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6차산업'을 좋아한다. 대선공약, 국정과제, 농정사업계획에 걸쳐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아예 지원특별법까지 만들어 '6차산업화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일단 정부가 생각하는 '농업의 6차산업화' 중심에는 '농민'이나 '농촌'은 없다. 그 자리는 대신 '기업'이나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농업 선진화'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자본력 있는 기업'을 농업경제학과 농촌사회학의 전면에 포진시켰다.
정량적 정책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2017년까지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농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농촌지역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낯선 창조경제적 청사진을 일방적으로, 무책임하게 내질러놓고 보는 모양새다. 이전 정부부터 강행하고 있는 '강소농 육성사업' 등 기업화 농정의 시행착오와 한계는 적지 않다. 애초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중소농의 처지와 수준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따라가기 힘겹다. 무엇보다 '농기업'에 초점을 맞춘 '산업화 농업'은 근본적으로 '중소농 본연의 공동체 농업'과는 체질적으로 상당한 괴리와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와 농업계도 6차산업화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6차산업의 범위와 개념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나오고 있다. "농촌의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제조·가공해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와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6차산업에 대한 정의가 "그저 막연하고 막막하다"는 걱정이다. 무엇보다 '100억 원 이상 매출규모의 6차산업화 주체 1000개 육성'이란 정책목표는 선언적으로 들린다. 농촌과 농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농기업화 법인에 대한 편중 지원'으로 자칫 판 자체가 경도되거나 파행화될 위험 또한 적지 않다. 가령 '농업기업의 소득향상이 관련 농가들의 소득향상과 직결되는 후방효과 등의 연계성'도 실증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다. '낙수(trickle-down)효과'의 오류를 역시 경계해야한다는 우려다.
농민들은 정부에 당부한다. '농업의 6차산업화 정책'은 시행 이전에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방법론의 정립과 검증부터 선행해야 한다. 개념, 비전과 목표, 전략, 추진체계 등을 다시 펼쳐놓고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기존의 강소농 육성사업, 농촌지역개발정책 등 선행, 유사 과제들과의 관계도 재설정하고 교통정리도 병행해야 한다. 도대체 6차 농산업화가 중소농의 농업과 생활과 무슨 상관이, 어떻게 있는지 설명하고 설득해야한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내건 '농업의 6차산업화'는 결코 새롭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단지 기존의 관성화된 상투적 정책에 '창조경제'라는 수사를 적당히 덧붙였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 유사사업들에 대한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 문제들부터 꺼내들고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다시 조사하고 분석해야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거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그게 일의 순서이자 순리다.
6차산업화는 농정 난맥상을 푸는 고성능열쇠가 아닌데
6차산업화는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판매, 문화·체험·관광 서비스(3차산업) 등을 복합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정부는 오늘날 농업 부가가치와 농가 소득이 정체되고 농촌의 활력이 저하되는 상황을 해소하려면, 농업에 2, 3차산업을 접목하는 6차산업화의 방법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6차산업화를 하면, 농업 부가가치와 농가소득도 증대되고, 일자리도 창출돼,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의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환경적 요인도 시의적절하다는 설득논리다. 농업·농촌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 대량 생산·소비에서 맞춤형 소량 소비 중시 경향,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IT, NT, BT 기술 발달과 기술·산업의 융복합화 등, 6차산업화의 호기라는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농업·농촌의 내부요인도 적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농업성장과 농가소득의 정체, 귀농촌의 증가 및 주민의 인식·역량 강화, 고령화로 생산적 복지 확대 필요, 산업화 등으로 약화된 공동체의 회복 필요성 증가 등을 근거로 나열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6차산업화의 정책명분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안심하는듯하다. 마치 6차산업화를 해묵은 농정의 숙제를 푸는 만능열쇠, 최소한 고성능열쇠 취급하고 있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의 6차산업화는 굳이 새로운 정책으로 인정해주기도 어렵다. 지난 정부에서도 얼마든지 추진해왔던 구태의연한 사업이다. 농가민박·농촌체험, 식품제조·가공, 자원 산업화, 직거래 확대 등으로 그때그때 시기나 방법을 달리해 변형, 시행됐을 뿐이다. 다만 이번처럼 떠들썩하게, 호들갑을 떨며 정책구호로 공공연히 내걸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체험·관광 분야는 농가민박(2만1971개 소), 관광농원(465개 소), 체험마을(1516개 소), 교육농장(429개 소) 등, 일단 양적으로는 6차산업화 기반이 적지 않게 조성됐다. 체험마을 방문객(매출액)도 2010년 863만 명(1258억 원)에서 2012년 1113만 명(1387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펜션 등 민간영역과 경쟁심화, 표준화되지 않은 낮은 대고객 서비스 질, 학생이나 견학단 등 이벤트성 단체 중심의 단순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사업의 부가가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품 제조·가공 분야는 일부 경영체와 마을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안전 규제가 어렵고 제품의 품질·안전성에 관한 소비자의 신뢰도 또한 부족하다. 수요도 제한적이다. '농기업화'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운영과 성장에도 한계를 드러낸 상태다.
자원의 산업화 분야는 2013년까지 450개 소에 대해 생산·가공·R&D·마케팅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 결과, 일부 성공사례가 도출되었다는 일부의 자의적 평가가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는 농산물 및 식품 위주, 지역농업과의 연계 부족, 정부지원 중단 후 지속성 저하, 제한된 소비자 수요, 대·중견기업 제품과 비교 시 대중성·상품성 열위 등 문제가 산적하다. 특히 3년 동안 30억 원을 지원하는 향토산업육성사업의 향토자원 성과물 중 농림축산물 및 전통식품이 90%를 과점하고 있다. 전통공예(3%), 역사문화 및 관광자원(6%)은 일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책의 목표와 성과가 서로 어긋나 따로 놀고 있었던 셈이다.
집행성과보다 시장의 신뢰 확보, 지원체계 구축을 먼저
정책 추진과정에서 오류와 시행착오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농식품 직거래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12년말 기준 전국의 정기 직거래 장터는 42개 소로 직거래 비중은 전체 농산물 구매액 기준 3.8%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농산물·식품 위주로 직거래장터, 전자상거래, 꾸러미사업 등을 통한 직거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 및 안전성 등에 관한 소비자의 신뢰 부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 문제부터 선결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지역 내 연대(시너지) 효과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6차산업화는 통합적 관점보다는 개별 경영체·마을단위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지역 내 주체들 간의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실제 현장에서는 농산물, 식품, 체험·관광 위주로 사업이 진행돼 지역의 문화, 역사, 음식 자원의 활용 및 서비스 산업화라는 목표지점과는 거리가 아직 멀다.
차라리 중앙 차원보다는 광역·기초 지자체 단위로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사례가 눈에 띈다. 전북(완주로컬푸드, 진안마을주식회사 등), 충남(홍성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 등 일부 선도적 지자체를 중심으로 6차산업화를 위한 종합적, 중장기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남의 경우 이른바 '3농 혁신'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안희정 도지사의 전폭적인 실천의지에 힘입어 융합형 '농어촌 마을기업' 육성, 로컬푸드 유통 시스템 구축, 지역농산물 활용 제조·가공업 육성 등 6차산업화를 위한 3가지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 열심이지만 사실상 관이 전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하면서, 민간은 거버넌스의 구색을 맞추는 정도인 모양새와 실상이 보기에 불편하다. 그 외 대다수 지자체의 형편은 모양도, 실속도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이렇듯 지역이나 현장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부가 노리는 6차산업화 정책의 무차별적, 전국적 동시다발 추진은 아무래도 무리수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짙다.
무엇보다 6차산업화 지원체계가 미비하고 불완전한 게 문제다. 6차산업화 주체에게 필요한 기술·자본·정보가 부족하다. 6차산업화 추진에 따라 증가하는 다양한 위험부담을 효과적으로 해소·완화하려면 지원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이를테면 전북이나 충남에서 설치한 전담 중간지원조직 같은 전문가 지원시스템이 우선, 충분히 구축되어야 한다.
농산물→식품 제조·가공→판매·체험·관광 등 6차산업화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기술·자본·판매처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모든 사업의 정석이다. 농식품부의 6차산업화 추진주체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도 말해준다. 사업 참여와 추진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자금조달(26.3%), 판로확보(16.8%), 주체간 연대 및 협력(16.3%)을 들고 있다. 정책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이다. 또 정부지원 농산물가공기업(1114개소) 대상 조사결과를 보면 "지원 10년 뒤 생존기업은 27%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몹시 비관적이다. 정부-지자체가 대상사업자를 선정하고 재정지원에 착수해 '실적 쌓기 경쟁'에 몰두하기 전에, 6차산업화를 현장에서 밀착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설치와 확충부터 집중해야하는 이유다.
농민과 농촌의 협동연대형 법, 제도, 대안을
무엇보다 6차산업화의 1차 수혜자는 마땅히 중소농이 되어야 한다. 자본력 있는 기업이 아니다. 중소농들이 부업 수준으로 하는 소규모 식품 제조·가공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설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식품을 제조·가공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소규모일지라도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 기준을 갖추고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자본 등이 부족한 중소농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농업 현장에서는 신고 없이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사례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신고포상금을 노린 '식파라치'에 의해 중소농들이 형사 고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합법적인 양성화 방법은 이미 오래 전에 마련돼 있는 상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하면 된다. 국내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경우 별도의 완화된 시설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규칙이 만들어진 1999년 이래 이러한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2011년에 경기 남양주시가 유일하다.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에 소극적인 이유는 만에 하나라도 식품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지자체 조례 제정 외에도 '도시와 농어촌간의 교류와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는 방법도 있다. 농어촌 체험·휴양마을에서 지역 농산물을 주재료 즉석식품을 제조·판매·가공할 경우 별도의 시설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물론 '농어촌 체험·휴양마을 사업자'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때 일반 농업인들의 농외소득 창출을 위한 식품 제조·가공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농업인들이 적용받을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고 절박하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소농을 위한 소규모 농산물의 제조·가공에 대한 법적 기반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도 박민수 의원이 '농업인등의 농업융합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신성범 의원이 '농업인 등의 농외소득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무엇보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6차산업화'의 대안은 기업농 중심, 자본투자 위주 모델이 아니다. 중소농 중심 '협동화사업' 모델이다. 6차산업화 정책은 농촌의 공동체 특성과 다기능성을 살리면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6차산업도 본질적으로 농업이 근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자립심이 강한 농업인의 존재와 역할에서 사업이 설계되고 출발해야 한다. 아울러 농촌과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토대로 해야 내발적이고 자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이때 고용창출이라는 정량적, 직접적 목표보다는,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정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시스템 등을 통한 농촌 소득증대의 선순환구조를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 농기업 창업, 일자리 창출은 그 선순환 구조 속에서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의 농정당국이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선도 사례지 일본의 경우에도 6차산업화가 결국 지역의 활성화를 촉발하지는 못했다는 자책과 자탄이 있다. 개별생산자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통한 산업화정책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역차원의 집적과 지역차원의 활용이라는 '협동과 연대의 공동체적 관점'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유럽처럼 생활, 복지, 환경, 국토보전까지를 아우르는 사회정책적 문제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따라서 소규모, 영세 농업경영체가 많은 한국 농촌에서 6차산업화는 '중소농 중심 협동화사업' 모델이 적합하다는 제안이 타당하다. 협동화사업의 주체는 곧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될 것이다. 마침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학습 및 지원 열기가 충만해 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을 통한 '협동화사업' 모델은 우선 지역사회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고 생산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행위는 시장 실패를 피하기 어렵다. 농촌지역에서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충분한 규모와 지속가능한 기간의 상권형성도 어렵다. 이럴 때, 농촌의 주민들이 협업을 통해 농식품가공 등 6차산업화를 위한 생산·소비협동조합을 결성한다면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는 등 유력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협동사업화'를 통한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 전략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내부역량 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행정, 주민 등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주체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사회 다수 주민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공익적 사업체'의 형태와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같이 사회적 경제의 효용과 가치를 추구하는 법인격이야말로, 지역의 연관자원을 총동원해 네트워크 기반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하는 6차산업화에도 제격인 것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지역사회(Community Business)협동조합' 방식은 구성원의 욕구보다는 지역사회 발전을 사업목적으로 한다. 농촌에서 지역사회 협동조합이 발전전략의 주체가 되면, 6차산업화 성패의 관건인 지역사회의 인적자산의 기반도 아울러 강화된다.
또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Socail capital)을 증진시킨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협동조합의 발전과정, 조합원 역할, 리더십 등을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자본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이 사업조직을 만들거나 강화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무엇보다 과소화되고 사회적 활력이 저하된 농촌지역에서는 사회적 연결망이 침식되거나 부재한 상태이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복원하는 조직화 활동이 절실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법, 협동조합을 통한 '협동사업화'가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덧붙여 다양한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연계한 '융·복합화사업' 모델도 유용하다. 박민수 의원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농업인등의 농업융합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에서는, 특히 "농어업융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을 농어업융합산업 경영자에게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할 수 있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영국의 Localism Act(지역주권법)를 연상시킨다. 영국에서는 이른바 마을만들기 같은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나 지자체, 민간의 자산을 이전받아 지역공동체를 위한 수익 모델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주권법(로컬리즘 액트)은 정부와 시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법안이다. 로컬(지역)에서 해결책을 생각해보게 하면서, 커뮤니티가 서비스 제공이나 토지 소유 과정에서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영국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의 마을만들기는 주로 커뮤니티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으로 법인 중심 사업형태를 갖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6차산업화' 같이 사업화, 산업화 단계를 상정하는 경우에는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커뮤니티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이때 기존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향토산업육성사업, 녹색농촌체험마을 등 마을 및 권역단위 농촌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인프라(H/W)를 '6차산업화'와 연계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가공장, 체험교육장, 도농직거래판매장, 도농교류체험장 등 유휴시설물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부르짖는 '농업·농촌 6차산업화 추진 계획'은 '창조경제를 위한 6차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대책' 에 다름 아닌 듯 하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6차산업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보겠다는 야심찬 욕심을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전의 정부들이 즐겨 사용한 '농업과 농촌의 활성화'가 아닌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있는 게 다소 이색적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4년 안에 100억 원 이상 매출기업 1000개를 육성한다"는 정량적 지표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칫 이전 정부의 '747공약'을 떠올린다. 자칫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구호로 오인된다, 농업과 농촌의 속성을 잘 모르고, 또는 잘 모르는 척하고 제안한 졸속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농업·농촌 관련 사업은 그 특성상 그처럼 단시일 내에 마치 군사작전을 치르듯이 정량적이고, 물질적인 성과를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물론 대형 식품기업 위주, 농협 등 관주도의 '몰아주기식' 육성대책의 편법을 사용한다면, 그래서 원천적으로 대다수 중소농을 배제하는 방식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식이라면 박근혜정부의 6차산업화 정책은 농민·농업·농촌 지원정책으로 규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차라리 식품가공업이나 관광업을 영위하는 일반기업 지원대책으로 분류하는 게 더 어울린다.
당장 '100억 원 이상 매출기업 100개 육성' 목표만 봐도 그렇다. 현재 100억 원 이상의 매출 경영체는 전국에 300개 정도다, 앞으로 4년 안에 700개를 더 늘리겠다는 목표다. 농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시일을 두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조건 하에서나 가능한 목표치로 보인다.
게다가 '6차산업화'를 위해서는 기존에 각자 가동되던 1차 생산, 2차 가공·제조, 3차 서비스산업을 융·복합적으로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게 쉬운 과제일리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전북, 충남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6차산업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나 자신있는 전망은 불확실한 게 정확한 평가다. 마땅히 성공모델로 삼을 만한 경영체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6차산업화를 위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또한 지극히 기업적인 사고방식의 발로다. 기왕에 농협을 통해 추진 중인 패커육성사업에서 보듯, 농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화, 획일화시켜 기업식 효율성만 추구하면 된다는 식의 무리수가 될 수 있다.
'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의 힘을 이용한 박근혜정부의 농업 6차산업화 정책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공동체농업과 농촌공동체' 방식을 '농정의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 농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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