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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비급여 환자 부담 얼마나 경감? 정부 예산 보면…

[복지국가SOCIETY] 7조 드는데 정부는 1조1500억 원만 투입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공성 수준이 낮다. 의료의 공공성을 따지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국민 의료비 중 공공 재원의 비중'을 들 수 있다. 'OECD Health Data 2013'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 재원의 비중'은 55.3%였다. 이 수치는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유럽 복지국가들의 85%에 비하면 약 30%포인트나 뒤지고,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72.2%에 비해서도 약 17%포인트 낮다.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의료 공공성 수준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이 단번에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높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리라는 항간의 우려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저 부담-저복지' 체계에서 갑자기 '고부담-고복지'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적정 부담-적정 복지'까지는 가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 충분히 수용될 만한 것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국민 의료비'는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소비하는 보건 의료 관련 비용을 모두 합한 것이다. 'OECD Health Data 2013'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 의료비 지출 규모는 GDP의 7.4%이다. 우리나라의 GDP를 약 1300조 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국민 의료비 규모는 약 96조 원이 된다. 우리 국민은 연간 약 96조 원을 보건 의료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중에서 55.3%는 공적 방식으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사적 방식으로 지출하고 있다.

여기서 공적 방식의 지출은 법률과 제도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공공 기관이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을 의미하고, 사적 방식의 지출은 주로 민간 의료보험이나 환자 본인의 직접 지출을 의미한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받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공적 방식으로든 사적 방식으로든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는 마찬가지이므로 방식 자체를 문제로 삼긴 어렵다.

하지만 이 두 방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것은 언제나 정치의 문제가 된다. 복지국가들은 주로 공적 방식을 선호하고, 시장국가들은 사적 방식을 선호한다. 전자는 유럽적 방식이고, 후자는 미국의 방식이다. 우리는 유럽 복지국가의 공적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공적 방식은 크게 다음 두 가지의 이점이 있다.

의료 재정의 공공성이 높은 유럽 의료 보장 방식의 이점

첫째는 의료 이용의 형평성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공적 방식의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으로 미리 재원을 조달하고 의료 이용 후에는 이 재원으로 진료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에게 의료 필요에 적합한 의료 이용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만약에 미국처럼 공적 의료보장 제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보장성 수준이 낮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의료 이용을 망설일 것이다.

둘째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적 방식의 의료 보장제도는 본질적으로 의료 공급자인 병․의원과 의료 소비자인 국민 사이에 정부가 개입하여 제3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공적 유형의 제3자가 필요할까? 의료 공급자와 의료 소비자 간의 관계가 불평등하고, 의료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시장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시장에만 맡겨두면 질 낮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비효율이 초래된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지금 미국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로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 제도 개혁의 최고 과제는 국민 의료비 중에서 공적 방식으로 지출하는 의료비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공적 기관은 의료 기관들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비용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나라의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 재원 비중' 55.3%를 OECD 회원국 평균인 72.2%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보다 약 17%포인트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 가운데 공공 재원 비중은 55.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한다. 특히 큰 병에 걸렸을 때 3대 비급여 항목은 가계 파탄의 원흉이 된다. ⓒ연합뉴스

의료 공약 파기의 본질은 보장성 확충 계획이 없다는 것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는 선명하게 이러한 공약을 제시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완전 보장 공약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의료 불안이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열렸던 방송 토론에서 두 후보는 공히 이러한 취지의 보장성 강화를 우리 시대의 과제로 공약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공약이 파기되고 있다.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국가 완전 보장 공약은 요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3대 비급여' 실시 방안도 국민적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55.3%인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 재원의 비중'을 집권 기간 내에 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인지, OECD 평균 수준까지 갈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는 현재 63% 수준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OECD 평균 수준인 80~85%로 끌어올릴 의사와 계획이 전혀 없다. 나는 이것이 공약 파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3%이고, 나머지 37%는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환자 본인부담 37% 중에서 '법정' 본인부담이 약 21%이고, 나머지 16%는 '비급여' 본인부담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는 대학병원만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56.4%에 불과하고, '법정' 본인부담률이 16.2%이고,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27.4%나 된다. 우리는 여기서 대학병원의 경우 '법정' 본인부담률을 좀 더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비급여' 본인부담률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늬만 그럴듯한 '3대 비급여'의 급여화 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0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의하면, 선택진료비는 약 2조1700억 원으로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26.1%를 차지했다. 가장 큰 항목이었다. 이 조사에서 병실 차액은 약 9700억 원으로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11.7%에 해당했다. 이들 항목을 건강보험의 급여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간병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연간 3조4000억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런데 2014년 2월 11일,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부실한 의료 공공성의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안을 보고했다. 여기서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비, 병실료차액,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제도 개선 방안의 실현을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모두 4조6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연간 1조15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0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자료를 근거로 따져볼 때, 선택진료비만 해도 약 2조1700억 원이었다. 이것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당시의 금액으로 따져도 여기에만 연간 2조170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병실료 차액과 간병의 급여화에는 2010년 기준으로 약 4조 원이 필요하다. 결국, 3대 '비급여'의 제대로 된 급여화에는 최소한 연간 7조 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연간 1조 원 남짓한 재정으로 흉내만 내겠다고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간 14조 원의 재정을 필요로 했다. 이것은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입원 환자의 '법정' 본인부담률을 10% 수준으로 줄여주고, '연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을 모두 합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선택진료비 개선안의 한계

보건복지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선택진료비 개선안은 큰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선택진료비 가산 비율을 현재의 20~100%에서 15~50%로 낮추기로 했다. 또 현재 병원 전체 의사의 80%까지 허용된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을 내년에는 65%, 2016년에는 30%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9900명에 이르는 선택진료 의사가 2016년에는 3300명으로 줄어든다. 2017년에는 '선택진료'라는 말을 '전문 진료'로 바꾸고, 가산되는 진료비의 절반을 건강보험이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의 선택진료비 부담은 현재의 36% 정도로 감소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선택진료'가 말만 '전문 진료'로 바뀐 채 여전히 살아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수년 전부터 선택진료 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해왔다. 대신에 병원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의료 서비스 질 향상 수가'로 보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 수가' 방식은 수용하면서도 현행 선택진료의 3분의 1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선택진료 제도는 국민에게 부담만 주는 편법적인 병원비 보전책이므로 완전히 없애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것이 중증질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 이용의 차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의료 이용의 차별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은 대학병원 이용 환자들 대부분이 선택진료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그런데 제도 개선 후에는 선택진료 의사가 지금의 30%로 축소된다. 그때는 누가 선택진료 의사를 이용할 것인가? 이를 두고 치열한 경합과 온갖 로비가 등장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으로는, 특정 대학병원 내에서 일부 의사를 선택진료 의사로 선정하는 식의 병원 내 의사 간 경쟁 촉발이 아니라 대학병원 간의 의료 서비스 질 경쟁을 촉발시키는 것이 훨씬 타당한 방법이다. 선택진료 제도를 폐지한 후, 현재 대학병원들이 받고 있는 연간 선택진료비 총액을 국민건강보험이 보상하면 된다. 2010년 기준으로 연간 선택진료비 총액은 약 2조1700억 원이었는데, 이것을 전액 국민건강보험이 보상해주면 된다.

선택진료 폐지가 대학병원 서비스 질 향상의 계기가 되도록

선택진료제도 폐지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금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은 대학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평가에 근거하면 된다. 이 경우, 대학병원들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 의사뿐만 아니라 병원 서비스 전체의 총체적인 질을 향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금까지의 성과에 더해 의료 서비스 질 평가 능력을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에라야 비로소 선택진료비 최초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선택진료 제도 폐지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금액을 전액 보상해주는 방식을 반대하면서 선택진료의 일방적 폐지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러한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선택진료가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는 별 상관없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의미에서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 없이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잘못이다.

현재 선택진료 제도가 주요 대학병원 수입의 5~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현재의 저수가를 보상하는 기전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이것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은 정상적인 병원 운영에 심각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낮은 의료수가 체계 하에서 선택진료 제도로 인한 수입이 없어지면 병원들은 당연히 과잉 진료를 일삼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파산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 개혁이 성공하려면, 제도 개혁으로 인해 크게 손해를 보는 집단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개혁을 성사시켜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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