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면서 한편으로는 위안부 강제 연행이 없었다는 모순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교부는 유감스럽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이러한 발언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스가 요시히데 (菅義偉) 관방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군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거듭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 차원의 위안부 강제 연행이 없었고, 강제 연행을 증명하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제1차 아베 내각이 국회 답변에서 밝힌 바 있다”고 말해 일본 정부가 여전히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대변인은 스가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생존해 계신 피해자 여러분들의 가슴에 또 한번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 배상을 촉구한 유엔 등 국제사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의 진위가 무엇인지 국제사회에 솔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고노 담화를 비롯해 역사 인식 문제, 독도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을 놓고 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날 열렸던 한일 양국 차관 회담도 성과 없이 종료됨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만난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약 3시간 정도 회담을 갖는 전례적인 상황을 연출했으나 현안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역사인식 문제와 과거사 현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자신들의 역사 인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단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일본의 입장이 당분간 합의점 없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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