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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셋째아들' 손학규, 최종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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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셋째아들' 손학규, 최종 행보는?

[전망] "내부 시위용", "가출 명분 쌓기"…해석 분분

최근 한나라당과 정치권 최대의 화두 중의 하나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다. 손 전 지사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측근들도 여권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손학규발(發)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끝없이 정치권 안팎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룰과 시기 결정과 관련해선 '경선 불참 가능성'이라는 고강도 압박 카드를 내놨고, 박근혜-이명박 등 선발주자들에 대한 정체성 공세도 대단히 수위가 높아졌다.

손 전 지사가 보인 최근 일련의 행보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는 오는 3월10일까지 경선방식 및 시기를 결정하기로 한 상태. 게다가 손 전 지사에게 매우 불리한 '6월 경선 실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그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특히 이명박 전 시장 쪽이 요구해 온 '6월 경선'과 박근혜 전 대표 쪽이 요구해 온 '현행대로의 경선 실시' 사이에 '빅딜'이 이뤄질 경우 손 전 지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역전의 시간이 필요한 손 전 지사는 '9월 이후 경선, 100%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내달 10일까지 경선 룰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이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손 전 지사로서는 경선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그의 '승부수'는 이런 조건에서 시작된 셈이다.

연일 고강도 발언

손 전 지사의 강공은 27일에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포럼' 특강에서 "지금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상당수가 대세론에 안주해 정권교체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에 보수주의를 착각하고 있다"면서 "60~70년대 권위주의, 개발주의, 냉전사고로 돌아가려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꼴통"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검증논란 뒤처리 과정에 대해 분명한 비판을 해야 했다"면서 "아무나 법과 원칙을 말할 수 없다. 이 나라의 법과 원칙을 세울 수 있고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위증교사 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전 시장과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해 온 박근혜 전 대표를 함께 비판한 것.

그는 또한 "노무현 정부가 엉망이라고 해서 우리는 거꾸로만 가면 된다며 북한을 옥죄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도 문제"라면서 "6자회담 타결에서 보듯 적극적으로 북한의 경제기초를 다져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게 시대의 흐름"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 27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포럼'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세기 광개토전략과 대한민국 선진화의 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에 한나라당을 위시한 기존 보수세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반면 범여권에선 그의 행보에 상당한 의미부여를 해 왔다. 여론의 추이도 이를 보여줬다. 최근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그가 1위를 달리는 역설적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

요컨대 한나라당의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현 구도에서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지난해 경기도지사 퇴임 이후 그가 보여 온 행보를 한나라당 이탈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 용'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그가 대선주자로서 보인 첫 작품인 '100일 민심대장정'은 한나라당 내에서의 활로가 얼마나 좁은가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손 전 지사는 모처럼 뉴스의 중심에 섰고, "신선하다"는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 '마의 지지율'이라는 5%대의 지지율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자력으로 만들어낸 분위기 반전의 토대는 '절반의 성공'으로만 평가된다.

이명박-박근혜라는 거대한 기득권 앞에서 '손학규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것. 오히려 손학규의 대선 전망을 열어준 것은 범여권의 상황변화였다. 고건 전 총리의 낙마로 무주공산이 된 '중도' 싸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 전 지사였다.

게다가 6자회담 타결 등 한반도 정세가 북한 핵실험 국면과는 확연히 달라지면서 "햇볕정책은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한 그의 주장은 범여권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나라당 내의 주류세력은 "여당과 똑같은 주장"이라며 손 전 지사를 비난한 반면, 여권에선 러브콜이 쏟아졌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2월 초 "한나라당에 어울리지 않는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손학규 영입론'에 불을 지폈고 정병헌, 정봉주 의원 등도 연이어 손 전 지사의 여권행을 재촉해 왔다.

물론 정세균 우리당 의장이나 탈당 이후 제각각의 행보를 걷고 있는 김한길 의원, 천정배 의원 등으로부터 반대론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손학규 영입론'을 둘러싼 여권의 찬반논쟁 자체가 손 전 지사의 몸값과 그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학규 '양날의 칼', 어디로 향할까

이런 과정을 거쳐 손 전 지사는 현재 '양날의 칼'을 손에 쥐었다. 그가 실제로 경선에 불참할 경우 한나라당 대선경쟁은 박근혜-이명박 간의 이전투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손 전 지사 측이 "당 지도부가 결국 경선시기는 늦추고 국민참여비율을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은근한 자신감을 보이는 내막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또한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당을 뛰쳐나갈 명분도 구축했다. 이는 대선구도의 폭발력 있는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손학규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손 전 지사 본인은 여러 차례 "살아 온 길로 판단해 달라. 정도를 걷겠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선 '가능성' 자체가 힘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가 쥔 양날의 칼은 그 자신에게도 향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을 둘러싼 '게임의 법칙'이 그의 주장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가 문제다. 당에 눌러 앉아 들러리로 전락하거나 각종 비난을 무릅쓰고 탈당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어떤 선택이건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치권 밖의 시각은 엇갈렸다.

경기대학교 박상철 교수는 "지금 이 정도의 명분으로는 독자적 행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스스로 손 전 지사에게 나갈 명분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선방식 논란이 이명박-박근혜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만큼 손 전 지사는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상철 교수는 "원래 셋째아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데 손 전 지사의 경우에는 스스로도 정책과 이념이 한나라당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사고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실제로 '가출'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반면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막상 여권으로 온다고 해도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 여권의 기득권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손 전 지사가 움직일 공간이 크지 않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관건은 손 전 지사 본인의 결단보다 외부의 상황적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탈당의 '명분'과 그에게 유리한 쪽으로 범여권의 지형변화가 동시에 수반돼야만 손 전 지사의 결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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