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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십자 실무접촉 거부가 삐라 때문?

정부 "대북 전단은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북한이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했다. 북한은 지금은 실무접촉을 가질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북한의 이번 거부 조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포함해 대북 전단 살포 등 북한을 자극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회는 6일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환경과 분위기가 아니라면서 “현 남북관계로 보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적십자 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적십자 실무접촉이라는 형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협의 자체를 거부한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 협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고 협의의 틀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관계기관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회담 형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2월 12일 이산가족 상봉을 확정한 남북 고위급 회담 수준의 협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 현안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비롯해 산적한 남북 현안을 일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틀에서 상봉 정례화 문제도 협의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 방치가 능사? 

한편 이 당국자는 “북한은 어제(5일) 오후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국방위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내온 바 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논의할 환경과 분위기가 아니라고 밝힌 이유 중 하나로 대북 전단 살포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 전단은 지난 3일과 4일 강원도 인근에서 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과 같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민간단체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지난 2월 14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상호 간 비방·중상 중단’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당시 합의한 것은 당국 간 비방·중상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민간단체나 언론의 행태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단체나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당시 회담에서 북측에 설명한 바 있다”며 북한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설명한 대로 현행법상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 사안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면 정부가 민간단체에 자제 요청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임진각에서는 남한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안전을 명목으로 대북 전단 살포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바 있다. 

이처럼 현행법으로 살포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다른 수단을 이용해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민간단체에게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은 곧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자극하는 조치는 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달성하겠다는 일종의 ‘북한 굴복시키기’ 전략이 대북 전단에도 투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불편하게 여기는 북한 인권법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모두 하면서도 정부가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따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협의 대상인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 간 긴장을 높여 상봉 정례화 합의는커녕 자칫 추가 상봉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유연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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