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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뇌졸중 실직자·장애인 연달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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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뇌졸중 실직자·장애인 연달아 자살

생전에 남긴 말 "미안하지만 전기요금만이라도…"

뇌졸중으로 실직했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한 40대 남성이 5일 번개탄을 피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 또한 20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6일 발견됐다.

 

울산 북구 신천동의 한 주택가 공터에서 윤 모(45) 씨가 자신의 엘란트라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것을 5일 윤 씨의 집주인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제빵 기술자였던 윤 씨는 4년 전 다니던 제과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4대 중증질환 가운데 하나인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월 20만 원인 단칸방 월세조차 1년 반 동안 내지 못했다.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집주인 김 씨가 지난 1월 윤 씨를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로 신청했지만, 윤 씨와 연락을 끊고 살던 부모가 부양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됐다. 대신 윤 씨는 의료비 감면 혜택만 받을 뿐, 현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에 선정됐다. 

 

윤 씨는 숨지기 직전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전기요금만이라도 대신 대줄 수 없느냐"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튿날에는 같은 울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 여성 ㄱ(50) 씨와 아들 ㄴ(28) 씨가 숨진 채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울산시 중구 ㄱ 씨의 집에서 ㄱ 씨와 아들 ㄴ 씨가 숨져있는 것을 ㄴ 씨의 친구가 6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ㄴ 씨의 친구는 "연락이 안 되는 점이 이상해 집주인과 함께 들어갔더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로 미뤄 두 사람이 지난달 초순께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집 안에는 ㄱ 씨가 자신의 오빠에게 남긴 "나 혼자 저 세상 가려다가 아들도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ㄱ 씨는 청각장애·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으며, ㄴ 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ㄱ 씨의 유족은 "ㄱ 씨가 오래 전 교통 사고로 허리를 다쳐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에 이어 복지의 사각 지대에서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관련 기사 : 朴대통령 "세 모녀 자살사건,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

 

윤 씨의 죽음과 관련, 울산 북구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복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집주인 김 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대신 신청할 때까지 숨진 윤 씨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앞서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했어도 탈락됐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어머니가 실직했다면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기초생활보장 제도 수급권이 탈락됐으리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송파 세 모녀의 죽음, 가난한 이에게 칼 겨눈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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