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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놓고 휴대전화 감청까지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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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놓고 휴대전화 감청까지 하겠다고?

[기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문제 있다

한 달여 전 즈음, 국정원 개혁 특위 진술인 자격으로 국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이버 테러의 대응 체제에 대한 진술 준비를 해간 나에게, 공청회장에서 날아온 질문은 뜻밖에도 '감청'에 관한 것이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통신비밀보호법을 공부해 온 한 사람으로서 난데없는 질문에도 답을 못할 바는 아니었으나,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긴 했다. 왜냐하면 나름 성의 있게 대답하는 바람에 급기야 새누리당 간사께서 발언 중단을 요청하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소동은 점심시간 이후 속개된 공청회에서 새누리당이 최근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극구 강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TV에서만 보아오던 유명한 새누리당 의원은 "개정안이 상정하고 있는 '3자(법원, 수사기관, 통신업체) 인증 방식'의 남용 가능성이 '0%'가 아니냐"고 수차 질의해왔다. 이에 대해 나는 "0%라고 어찌 단정할 수 있겠냐"고 반박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한 달여를 보내고 난 오늘에 와서야, 그 개정안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통신사가 감청하고, 국정원은 넘겨받고

개정안의 내용은 실로 간명하다. 앞으로 모든 통신 사업자들은 자신의 회선에 감청 장비를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억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며, 감청 장비 구비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휴대전화 감청을 위함"이라고 제안 이유서에 적혀있다. 즉 수사기관이 자체 감청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으니, 통신업체가 대신 감청하고 수사기관은 감청 파일을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이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관련 기사 : "국가정보원의 직접 감청 시대가 열린다")

▲ 최근 새누리당은 민간 통신사가 휴대전화를 감청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내놨다. 사진은 2013년 11월 4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 정부 도청 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진보네트워트센터, 한국진보연대 회원들이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 소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국정원은 보유해온 감청 장비를 폐기하고, 휴대전화에 대해서만은 통신 제한 조치 허가서(감청 영장)를 신청하지 않는 정책을 일관했다. 진정 국정원이 자성해서 이러한 정책을 폈는지 의문이나, 결국 금번 개정 이유서에 의하면 더 큰 '득템'을 위한 전술이었던 것이 된다. 역시 국정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국정원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 시국에, 이번에는 '대놓고 감청'까지 하겠다니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관련 기사 : 노회찬-황교안 희비, 8년이 지나도 'X파일'은)

나아가 개정안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의원이 언급한 '3자 인증 제도'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구체적인 절차는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되어 있어, 아직 '3자 인증'은 그냥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인 모양이다. 결국 개정안은 5400만 국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모든 회선에다 모조리 감청 장비를 달겠다는 내용뿐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고 했던가? 실제 감청은 통신회사가 해야 하고 국정원은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된다. 단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법원 감청 신청 기각률 2%, 유출 막을 자신 있나?

그런데 법원의 통제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참으로 큰 문제이다. 2013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국정원의 신청이 무려 99%나 되는 감청 영장의 경우, 법원의 기각률은 겨우 '2%'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자면, 그 남용 가능성이 '0%'에 육박하게 될 우리의 기대주인 '3자 인증'의 참뜻은, '99%'나 영장을 신청하는 국정원과 겨우 '2%'만 기각하는 법원, 그리고 불응 시 '20억 원'의 철퇴를 맞게 되는 통신회사, 이 3자의 인증인 것이다. 참으로 가관이다. (관련 기사 : 구글과 페이스북이 당신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다면?)

마지막으로 최근의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대란을 생각해 보라. 인재(人災)의 발생은 법과 제도로 막아낼 수 없다. 사기업이 관리하는 '개인 정보 파일'이 유출되어도 말 그대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사기업이 관리하던 '통신 감청 파일'이 유출된다면 우리는 이를 도대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또다시 '초유'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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