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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반도, '이집트 알카에다' 거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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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반도, '이집트 알카에다' 거점 되나

[주간 프레시안 뷰] 미국, '이집트 군부' 눈치보기에 급급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 <프레시안 뷰> 보기)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성지순례 코스'로 유명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 타바의 국경검문소 인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탄 테러를 당해 한국인 3명이 사망했습니다. 30여 명의 관광객 중 15명은 폭발물이 몸에 박히는 등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테러 현장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불과 200미터 정도 떨어진 검문소로 군인들이 지키는 곳입니다. 관광버스는 '출애굽기'를 재연하듯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코스를 밟고 있었는데요. 여행사에서 '시나이 반도가 위험한 관광지라고 해도 이 코스만큼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폭 테러'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제 시나이반도에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일단 누가 이번 테러를 일으켰는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지요. 이집트 당국이 수사를 하기도 전에 범인이 스스로 정체를 밝혔습니다.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 지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체는 2월 18일 아예 자신의 홈페이지에 성명까지 내고 "우리 단체의 영웅 중 한 명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관광버스를 폭발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국고를 약탈하고 국민 이익을 돌보지 않는 배신자 정권에 대한 경제 전쟁의 일환"이라고 친절하게 '범행 동기'까지 밝혔습니다.

나아가 ABM은 추가 테러를 경고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모든 관광객들이 떠나는 데 나흘의 시간을 주겠다"면서 "(떠나지 않으면) 약속한 대로 더 큰 쓰라림이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했습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경고가 엄포가 아니고, 가공할 '테러 능력'을 지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나일 델타 다카리야 주 주도 만수라의 경찰본부 청사 테러 사건과 지난해 9월 수도 카이로에서 벌어진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 암살 시도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과시한 것입니다.

▲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검문소 앞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완파됐다. ⓒ연합뉴스

실패한 '아랍의 봄', 군부 재집권이 배경

이들이 이집트 정권에 대해 '경제전쟁의 일환'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테러를 서슴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이집트의 정국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의 열기를 타고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집트에서 '아랍의 봄'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노쇠한 무바라크가 물러났을 뿐, 군부세력이 장악한 권력의 구조가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2012년 7월, 무슬림형제단이라는 거대 이슬람 세력을 기반으로 한 무함마드 무르시가 '아랍의 봄'의 혁명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으나 지난해 7월 군부의 쿠데타로 쫓겨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는 '정치적 내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어찌 됐든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회와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무력화됐기에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력은 현재 군부의 '과도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적 내전'은 격렬한 반정부시위와 끔찍한 유혈 진압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가뜩이나 불안한 이집트 치안은 더욱 취약해지고, 시나이반도처럼 땅은 넓은 데 인구는 거의 없는 곳은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해방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삼각형 모양의 시나이반도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동부와 아라비아 반도를 잇는 지역으로 유럽 쪽의 지중해와 홍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시나이 반도가 가로막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수에즈 운하입니다. 시나이반도와 수에즈운하의 위치가 말해주듯 이 일대는 에너지 수송과 군사적으로 주요 통로가 되는 곳이며, 이집트의 주요산업인 관광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무장세력 '해방구' 된 시나이 반도

시나이 반도는 남한의 3분의 2 크기인 6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60만 명 정도밖에 살지 않고 대부분이 산악과 황량한 벌판인 미개발지역입니다. 이집트 본토가 시끄럽다 보니, 이 지역은 치안이나 군사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서 무장 세력을 소탕하겠다고 여러 번 작전을 펼쳤지만, 이를 비웃듯 시나이반도에서 이슬람 무장 세력들의 위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ABM이 2012년 1월 창설돼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시리아의 알카에다' 알누스라전선,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를 저지른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리비아 동부의 안사르 알샤리아 등처럼 '이집트의 알카에다'로 중동 일대에 영향을 미칠 '연계 테러 조직'의 성격을 가진 세력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알카에다의 본거지가 된 지역에서 넘어온 무장세력이 ABM과 결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버스 테러가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벌어진 것은 이스라엘에도 타격을 줄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있고, 이스라엘과 철천지 원수지간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와 연계됐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시나이 반도는 이스라엘이 봉쇄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연결된 '밀수터널'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터널을 통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필요한 생필품 등을 들여오고 있는 것이죠. 이집트 군부가 최근 일대의 터널 대부분을 파괴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 때문에 하마스가 보복을 위해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의 추가 테러가 이어질 경우 1990년대 무바라크의 '철권통치' 속에서도 벌어진 연쇄 테러처럼 이집트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1997년 외국인 58명과 이집트인 4명 등 62명이 숨진 '룩소르 테러' 같은 대형 테러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는 4월 전후로 예정된 이집트 대선에서는 군부 최고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가 권력을 잡는다 해도, 시나이 반도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반정부 투쟁 거점이 된다면, 이집트 차기 정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됩니다.

특히 이집트 경제의 20%나 차지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관광산업이 테러의 우려로 위축돼 사회적인 불안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집트 관광산업은 지난 2007년 사상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한 뒤 3년 만에 1470만 명까지 급증하며 2010년 관광 수익은 120억 달러(13조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무바라크 퇴진 이후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1년 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외국인은 30%가 넘게 감소해 1000만 명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관광객은 이슬람주의를 강화하던 무르시가 군부에 축출되고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946만 명까지 줄었습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이집트에서 관광산업 위축은 실업률과 직결됩니다. 이집트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도 13%가 넘지만 청년 실업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민주주의, 갈수록 후퇴 우려

이집트 경제까지 흔들리면,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갈수록 후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투쟁에 앞장섰던 이집트 야권의 가장 유명한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는 아예 무르시를 군부가 축출해 줄 것을 요청했는가 하면,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엘시시에 대해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하며 "엘시시가 대선에 출마하면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랍의 봄'으로 치러진 2012년 대선에서 무르시가 당선될 때, 사바히는 무바라크 측근이었던 후보에 이어 3위를 했던 인물입니다. 이번 대선에도 사바히는 출마를 할 예정이지만, 이집트 정가에서는 그가 차기 총리 자리를 보장받고 출마하는 '들러리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대외관계에서도 이집트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엘시시 정권'의 이집트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이냐는 점입니다. 2월 13일 엘시시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 이집트 국민의 운명을 책임지는 임무를 떠맡은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그리고 러시아 국민의 이름으로 대선 승리를 기원한다"고 공개 지지하며 엘시시를 이집트의 차기 대통령처럼 대접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쿠데타'라고 부르지도 못하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부 유보하고, 엘시시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도 보이지 않는 '어정쩡한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푸틴, 엘시시를 '이집트 차기 대통령' 대접

이집트 군부는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조치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옛 동맹인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해 엘시시와 회담하고 무기 거래를 비롯해 안보, 경제, 원자력 협력 등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고위급 인사의 이집트 공식 방문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집트는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영향으로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까지 구소련과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나세르가 사망하고 안와르 사다트이 들어선 뒤 친미정책으로 돌아섰고, 사다트 정권은 아랍국가로는 최초로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군사 원조를 받고 있습니다. 사다트의 친미 정책 이후 이집트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으로부터 군사 원조를 포함해 연간 2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엘시시의 러시아 방문은 미국으로부터 이집트가 독립적이라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힘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의 공식적인 방문 목적인 무기구매 협상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신문은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자금 20억 달러는 걸프연안 국가들이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무기 구매 협상은 이집트 군부가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집트와 러시아의 관계 회복 움직임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전통적인 아랍 동맹국들로부터도 무시되는 상황에서 '대중동권'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포석으로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적 공격 카드를 무력화시키고, 알제리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등 '대중동권'에서의 미국의 힘을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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