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천공항철도 매각, 그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천공항철도 매각, 그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기고] '아전인수' 국토부, 다음 목표는 어느 노선인가

경쟁 체제 도입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수서발 KTX 분리는 한국 철도 산업이 민영화로 가는 첫 단추라고 필자는 밝혀왔다. 민영화 도미노 게임의 첫 '블록'인 수서발 KTX가 쓰러지자, 이제 다음 '블록'인 인천공항철도(현 코레일공항철도)가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철도 분야에 시도된 '제1호 민간 투자 사업'이다. 한국 최초의 민영 철도였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국가의 부담을 줄이고 민간의 효율적 경영을 통해 철도 산업의 새 장을 열 수 있으리라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인천공항철도는 한국 토건을 둘러싼 학계, 관료, 자본의 카르텔이 의기투합했을 때 얼마나 큰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엉터리 수요 예측과 사업 분석을 냈고, 국토부 관료 출신 철도청장이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및 금융사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윤을 확보했다. 결국 엄청난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의해 개통 첫해 21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던 수요는, 불과 6.3%인 1만3000명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를 운송하는 유령 열차'라는 오명을 덮어쓸 때부터 인천공항철도의 파행 운영은 불가피한 현실이었던 셈이다.

▲인천공항철도(코레일공항철도) 모습 ⓒ연합뉴스

민간의 효율적 경영 기법 도입은 없었다. 다만 민간 사업자들이 앉아서 돈을 챙겨 가도록 만들었다. 사업 협약에서 예측 수요의 90%까지의 수익을 국가가 보장한 덕분이었다. 철도 전문가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은 "이럴 바엔 차라리 국가가 운영하지 왜 민자 사업을 해서 재벌들 배를 불리느냐"고 지적했고, 국토부는 제대로 된 변명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긴 사회적 진통과 논란이 지속된 끝에, 결국 민간 사업자들은 매각 대금을 챙겨서 나갔고, 공기업인 코레일은 이 부실덩어리를 인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과 정부는 예측 수요 미달분에 대한 국고 보조금 기준을 90%에서 58%로 낮추었고, 이를 통해 사업 시행 기간 동안 정부가 부담해야 할 총 지원금을 14조 원에서 7조 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공기업인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통해 국민 세금 7조 원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레일은 서울역까지의 2단계 공사 완료 및 서울 지하철과 편리한 연계를 위한 지하 환승 통로 설치, 그리고 KTX 직결 운행 등, 기존에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의 장점과 열차 운영 노하우를 인천공항철도에 접목했다. 지금, 인천공항철도는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민영 사업으로 밀어붙여 빈사 상태까지 몰아갔던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겨우 회생시켜 놓은 셈인데, 이것을 다시 빼앗아 재벌의 품에 넘기겠다는 것, 그게 현재 국토부가 코레일 경영진을 앞세워 추진하는 인천공항철도 매각 계획이다.

인천공항철도 매각 시도, 그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국토부가 코레일의 적자를 내세우면서 "2014년 연내에 인천공항철도 매각을 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수서발 KTX 신설 법인 설립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처럼 경쟁 체제를 밀어붙인 국토부가, 자신들의 '민영화 정책'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천공항철도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코레일이 관할하고 있는 여러 노선에서 유일하게 분리된 수서발 KTX는, 예고된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날 때마다 코레일로 '재통합'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서발 KTX 외에도 인천공항철도 등, 코레일로부터 독립적인 철도 회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쟁 체제의 당위성'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철도 민영화 로드맵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인천공항철도는 그 규모나 노선의 특성으로 인해 민영화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런 노선들을 코레일로부터 떼어내 독립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은, 국토부가 지난 20여 년간 공을 들인 철도 산업 민영화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또 하나는 외국 자본 유치다. 민영화 반대 논란에 휩싸여 공공 기금만으로 지분을 구성한 수서발 KTX와 달리, 인천공항철도는 매각 대상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 순방 때 한국 철도 분야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적극적 투자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해야 하는 국토부에 인천공항철도는 매력적인 매각 대상이다.

외국 자본이 전적으로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는 방식보다는, 코레일이 내놓을 지분에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오게 되는 것이 사회적 비판을 우회하는 길일 수 있다. 설혹 국내의 비판적 여론에 밀려 초기에 외국 자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인천공항철도가 민영화되면 그들이 들어올 기회는 얼마든지 열리게 된다. 과거 다국적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가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대주주가 된 것도, 9호선 민자 사업이 진행되고 몇 년 후 국내 자본의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었다.

인천공항철도 매각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 자료는 천박했다. 과연 일국의 철도 정책 부서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2012년에만 1508억 원의 영업 이익을 올린 알짜배기 노선을 매각한다는 비판이 일자, 국토부는 해명 자료를 통해 문제의 인천공항철도 영업 이익은 정부의 운임수입보조금(MRG) 2750억 원이 반영된 것이지, 이용객 증가에 따른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보조금을 빼면, 부실·적자 노선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운임수입보조금은 정부가 적자 철도에 선심성으로 주는 비용이 아니라, 실시 협약에 따라 마땅히 부담해야 할 것으로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부분이다. 정부가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비용은 운영자가 누구든 상호 계약에 근거해 법적으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회계에도 정부의 운임수입보조금은 운영사의 영업 수익으로 처리된다. 심지어 이 보조금은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운영함에 따라 이전의 민영 회사들이 받던 것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인천공항철도 이용자 역시 코레일 인수 후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국토부는 현재 모른 척하고 있다.

'아전인수' 국토부, 다음 목표는 어느 노선인가?


인천공항철도 매각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는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민간 법인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원래부터 민영 철도였다는 설명이다. 상법의 적용을 받는 주식회사로서 코레일이 88.8%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일 뿐 민영 법인의 성격은 달라질 게 없다는 논리다.

국토부의 논거에 따르면 "수서발 KTX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선전해왔던 자신들의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가 민영화가 아니라는 근거로 모든 지분을 공공 기관이 소유하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민간에 매각하지 않기 때문에 민영화가 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철도를 놓고 공기업인 코레일이 88.8%, 정부 기관인 국토부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민영 철도라고 설명한다면, 수서발 KTX 또한 민영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인천공항철도는 기업의 형태로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고 수서발 KTX는 지분을 보유한 주체의 성격에 따라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국면에 따라 자신들 멋대로 논리를 만들어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당장의 사회적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자신들의 논리를 뒤집으며 한국 철도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국토부의 행태는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제1순위 대상이어야 한다.

인천공항철도는 그동안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지난해 순이익을 내면서 비로소 자기 역할을 해내려 하고 있다. 수서발 KTX에 이어 인천공항철도까지 민영화 해일에 무너지게 되면 다음에 넘어갈 철도 노선은 어디인가? 진정으로 국가의 백년을 내다보고 시민들을 위한 철도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