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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직 총리,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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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직 총리,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잡다

무라야마 전 총리, 위안부 피해자 전시회장서 "말이 안 나온다"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와 백발이 성성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11일 만나 손을 잡았다.

비슷한 시각,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최초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일본 정부 대변인)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대조적인 풍경이다.

일본 사회당 출신인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1994년 6월 자민당, 사회당, 신생당 연립 내각에서 총리직에 올라 1996년 1월까지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을 이끌었다. 앞서 1993년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전 장관은 무라야마 내각에서 외무대신을 맡았다.

▲정의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오른쪽)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전을 찾아 강일출 할머니 등과 인사하고 있다. 2014.2.11 ⓒ연합뉴스

무라야마 전 총리, 위안부 피해자 전시회서 "말이 안 나온다…"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 중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관계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진심으로 신뢰하고 교류하고,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일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생각했다"며 "여러 문제가 있지만 서로 진의를 이해할 수 있는 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앞서 "아베 내각과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정부가 견지한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뜻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에 우려가 크다"며 "이번 방한으로 한일관계가 새로운 미래와 동아시아 관계를 위한 고견을 듣고 일본 국민과 함께 공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환영식과 간담회 일정을 마친 후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국가지정기록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를 참관했다. 정의당 측이 요청하고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원내대표와 의원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 등 전시작품들을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소개했고,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작품을 관람하며 "말이 안 나온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전시회장에 있었던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박옥선, 이옥선 할머니를 만나 그 자리에서 면담을 가졌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세 할머니를 소개하며 박옥선 할머니가 무라야마 전 총리의 나이가 같다고 하자 무라야마 전 총리는 "90세이십니까"라고 물은 후 "저보다 훨씬 젊어보이십니다. 늘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할머니 중 한 명은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일본에서 사죄하고 우리에게 배상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세상을 뜬 고(故)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작품 '못다핀 꽃'을 즉석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선물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꽃에 비유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약 20여 분 동안 위안부 피해자 작품 전시회 관람 및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면담 시간을 가졌다.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한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가 11일 국회를 방문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14.2.11 ⓒ연합뉴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12일에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강연 및 좌담회를 잇따라 갖는다. 13일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오후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을 가진 후 방한 일정을 마치게 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전후 50주년 종전기념일인 지난 1995년 8월 15일,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담화문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위안부 피해자 대책 등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되지 2년 여 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일본 정부 대변인)이 발표한 '고노 담화'에서였다. 이 담화에는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관여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언급돼 있다.

과거사 부정 '우익 정당', 고노 전 장관 의회로 부르려다 거부당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계승돼 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우경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베 내각에서의 정치적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일본 정치권 한편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11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 제3당인 일본유신회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전 장관을 국회에 참고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고노 담화의 전제가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조사가 부정확하고 증언 내용이 모호해 역사 자료로 통용되기 어렵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고노 전 장관을 출석시키려는 일본유신회의 시도에는 담화 발표 과정의 절차적 약점 등을 부각시키려 한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유신회는 현재 일본의 과거사를 부정하려 시도하는 우익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일본유신회를 창당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전쟁 상황에서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망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시모토 시장은 최근 "전쟁을 했던 어느 나라에도 위안부가 있었다는 모미이(NHK) 회장의 발언은 '정론'이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본유신회는 지난해 '역사문제검증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고노 담화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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