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 1년 5개월 만에 열린 회담이 은근한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강재섭 대표를 만난 노 대통령은 "여러 번 청을 드렸더니 정성이 통했다"고 뼈있는 인사말을 꺼냈고 강 대표도 "오히려 제가 여러 번 청을 드렸다"며 "1년 반 만에 야당대표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난 건데 그때도 대연정, 소연정 그런 것을 얘기했는데, 진짜 민생문제로 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강 대표가 "주말에 유럽에 가신다고요"라고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야기를 꺼내자 노 대통령은 "민생과 관련 없는 거지요"라고 되받았다. 개헌을 제외하고 '민생'만 이야기하자던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인 셈.
이에 강 대표가 "그것도 민생과 관련 있다. 대통령이 움직이는 게 국정의 중심이고 다 민생과 관련이 있다"고 '덕담'을 하자 노 대통령은 즉각 "어디까지가 민생인지 한 번 토론해 보자"고 응수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개헌 빼고 다 민생이다"(강 대표) "민생 아닌 것이 없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라는 책을 보는데 그 책 59페이지에 선진사회를 말하지 않고 선진경제를 말하는 것은 짧은 생각이라고 나와 있다"(노 대통령) "정치, 경제, 안보가 다 민생이다. 백성 등 따시게 하는 것이 경제이고 민생이다"(강 대표) 등 신경전을 이어간 끝에 비공개 회담에 들어갔다.
이날 회담은 양측에서 비서실장, 정책실장, 대변인 등 세 사람 씩 배석시킨 가운데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회담 이후 공동발표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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