걸기'가 선거 분위기를 빠르게 가열시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5년의 임기를 과거 정부로부터 이어받아 다음 정부로 넘겨주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시쳇말로 '국가 개조의 종결자'가 되려는 의욕이 넘치는 거죠. 흔히 언어를 '생각의 집'이라고 하는데, "뿌리를 뽑겠다" 등 박 대통령이 자주 쓰는 어휘들은 국가 개조를 향한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 박 대통령의 발언이 유난히 거칠어졌습니다.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에 비유했는데요, 이런 적출과 박멸의 표현에 보수언론들도 놀랐는지 분석기사에 사설까지 냈더군요. 이에 아랑곳할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세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랬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을 ‘말의 품격’으로 따지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판 같습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의도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듯이, 살벌한 표현을 써서라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을 테니까요.


박 대통령의 '롤 모델'이라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그랬습니다. 그는 직설 화법으로 반대편을 가차 없이 공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대처 총리는 거친 언사로 대중을 좌우로 갈라 정치적 반대편인 노동당을 좌파에 결박시키고 부동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해 선거에 승리하고 총리에 올랐습니다. 최근의 박 대통령은 대처 총리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박 대통령의 말이 거칠수록, 규제 완화와 노조 철밥통 깨기에 미온적인 야권은 '경제 활성화'의 적이 되겠죠.

가뜩이나 지방선거의 판이 커졌으니 앞으로도 박 대통령은 거친 언사로 정치의 중심에 서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우리 정치 지형의 기본인지라, 박 대통령의 이러한 '갈라치기'는 일정한 효과도 낼 것 같습니다. 더구나 대선 득표율인 51%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중심에 서는 게 집권세력으로서는 가장 성공확률 높은 선거 전술이 되겠지요.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에서 통일 담론과 경제 활성화 담론을 연달아 터뜨릴 때부터 예상됐던 흐름입니다.

'거친 언사'로 목격되는 박 대통령의 긴장감은 야권의 난립 구도가 급변해 지방선거의 기본 틀이 달라진 것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야권의 통합 신당 창당 선언이 나온 이틀 뒤인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진정한 새 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새 정치'를 표방하며 이뤄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결합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 비판한 것이죠. 이날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언급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주문하기도 했는데요, '민생 대 정치'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려는 속내가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정말 민생 돌보기에 충실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초연금법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 정책의 후퇴에 대해선 방향 교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현재의 복지 체계에선 자살한 세 모녀가 혜택을 봤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외면했습니다. 더구나 이날 국무회의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마지막 국무회의였습니다. '책임 장관제'의 약속이 무색하게 유 장관은 '박심(朴心)'을 손에 쥐고 총총히 지방선거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정치 올인', '선거 올인'의 당사자는 바로 박 대통령이라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당면 현안인 국가정보원의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조선일보> 등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문제 삼기 시작하자 여권에서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책임을 회피하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단 "철저한 검찰 수사와 국정원의 협조"를 지시하면서도 책임자 문책은 뒤로 미뤘습니다. 당장 남재준 원장에 대한 경질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남재준 사퇴'를 지방선거 국면에서 요긴하게 쓸 카드로 쥐고 있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일종의 국면전환용으로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연합뉴스

정치적 승부에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한 야권의 무기는 '통합'입니다. 사실 이번에도 야권이 무기력하게 지방선거를 내준다면 총선, 대선에 이은 3연패이자 수권 능력의 상실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런 측면에서, 패배감이 만연하던 야권에 통합 신당 창당 선언을 계기로 활력이 생긴 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지방선거 이후에 지루하게 전개되리라고 점쳐지던 야권 재편기가 훌쩍 앞당겨져 속도전을 내는 것도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점에선 좋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위험부담이 뒤따릅니다. 선거라는 정해진 시간에 떠밀려 급박하게 세력을 합치는 과정이 순탄할 리만은 없습니다. 화학적 결합은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테고, 단시간에 물리적 결합을 하려다보니 여기저기 붙여놓은 이음새에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죠.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 신당의 노선과 정체성은 어디로 맞출 것이냐 등을 놓고 2주간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3월 말 열릴 창당대회까지는 이런 진통이 계속될 겁니다.

이런 이유로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여론조사마다 편차는 있지만 새누리당과 5~10%포인트가량 격차가 벌어져 있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창당 작업을 연착륙시켜 몇 차례 반등의 계기를 포착하지 못하면 구도 정리 효과나 컨벤션 효과로는 이조차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안철수 의원의 위상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입니다. 안 의원이 어떤 자리를 맡고 얼마만큼의 지분을 챙기느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여권이 벌써부터 '도로 민주당'이라는 공격을 가하고 있듯이, 안 의원이 기존 민주당에 흡수되는 모습이 보이면 대중들도 신당에 대한 기대를 빠르게 접을 겁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안 의원의 미래가치가 신당에서 발현될 수 있다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지방선거에 대입해도 마찬가집니다. 신당 창당의 중요한 효과는 지난 총선 및 대선과 다르게 이번 지방선거에 '친노 프레임'이 작동하기 어렵게 한 점입니다. '노무현'이라는 환영을 불러내 손쉽게 승리를 챙겼던 집권 세력의 기본적인 선거 공식이 와해된 겁니다. 통합 신당 창당 세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체한 자리에 안철수 의원을 깃발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친노계 인사들이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게 전체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집요하게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건 좋고 나쁨으로 평가할 문제가 아닙니다.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정당의 주류 세력이 교체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요. 눈여겨볼 건, '이 같은 세력 교체를 이끌 만한 정치력이 안 의원에게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방선거 결과로 가늠될 겁니다. '안철수의 선거'로 치른 지방선거 결과가 괜찮다면, 안 의원의 개인적 정치 활로는 물론이고 신당의 수권 능력까지 제고될 겁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겠죠.

또 한 가지 포인트는 안철수 브랜드인 '새 정치'의 비전이 집단적으로 공유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는 '미스터리'의 영역에 머물던 새 정치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할 책임을 통합 신당이 떠안았다는 얘깁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와는 차원이 다른 의제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신당의 1호 법안이 무엇이 될지 관심이 모입니다. 일각에선 국정원의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상설특검법의 1호 안건으로 추진하는 한편, 민생 관련 법안을 통합 신당의 1호 법안으로 내세울 거란 관측입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국정원과 검찰의 존립 근거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하는 초유의 사태인 건 맞지만, 야권이 선거를 앞두고 이것을 제1의 의제로 삼는 건 위험한 선택입니다. 지난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올인 전략이 노출한 한계로부터 배운 바가 있을 겁니다. '박근혜 의제'와 다른, 야당의 의제를 제출하는 것이 관건일 텐데,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무상 교통'을 들고 나왔습니다. "버스 완전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는 겁니다.

버스 완전공영제에 투입되는 재정 계획 등을 대중들이 수긍하도록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남아 있지만, 복지라는 의제의 지평을 넓히려는 전략적 방향성에선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박 대통령이 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실종된 정부 운영을 하고 있는 마당에 담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해진 시점이니까요.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이 30조 원짜리 용산 재개발 사업을 점화한 것과 맞물려 여야 간에 이슈의 전선이 그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렇듯 정치권의 모든 이슈는 이제 선거를 향합니다. 박 대통령의 방패는 여전히 견고하고 이따금 번득이는 창을 내밀어 선거판을 휘젓습니다. 야권은 ‘안철수 주인공 만들기’에 진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전열 정비에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과 안 의원 모두 누가 등 떠밀어 벌이는 싸움이 아닙니다.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겁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