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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디스'의 정글, 들어오는 자 다 내려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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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디스'의 정글, 들어오는 자 다 내려놓으라

[TV PLAY] MBC <라디오 스타>의 '단춧구멍 특집'

출연진이 아니라 특집 제목을 보고 기대가 되는 건, MBC <라디오 스타>의 장점 중 하나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게스트들을 하나로 묶는 제목은 때로는 그 어떤 멘트보다 웃기고 가끔은 그 주의 시청률을 책임지는 ‘신의 한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석천, 염경환, 숀리, 윤성호 등 민머리 게스트를 초청해 2013년 첫 방송을 ‘둥근 해가 떴습니다’ 특집으로 꾸렸던 <라디오 스타>가 이번에는 눈이 작은 게스트들을 불러 모은 ‘단춧구멍 특집’을 마련했다. 게스트의 외모를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게스트들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느니라’고 경고하는 예고편과도 같은 제목이 아닐 수 없다.

▲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홍진경, 박휘순, 윤형빈(왼쪽부터). ©MBC

MC 윤종신이 “단춧구멍 10개를 모아놨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번 주 방송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단 소개 멘트부터 만만치 않다. “전지현 옆에서 조니 뎁 닮은” 홍진경, “단춧구멍보다 더 작은 바늘구멍 눈”을 가진 박휘순, “김홍도도 울고 갈, 붓 하나로 김연아와 박지선 사이를 오고 가는” 가인, “격투기 한 번 잘해서 녹화에 끼게 되었다”는 윤형빈, “아이돌계의 한무”라 불리는 이민우를 소개하며 <라디오 스타>는 잠시 잃었던 초심을 되찾은 것 같았다. 생각나는 대로 맥락 없이 던지고, 안 웃기면 게스트 탓으로 돌리고, 앉기도 전에 몰아가기 공격을 시도했던 그 시절의 <라디오 스타> 말이다.

▲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가인. ©MBC
MC들의 쉴 새 없는 공격에 홍진경과 박휘순은 일찌감치 ‘셀프 디스’를 감행했다. 그동안 <라디오 스타> 출연을 몇 번이나 번복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진경은 “그러게, 탑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라고 받아쳤다. “미래의 신혼집이라 배우자 외엔 초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 박휘순에게 김구라는 “그럼 여자는 어디서 만나나? 대실하고 그러나?”라는 말을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결국 박휘순은 “그럼 가봤지, 안 가봤어?”, “대실해야죠, 뭐”라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오프닝 때만 해도 “잃을 게 없다”며 오히려 홍진경을 걱정하던 박휘순은 20분 만에 “오늘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나다. 엉망진창이 됐다”고 자폭했다.

언제나 <라디오 스타>는 흐름과 구성이 존재하지 않는 토크쇼였지만, 이번 주 <라디오스타>는 유난히 공격, 공격, 그리고 또 공격만이 오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휘순이 존재했다. 토크분량만 따지면 홍진경 위주의 토크쇼였을지 몰라도, MC와 게스트의 온갖 공격과 질타를 견디며 웃음을 희생한 게스트는 박휘순이었다.

박휘순은 MC들이 공격하면 더 크게 받아치고, 다른 게스트로부터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으면 당황하고, 심지어 방송의 재미를 위해 급한 ‘볼일’까지 참아냈다. 박휘순이 화장실에 가도 되겠냐고 정중히 부탁하자, MC들은 좋은 먹잇감을 물었다는 듯이 갑자기 질문 폭격을 던지기 시작했다. 7명의 여자 연예인 리스트를 읊으며 그녀들에게 들이댄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라는 요청을 비롯해, 마치 스피드 퀴즈를 풀 듯 “하나만 더”를 외치며 몇 개의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이민우. ©MBC
가인이 출연한 신작 영화의 VOD 서비스가 벌써 개시됐다는 소식에 “이 정도면 이미 개봉 전에 VOD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라고 짓궂게 놀리는 윤종신이나, 격투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물으면서 “어디 소년원 같은 데 다녀 왔냐”고 공격하는 김구라나, “사실은 얘 전과 있어요”라며 죄 없는 윤형빈을 제물로 삼는 박휘순이나, 이 날 <라디오 스타>는 정글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웃다가 흘러간 한 시간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홍진경이 직접 드라마 섭외를 부탁하고 매번 여행을 함께 갈 만큼 관계가 돈독한 조세호, 남창희, 박휘순, 김인석이 동반 출연하는 ‘절친특집’을, <라디오 스타> 측에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설사 분량의 절반 이상이 ‘비방용’이 될지라도, 웃음의 강도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방송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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