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야구와 함께 우리 곁에 찾아온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함성, 나무 배트와 공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경쾌한 소리, 호젓한 외야 잔디 위로 쏟아지는 햇볕과 상쾌한 바람, 잔디의 냄새…. 야구가 돌아왔을 때 봄은 비로소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와 그 따스하고 포근한 존재를 드러낸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토)부터 전국 4개 야구장에서 막을 올린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9개 구단 모두가 우승 후보라고 할 만큼 전력평준화가 이루어졌고,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야구와 함께, 봄을 느껴보자.
'전력 대이동'의 결과는?
지난 겨울, 프로야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 대이동이 이뤄졌다. 500억대 '쩐의 전쟁'이 펼쳐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또한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준척급 선수들의 이동이 있었고, 그외 방출과 트레이드를 통한 자리 바꿈도 활발했다. '국방부 FA'라 불리는 군제대 선수들의 복귀로 전력 보강 효과를 누린 구단도 여럿이다.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전력 대이동'이 펼쳐진 결과, 올해 프로야구 판도는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구단은 지난해 하위권에 그친 롯데, NC, 한화 구단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를 역대 FA 최고액에 붙잡았고, 그외에도 파워히터 최준석을 영입해 타선에 중량감을 더했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장원준과 장성우, 오승택은 각각 팀의 선발진과 타선, 내야진에 큰 도움이 될 지원군이다. 군입대 전 10승 좌완투수였던 장원준은 군복무 기간 동안 바깥쪽 제구가 더 좋아졌다는 평이고, 장성우는 주전인 강민호를 위협할 만큼 공수에서 기량이 성장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팀의 강점인 마운드는 더욱 두터워졌고, 약점인 타선에는 힘있는 타자들이 여럿 추가되면서 파워가 붙었다. 감독 생활 기간 단 한번도 팀을 4강에 올린 적이 없는 김시진 감독이 승부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1군 진입 첫해 4할 승률과 7위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NC도 이번 시즌 4강 후보로 거론된다. NC는 두산에서 FA로 나온 이종욱과 손시헌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두 선수의 가세는 팀의 불안요소인 내외야 수비 강화는 물론, 상하위 타선 강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30대 중반 베테랑으로서 젊은 NC 선수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NC 구단이 기대하는 부분. 여기에 NC는 한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였던 박명환, 두산 좌완투수 이혜천을 영입하며 마운드에도 베테랑 선수를 추가했다. 박명환과 이혜천은 애리조나-대만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연일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NC는 전지훈련에서 치른 13번의 연습경기에서 12승 1무(최근 12연승)의 성적을 거뒀다. 연습경기에서의 상승세를 시범경기와 정규시즌까지 계속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최근 단골 최하위팀으로 전락한 한화 이글스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팀이다. FA 시장에서는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하며 단숨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했다. 정근우는 자타공인 프로야구 최고의 2루수 겸 톱타자이고, 이용규 역시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외야수 겸 1번 타자로 꼽힌다. 지난 시즌 리그 최악의 내외야 수비, 부실한 상위타선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화는 정근우-이용규의 공수주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반적인 수비력의 향상은 한화 젊은 투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군에서 제대한 3루수 김회성과 투수 구본범도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어깨 수술에서 회복중인 이용규는 시즌 초반에는 실전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 이에 시범경기를 통해 시즌 초 이용규를 대신할 중견수-2번타자감을 찾는 게 과제다.
제 2의 호세-우즈는 누구?
올해부터 프로야구는 각 구단별로 3명씩(NC, KT는 4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특히 각 팀마다 1명씩의 외국인 타자를 보유하게 되면서, 구단들은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거물급 외인 타자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올 시즌은 9개 구단 전력이 그 어느 해보다 평준화를 이룬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에 팀마다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전지훈련 기간에는 메이저리거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SK 루크 스캇은 연일 장거리포를 뿜어내며 왕년의 빅리그 4번타자 다운 위력을 과시했고, NC가 영입한 에릭 테임즈도 정교함과 장타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의 외국인 타자 나바로는 영입 당시만 해도 타격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지만, 전지훈련 기간 물오른 방망이를 선보여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투수 중에서는 KIA가 영입한 홀튼과 어센시오, LG의 리오단, 한화 앨버스 등이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한화 펠릭스 피에, 삼성 제이디 마틴 등은 전지훈련 중 입은 부상으로 훈련을 완전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LG도 무릎 부상을 당한 리즈의 이탈로 마운드 운영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는 기량도 중요하지만, 국내 야구와 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야구에 대해 악담을 늘어놓은 아담 윌크(전 NC)가 대표적인 예다. 아담은 영입 당시만 해도 외국인 투수 중 최대어로 꼽혔지만 적응 실패와 인성 문제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반면 마이너리그 경력이 전부인 찰리 쉬렉은 적응력과 친화력을 발판으로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다. 따라서 실제 어떤 외국인 선수가 성공을 거둘지는 시즌에 돌입해서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에 적응할 때까지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주는 구단이나 감독이 많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팀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면 바로 교체 카드를 꺼내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범경기나 스프링캠프 단계에서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를 갈아치우기도 한다. 이에 외인 선수들이 성공적인 국내 무대 정착을 위해서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첫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신인왕 후보를 찾아라
시범경기는 새로운 얼굴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 새로 입단한 신인들은 물론, 그간 1군 무대에서 좀처럼 선보일 기회가 없던 젊은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입단 신인 중에는 한화와 넥센, SK, KIA 선수들이 앞서가는 모습이다. 한화는 시속 150킬로미터 대 빠른 볼을 구사하는 대졸 투수 최영환, 1차 지명에서 발탁한 고졸 좌완 황영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넥센은 1차 지명으로 뽑은 대형 유격수 자원 임병욱과 호타준족의 내야수 김하성이 눈길을 끈다. SK에서는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박민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투구내용으로 눈도장을 찍은 상태다. 내야 보강이 시급한 KIA도 신인 강한울, 박찬호 등을 집중적으로 기용하며 성장을 유도하는 중이다. 그외 NC 신인 내야수 강민국, LG 신인 임지섭과 배병옥도 스프링캠프에서 기대주로 이름이 오른 선수들이다.
입단 2년차 이상 중고 신인들도 이번 시범경기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NC의 6억팔 윤형배를 비롯해 넥센의 광속구 투수 조상우, 군제대한 두산 장민익 등이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삼성 문선엽은 경찰청 복무 기간 타격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 배영섭이 군입대한 삼성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종욱이 떠난 두산 외야는 군제대 2년째를 맞는 박건우가 도전장을 내민다. 박건우는 재능 하나만큼은 기존 주전인 정수빈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 넥센에서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강지광이 '제 2의 박병호'로 한껏 기대를 끌어올렸다.
구멍 메우기와 교통 정리
각 구단이 시범경기 기간 전력상의 약점을 어떻게 메울지도 지켜봐야 한다. 3년 연속 우승팀 삼성은 오승환의 해외진출과 배영섭의 군입대로 투타에 큰 손실을 입었다. 일단 셋업맨 안지만이 마무리로 이동하고 정형식을 톱타자로 기용해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안지만과 정형식 모두 이전에 마무리와 톱타자를 맡아 좋은 활약을 보인 만큼, 구멍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전망. 다만 안지만이 맡던 불펜 필승조 한 자리를 누가 대신할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부상에서 돌아올 권오준, 신예 이현동, 강속구 사이드암 심창민 등이 유력한 후보다.
주력 선수 대부분이 빠져나가며 '오로라 두산'이란 말까지 나온 두산 베어스도 눈길을 끈다. 두산은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해서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전력으로 나서게 된다. 전력의 변동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주력으로 나설 선수 대부분이 매년 2~300 타석 이상 꾸준한 출전 경험을 갖춘 '준주전급'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기존 주전들의 기량이 하향세에 접어들 시점에 단행한 과감한 세대교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범경기를 통해 새로운 두산이 1차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외 에이스 리즈가 부상으로 이탈한 LG는 풍부한 국내 선발 요원들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고, 정근우가 빠진 SK는 나주환과 김성현 등 기존 자원들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새로 가세한 외국인 타자 대부분이 1루수 또는 코너 외야수인 만큼 넘치는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 지도 중요하다. 최준석과 히메네스를 영입한 롯데는 기존 1루 자원인 김대우, 박종윤, 장성호와 포수 장성우 등을 놓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종욱과 테임즈가 추가된 NC도 기존 1루수 조영훈과 조평호, 외야수 박정준과 권희동 등의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2루수 정근우를 영입한 한화는 20억에 FA 계약한 한상훈의 포지션이 해결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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