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BS의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사위’라는 별칭을 얻은 함익병씨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함씨는 최근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많이 했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그의 발언 중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 여성 홀대 발언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전제하고,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궤변-1)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납세와 국방 등 4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궤변-2)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2. 그의 논리대로라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여성들은 투표권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인데요. 여성들이 분노할만 하네요.
⇨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에게도 국방의 의무가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들도 국가의 행정명령에 따라 각종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다만 ‘병역의 의무’가 없을 뿐이지요. 헌법상 여성들에게 병역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합리적인 차별’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함씨의 경우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하려면 그것에 관한 충분한 자료조사를 해야 하는데, 일천한 지식으로 극단적 편향성을 노출하다 보니 국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함씨는 또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이라고 전제하고, “이 중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궤변-3)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사실인가요?
⇨ 함씨가 말한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징병제 국가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요. 위키디피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64개국이고, 이중 남녀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11개국입니다. 주요 국가 중에서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로는 한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스라엘, 대만 등이 있고, 이 중에서 남녀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로는 이스라엘과 노르웨이가 있습니다. 대만은 함씨 주장과 달리 남녀 징병제 국가가 아닙니다.
4. 함씨는 또 투표권이 “정부가 세금을 마구 걷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생긴 것”(궤변-4)이라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은 사실인가요?
⇨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선거권 혹은 투표권이 있었다는 것은 중고생들도 잘 알 터인데 함씨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선진국의 경우에도 양성평등 보통선거권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인정되었습니다.
5. 함씨는 자신의 자녀들이 나이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가 “납세와 국방 등 4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의 논리대로라면 병역의 의무가 없는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또 그의 논리대로라면 직업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저소득층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퇴행적이라는 생각입니다.
6. 세금에는 직접세와 간접세가 있는데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간접세를 내고 있지 않나요?
⇨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간접세를 내지 않는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영유아용품에도 간접세는 부과됩니다. 물론 그 간접세는 영유아가 내는 게 아니라 보호자가 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는 영유아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대신 낸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 내기 전에 투표권을 가지면 안 된다”는 함씨의 주장은 개인소득세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타당성이 없습니다.
7. 함씨는 또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궤변-5)라고 묻고 “플라톤도 독재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이 1인 독재”라는 것입니다.
⇨ 함씨가 맹목적으로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추종하는 것 같은데요. 그것은 맹목적인 사대주의입니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이해하려면 당시 그리스 상황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당시 그리스에는 소피스트들의 ‘극단적 상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플라톤이 이들과 대항하기 위하여 ‘철인정치’를 설파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소피스트의 장점은 ‘다양성’과 ‘상대성’에 대한 존중에 있습니다. 반면 극단적 상대주의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평가할 때도 지나치게 이들의 장점에만 주목해서는 안됩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장점은 ‘보편타당성’과 ‘객관성’에 대한 존중에 있습니다. 반면 ‘다양성’과 ‘상대성’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히틀러가 주도한 나치가 플라톤과 헤겔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8. 나치가 플라톤과 헤겔에 관심이 많았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인데요. 이렇게 보는 근거가 있나요?
⇨ 헤겔은 1770년에 태어나서 1831년에 사망했는데요. 이 시기 그의 조국인 독일은 수많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분열된 조국을 통일시키는 것이었는데요. 이 과제를 풀기 위해 헤겔이 주목한 것이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이었습니다. 플라톤 철학은 극단적 상대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절대적 보편주의의 철학인데요. 결국 헤겔의 소망은 19세기 말에 ‘독일 통일’로 실현되게 됩니다. 문제는 헤겔의 이런 생각이 20세기에 이르러 히틀러에게 계승되었다는 것인데요.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후유증과 천문학적인 배상금 때문에 독일이 고통을 받자 독일을 세계 제일의 국가로 부상시킨다는 미명 하에 플라톤과 헤겔의 절대주의 철학을 자신들의 사상적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9. 최근에 우리나라 일부 보수파 학자들이 플라톤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독재를 고상하게 포장할 수단이 필요했겠지요. 그런 포장지라면 플라톤이 제격입니다. 헤겔의 경우는 마르크스의 사상적 스승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또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독재 포장지로서는 적절치 않았을 것입니다.
10. 함씨는 또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라며, “카이사르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한 후 로마는 더욱 발전했다.”(궤변-6)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은 사실인가요?
⇨ 로마의 경제적 번영과 쇠락에 대해서는 KBS가 지난 1월 2일 ‘부국의 조건- 탐욕의 대가’라는 프로그램에서 흥미롭게 분석을 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지난 15년간 세계 각국의 번영과 쇠락을 추적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하버드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간단명료했는데요. 그것은 일부 소수 계층만을 위한 정치·경제 제도는 쇠락을 가져오고,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번영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11. 로마에서는 ‘부국의 조건’이 어떻게 적용되었나요?
⇨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탄생했는데요. 뛰어난 기술과 경제성장으로 큰 번영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기원 전후 확인된 자료들을 보면 이 때부터 로마 경제가 급격히 쇠락하게 되는데요. 공교롭게도 번영기에서 쇠락기로 접어드는 시기가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변화했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 증거는 은화 주조에 사용했던 납 소비 흔적으로 확인되는데요. 납 소비 흔적은 당시 대규모 화폐유통을 상징했기 때문에, 로마 번영기와 쇠락기의 경제 상황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징표가 됩니다.
12. 로마의 공화정이 황제정으로 전환한 이후 크게 발전했다는 함씨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군요?
⇨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13. 함씨는 또 “더 잘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 민주란 말만 붙으면 최고라고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 그나마 다른 것보다 나으니까 유지된 것이다. 민주정치도 오류가 있다. 자본주의가 지고지선이 아니듯,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궤변-7)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플라톤이 경멸해 마지 않던 소피스트의 극단적 상대주의가 바로 그런 류의 주장입니다. ‘민주주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더 잘살 수 있다면 왕정도 상관없다.’ 소피스트들의 전형적인 극단적 상대주의입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민주주의가 항상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 반대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궤변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독재보다는 민주주의가 좋으므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14.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사태를 보면 한국 수구세력들의 극단적 상대주의를 보게 되는 듯한데요. 이들의 주장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와 같은 극우파 교과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한국 수구세력들의 극단적 상대주의는 일본 극우파들의 인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 유럽 신나치의 인식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일본의 극우파 역사교과서와 한국의 극우파 역사교과서는 이란성 쌍둥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나치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 반인륜적인 극단적 상대주의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헌법상 제도로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나치와 같은 극우정당 출현을 막겠다는 것이 현대 독일 헌법의 정신입니다. 문제는 최근 유럽 극우청년들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독일 헌법 정신에 반하는 극단적 상대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부 극우파들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극단적 상대주의가 확대되고 있는데요. 여성에 대한 극단적 비하, 취약계층에 대한 극단적 비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나치나 일본 극우파의 행태와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동일한 것입니다.
15. 함씨는 또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고,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궤변-8)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박정희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1950년대에 쿠데타를 일으켰다면 실패했을 것입니다. 그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1961년은 미국의 대약소국 전략이 1950년대의 미국식 민주주의 전파 전략에서 1960년대의 묻지마 친미정권 보호전략으로 전환하는 시기였습니다. 1959년 1월 완수된 쿠바혁명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쿠바혁명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1950년대의 미국식 민주주의 전파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전략 전환을 시도했는데요. 그 전환 시기에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습니다.
16. 1950년대의 미국식 민주주의 전파 전략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입니까?
⇨ 미국은 1950년대에 친미정권이 들어선 약소국에 경제원조를 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전파했는데요. 우리나라 이승만 정부에서 보여지듯이 전후의 친미정권은 대부분 독립운동과 거리가 먼 식민지 부역세력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통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했습니다. 결국 정통성과 민주적 정당성의 취약한 정치세력들은 부정부패로 치달았는데요. 이와 같은 모리배 정치꾼들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정권이 바뀌면 친소련정부가 들어설 가능성도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리배 정치꾼들에 염증이 난 미국은 1960년대에 들어와 약소국의 군부쿠데타에 대해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입니다. 부정부패에 찌든 모리배 친미정권보다는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친미정권이 미국에게는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17. 박정희가 운이 좋았다고 했는데요. 경제 부문에서도 운이 좋았나요?
⇨ 경제 부문에서도 운이 좋았습니다. 1960년대 당시 약소국의 경제성장 전략에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입대체형 성장전략이었습니다. 당시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친미정권이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취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중남미의 반미정권들이 수입대체형 성장전략을 취했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미정권들 때문에 골 머리를 앓고 있던 미국이 소련과 중국의 앞마당에 있는 동아시아 친미정권을 도와주기 위해서 이들 국가의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18. 함씨는 또 “모든 학교가 다 자율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궤변-9)다고 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사립학교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함씨가 그대로 전달한 것인데요. 비용은 정부가 다 대고 운영은 자기들 멋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초중고 사립학교 재단의 자율만능론입니다. 또 대학생들과 그들 부모들의 피땀을 쥐어짜서 등록금을 올리고 등록금을 학생들 교육과 복지에 활용하기보다 재단의 부동산 자산 늘리는데 악용하는 사립대학 재단의 자율만능론도 이에 해당합니다. 수구세력들은 초중고 사립학교 재단과 사립대학 재단의 온갖 부정비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형 공익형 이사제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이와 같은 사립학교 재단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19. 함씨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국민교육헌장을 잘 지키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가르”(궤변-10)친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저는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정부 치하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며 월요일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교장선생님 훈화를 들어야만 했는데요. 유감스럽게도 기억에 남는 것이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오직 유일하게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 별명이 ‘장갑차’였다는 기억만 선명합니다. 국민교육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교육헌장과 같은 교장선생님 훈화형 언어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줄 수 없습니다. 그 시간에 재미있는 문학작품을 읽게 하는 것이 백 배, 천 배 더 낫습니다.
20. 1년 3개월 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방송에서 박정희를 노골적으로 미화한 공로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제1호 발탁 인사가 되었습니다. 함익병씨가 설마 이런 걸 노린 것은 아니겠지요?
⇨ 일부 누리꾼들이 그와 같은 우려를 하던데요. 그에게 윤창중류의 욕심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향후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함익병씨는 정치인이 되기에는 공부가 너무 안 되어 있습니다. 과거 선례를 보면 방송에서 극단적 발언을 일삼아서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 몇 명 있었는데요. 함익병씨는 앞으로 정치를 하더라도 그와 같은 부류의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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