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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경화, 우리가 체스판 말 신세를 피하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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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경화, 우리가 체스판 말 신세를 피하는 길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역사문제로 한미일 동맹 균열 노리는 중국

중국에 두 개의 국가 기념일이 새로 생기게 됐다. 지난 2월 2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매년 9월 3일을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기념일’로, 12월 13일을 ‘난징(南京) 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로 정하는 안을 통과시켰고, 이 안이 이번 양회(兩會)기간에 최종 확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국무원과 난징시 차원에서 진행돼 왔던 기념활동이 국가 차원으로 승격되면서 대국민 역사교육과 일본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정부는 지난 1월 랴오닝(辽寧)성에 이어 2월에도 외신기자들을 난징시로 초청하여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의 현장을 고발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짜인 이른바 ‘외신 난징투어’에는 한국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외신기자들이 참여했고, 이들에 의해 학살 생존자의 증언이나 참혹한 학살 현장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이 밖에도 하얼빈(哈尔滨) 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건립하거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최근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역사문제를 빈번하고도 강도 높게 부각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2월 19일 40여 명의 외신기자를 난징으로 초청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 외신기자들은 이날 오후 난징대학살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구성한 '난징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난징기념관)을 참관했다.ⓒ연합뉴스

이에 대해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중국이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역사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배경에는 또 다른 전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중근 기념관으로 ‘한․중 vs 일’ 구도 형성
야스쿠니 부각시켜 미·일 관계 불화 조성
앞서 언급했지만 지난 1월 19일, 중국은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했다. 이에 대해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안중근에 대해 “우리나라(일본)의 초대 내각 총리대신을 살해했던,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이다”라고 하는 등 기념관 설립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은 "안중근은 역사상 저명한 항일의사"이고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하며 일본의 항의에 반박했다.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상반되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국은 완전히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연히 이 사건은 우리 정부 및 국민들의 대(對)중국, 대(對)일본 인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역사문제에 있어 한국과 중국이 한편이 되어 일본과 대립하는 구도가 강화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 이후 7년 만의 일이었는데, 아베 내각의 우경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중 중국의 반발이 단연 돋보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내외신 기자 브리핑 및 외교부장의 기자 인터뷰 등 다양한 자리에서 외교적 언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비판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중국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참배 관련자들을 블랙리스트로 작성하여 중국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특히 중국의 대응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주재 외교관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부당성을 전 세계인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공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일본의 가장 견고한 동맹국인 미국 내에서조차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안보 문제에 있어 일본과 미국은 동맹국이지만,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들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싸웠던 적대국이었다. 따라서 역사문제가 불거질수록 미국과 일본은 서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참배한 야스쿠니신사에는 1941년 미국 진주만을 기습한 가미가제(神風) 특공대들의 혼령이 합사되어 있다는 점, 미국의 히로시마(広島), 나가사키(長崎) 원폭투하 및 도쿄대공습 등에 대해 일본인의 상당수가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환영하는 미국···한국은 섭섭
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 역사문제가 불거질수록 한일관계가 냉각되곤 하는데 그럴수록 가장 답답한 것은 미국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아시아로의 복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마당에 아시아 진출의 가장 든든한 디딤돌인 한미일 협력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자 우리 내부에서 미국에 섭섭함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는 역사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것이 한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작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비난하는 결의안 내용 중에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 행위들이 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국제질서에 반하는 만큼 미·일 동맹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 과정에서 일본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렇듯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그에 동반한 책임 있는 행동이 이어지지 않는 한 동북아지역에서 역사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자연히 한국과 일본, 미국의 3국 관계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가장 반길 나라는 어딜까?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든 아니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이 발생하든 중국으로서는 '역사 카드'를 통해 짭짤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아미티지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이 한 강연에서 "(야스쿠니) 참배가 중국을 기쁘게 한 것은 틀림이 없다"고 했는데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한 전직 외교관계자는 더 나아가 이렇게까지 말한다.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과 미국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하지만 그들의 최종 목표는 서로 다르며 그들은 서로 이용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미국 사이에 우리(중국)가 이용할 수 있는 어떠한 모순도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은 하되 항상 넓은 시야로 전체 판을 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G2라는 두 경기자가 만들어가는 체스판에서 그들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말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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