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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마저 대기업 손에 맡길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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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마저 대기업 손에 맡길 순 없잖아요!"

[이 주의 조합원] 생명의 숲 유영민 정책기획실장

"국토의 70%가 산이라는데,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방치돼 놀고 있는 거…"

지난 20일 서울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만난 유영민 '생명의 숲' 정책기획실장은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으며 지적을 했다. 

"놀고 있는 거 아닌데요."

맞다. 산은 언제나 그냥 그렇게 있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뿜어내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해 정화하고 빗물을 저장해 두고 있다가 서서히 유출해 홍수 조절 기능을 하며 이 과정에서 산성비를 1급수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산사태가 나지 않게 땅을 쥐고 있으며 각종 산림 동물들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기능을 한다. 요즘은 등산, 캠핑, 산림휴양 등 각종 레저와 휴양, 치유의 공간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산림청에서 계산을 해봤더니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109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누가 감히 "국토의 70%가 놀고 있다"고 할 것인가.

물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기능은 산의 수풀들이 한다. 벌거숭이 민둥산이 아닌 녹음이 우거진 숲이 하는 일이다. 이번 주에 만난 조합원은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활동을 주로 하는 생명의 숲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영민 정책실장이다.

생명의 숲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숲 가꾸기 공공근로'가 계기가 돼 설립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겪으며 산하 곳곳이 민둥산으로 벌거벗겨졌다. 그러나 매우 강력한 산림 녹화 정책으로 인해 지금은 기적적인 녹화율을 이룩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숲 가꾸기가 필요해졌다. 마침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늘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한 숲 가꾸기에 공공 정책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숲 가꾸기'는 어떤 것일까. 나아가 숲 가꾸기 자체가 반생태적인 것은 아닐까.

"독일 남부 지방에 흑림이라고 유명한 숲이 있습니다. 주변 공업 지역 오염으로 인해 산성비가 내려 황폐화 된 산림에 독일가문비, 전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인공림이 생태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수종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숲도 자연적으로 성장해온 것은 아닙니다. 산이 헐벗었던 시기 토양이 척박하기 때문에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아카시아, 리기다소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었습니다. 이런 숲을 생태적으로 건강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숲들에는 토착 수종을 심는 등 수종 다양화 내지는 변경을 통해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게 도움을 줘야합니다. 물론 생태적으로 보전해야 할 숲들도 있습니다. 인위적인 조림 없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이미 건강한 숲들은 철저하게 보전해야죠. 그런데 보전해야 할 숲과 인위적으로 가꿔야 할 숲을 잘 구분하지 못 해 문제가 생기죠."

유 실장은 목재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나 책상처럼 우리는 불가피하게 나무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나무입니다. 펄프를 포함해 목재 자급률은 20%가 되지 않죠. 동남아시아, 미주, 뉴질랜드에서 수입이 되는데 이 중에는 불법 벌채가 문제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죠. 외국에서 나무를 덜 들여오는 한편 우리 필요에 맞는 나무를 가꿔서 사용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유 실장은 산림과 숲에 관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녹화 사업으로 인한 산림의 수목 연령이 30년을 넘어 가고 목재 자급률을 높이려다 보니 벌채의 유혹이 늘어나고 있다.

"나무 베는 제도를 수령에 따른 벌채에서 직경 기준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산림의 나무를 우후죽순 베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산림의 나무는 정부에서 다 심고, 가꾸는 것도 정부에서 가꾸고, 베고 나면 심는 것도 정부에서 합니다. 이러면 산주들은 그냥 앉아서 돈을 벌게 되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죠. 산지 소유는 산주가 하되 산림에 대한 지상권은 공기나 물처럼 공공재로 접근해야 합니다. 뉴질랜드나 일본에서는 산림의 탄소 흡수량도 공공재로 봐서 국가가 다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유 실장은 '산림 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산림과 숲은 휴양과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노약자, 어린이, 계층별 복지를 하듯이 산림복지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합니다. 숲을 활용해 교육과 휴양, 건강, 치유, 에너지 공급과 같은 많은 복지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치유의 숲, 숲 유치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복지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면서 대기업에게 국유림을 무상 제공하고 시설을 BTL 방식으로 운영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산림이 대기업의 고급 리조트가 되는 겁니다. 산림의 이익이 대기업의 돈벌이에 이용당하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유 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림과 숲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과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 실장은 산림자원학을 전공한 전문가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이론을 실천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에서 거주 중이다. 생명의 숲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아래. 출퇴근 시간만 2시간이 걸리는 '주도야촌'생활을 하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2000년 양평의 한 마을로 귀촌해 마을 공동체 활동을 했었다고. 녹색체험관광 등의 사업을 펼쳤으나 2003년 생명의 숲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그냥 마을 주민"이라고 한다.

유 실장은 3~4년 전부터 프레시안을 열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프레시안이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좋은 매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조합원에 가입했다.

"한국 사회에 좋은 매체가 드물잖아요. MBC, KBS 등은 권력에 휘둘리고, 한겨레도 내부적 비판과 혁신의 노력을 해왔지만 광고 의존의 한계를 갖고 있고. 좋은 매체가 많아져야 하는데 계속 어려운 조건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이 된다고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조합원에 가입했습니다."

북스의 인문서적 서평을 즐겨 보고, 토론회나 간담회 기사를 많이 보는 편이라는 유 실장은 프레시안의 편집 방향에 대한 당부 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뉴스의 패턴이 조금 변한 것 같아요. 물론 뉴스를 빨리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전해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유 실장은 앞으로 조합원들에게 숲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양평으로의 긴 퇴근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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