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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민정당이길 포기했나

[토지+자유 비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부동산 시장 ‘비정상화’로 가는 길

국토부는 지난 19일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조합원 신규 분양 확대 등이 포함된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재건축 활성화 종합 선물세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의 다양한 재건축 활성화 유인책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서,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 즉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주택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촉매제, ‘강남 재건축’

국토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 흐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흐름이다. 4.1 대책 이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시종일관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공유형 모기지 도입 등은 모두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었다.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의 뇌관 구실 역할을 해왔던 강남 재건축 시장을 부양하여 침체에 빠져있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해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로 인한 혜택이 강남뿐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재건축 단지에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누진적으로 환수하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과이익 규모가 큰 강남의 재건축 단지에 폐지의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더 많은 초과이익을 보장해주어서라도 침체에 빠져있는 부동산 시장 전반을 띄워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정상화를 위한 조치인가?

또 다른 흐름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와 ‘규제완화’ 흐름이다. 정부는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계획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계획 하에서 국토부는 정상화해야 할 비정상의 한 부문으로 ‘재건축’ 분야를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시장 과열기(2006년)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비상 조치적인’ 제도라고 보고, 투기 우려가 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폐지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토부의 설명대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비상 조치적인 규제일 뿐이며, 정부가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반드시 폐지해만 할 규제인 것일까?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규제는 필요하다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도 그렇듯이, 정부는 한국 경제 시스템 전반에 있어서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히 폐지하여 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의 기준은 무엇일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그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규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규제는 우리의 시스템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다시 말해 경쟁을 보장하고, 힘의 남용을 막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규칙이다. 규제가 없으면 시장이 효율적인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 각양각색의 시장 실패가 만연한다.” (불평등의 대가 199페이지)

스티글리츠의 규제에 대한 정의를 곱씹어 보면 정상적인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부의 규제는 정상적인 시장을 만드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규제가 없으면 시장은 경제적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향되어 작동하게 되고,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난무해지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궁핍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의 시장실패가 필연적으로 나타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규제의 필요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해당 규제가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주요과제중 하나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필요함과 불필요함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는 있어도-결국 스티글리츠가 말하는 ‘규제’와 동일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부동산 시장의 필수 규제 장치

한국 경제에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장실패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부동산 시장 영역인데, 그 핵심 원인에는 언제나 토지 불로소득 추구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얻는 정상적인 이익보다는 비정상적인 토지 불로소득을 추구하기가 쉽다. 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한국 경제 비정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 지대추구 행위의 대표적 사례이다. 지대추구 행위는 경제성장과 무관하고, 특히 부동산에서의 지대추구 행위가 만연하면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져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실패의 핵심 원인인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필수이다.

재건축 시장에서 토지 불로소득은 ‘초과이익’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재건축 과정에서 정부가 용적률을 상향시켜 주면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초과이익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토지 불로소득의 한 형태이다. 이것을 개인이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정상적인 이익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비정상적인 초과이익을 얻기 위해 더 애를 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필연적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에서 목도했던 투기 열풍의 이면이다.

따라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시장의 시장실패를 방지하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토부의 주장대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이고, 투기 우려가 적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은 더 비정상화 될 뿐이다.

만약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가 정말 필요한 상황이라면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아닌 다른 정책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에 포함되어 있는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라든지, 조합원 신규분양 확대와 같은 정책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수단들도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시장에 맡겨놓으면 서민들에게 필요한 소형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투기성향이 높은 시장 참여자들은 더 많은 토지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다주택을 보유하려는 의욕이 강해져 시장실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여 사용해야 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등 재건축 규제 완화로 강남 재건축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와 비강남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송파구 잠실 5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민 정당이기를 포기한 민주당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얼마 전까지 ‘재건축을 통한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한다’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에 반대하다가 국토부의 업무보고가 있은 지 만 하루만에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다.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인 장병완 의원은 30일 “부동산을 비롯해 경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관련 정책 역시 그 같은 변화에 맞춰야 한다. 경제는 이념과 다르다”고 말하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책위의장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고려할 때 이는 민주당의 입장이 사실상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이렇게 입장을 바꾼 근거는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다시는 투기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결국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여 더 많은 표를 얻어 보겠다는 욕망을 드러낼 뿐이다. 민주당이 진정 서민 정당임을 자부한다면,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 정당이라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반드시 사수해야만 한다.

[토지+자유 비평]은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쓴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정의 철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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