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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의 점프, 클래스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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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의 점프, 클래스가 다르다

[김연아 관전법] <1>점프 기술 교과서 납신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를 꼽을 수 있는데요. 김연아 선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쇼트 프로그램 78.50점, 프리 프로그램 150.06점을 받아 합계 228.56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어서 저렇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스포츠와 예술이 접목된 피겨스케이팅에서 기술적인 요소와 예술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조목조목 분석해봤습니다.

“교과서”라고 불리는 김연아 선수의 점프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점프에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뿐만 아니라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완벽한 점프를 앞세워 고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두 경기를 모두 중계했던 미국 방송 NBC의 해설위원이자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스캇 해밀턴은 김연아의 점프를 두고 “textbook”(교과서)이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12월 7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 프리스케이팅 최종 리허설에서 트리플 러츠 점프를 뛰고 있는 김연아 선수. 왼쪽 발목이 빙판을 향해 바깥쪽으로 누워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확한 엣지로 트리플 러츠 점프를 구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점수는 크게 기술점수와 PCS(Program Component Score)라고 불리는 구성점수로 나뉩니다. 여기서 기술점수는 ‘기본점수 + GOE’(Grade of Execution)로 합산되는데요. 기본점수는 말 그대로 각 기술에 주어지는 기본적인 점수이고 GOE(수행점수)는 그 기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평가하는 점수입니다. 기술을 제대로 수행하면 가산점을 얻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감점을 당합니다.

예를 들면 공중에서 3회전을 도는 점프 중에 ‘트리플 러츠’라는 기술이 있는데요. 이 기술의 기본 점수는 6점입니다. 여기서 선수가 얼마나 점프를 잘 뛰느냐에 따라 GOE가 달라지는데요. GOE를 2점 받았다고 가정하면 트리플 러츠라는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점수는 6점(기본점수) + 2점(GOE)으로 총 8점이 되는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바로 이 가산점, GOE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왔습니다. GOE를 높게 받으려면 제대로 된 점프를 뛰어야 하는데요. 점프의 종류에 따라 올바른 엣지(날)을 사용해서 도약해야 하고 공중자세가 안정돼 있어야 하며, 한 발로 넘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착지해야 합니다.

특히 김연아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정확한 엣지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엣지는 스케이트의 날을 말하는 건데요. 피겨용 스케이트는 안쪽 날과 바깥쪽 날로 구분돼 있는데 점프에 따라 사용하는 날이 다릅니다. 김연아 선수가 주로 구사하는 ‘트리플 러츠’ 점프 같은 경우에는 도약하기 전에 바깥쪽 날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바깥쪽 날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잘못된 엣지, 즉 롱 엣지(wrong edge)판정을 받게 되는데요. 롱엣지 판정을 받으면 GOE에서 감점을 당합니다. 러츠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하는 대표적인 선수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꼽을 수 있는데요. 마오 선수는 바깥쪽 날이 아닌 안쪽 날을 사용해 러츠 점프를 뛰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열린 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214.41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선수 역시 프리 프로그램 수행 중 러츠 점프에서 롱엣지 판정을 받고 1점이 감점됐습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는 요즘 누가 러츠를 정석으로 뛰냐는 발언을 해 피겨 팬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 대폭 바뀐 피겨 규정 때문에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규정이 바뀌면서 정확한 점프와 그렇지 않은 점프에 주는 점수 차이가 이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뛴 점프에 그만큼 점수를 더 주는 채점제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가 정석으로 점프를 뛰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연아 점프, 경쟁자들보다 기본점수 낮지만···

사실 점프의 기본 점수만 놓고 보면 김연아 선수의 점수가 경쟁자들보다 낮습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도 김연아 선수보다는 점프 기본 점수가 높습니다. 두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선보일 프리 프로그램의 점프 기본 점수를 비교해 보면, 리프니츠카야 선수의 점프 기본 점수는 46.52점인 반면 김연아 선수는 이에 3.73점 모자란 42.79점입니다.

하지만 GOE를 합산해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는 지난 9일 (현지시각) 열린 피겨 단체전에서 실수 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점프 기술 GOE가 4.61점에 그쳤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아직 소치 올림픽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점프 구성이 이번 프로그램과 거의 유사하고 실수 없는 연기를 펼쳤던 2013년 세계선수권 프리프로그램을 보면 당시 김연아 선수는 10.23점의 GOE를 받았습니다. 두 선수의 GOE 차이가 5.62점으로, 기본 점수의 차이를 회복하고도 남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라이벌이라고 주장하는 아사다 마오 선수와 비교해보면 이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아사다 마오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의 점프 기본 점수는 49.76점이나 됩니다. 김연아 선수보다 6.97점이 높습니다.

하지만 GOE를 보면 두 선수의 점수는 바로 뒤집어집니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이번 시즌 경기들 중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요. 당시 획득한 점프 기술 GOE는 0.13점에 불과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GOE와 비교해보면 10.1점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 일본 피겨 대표선수 아사다 마오는 지난 8일(현지시각)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여자 쇼트프로그램 대표로 나섰다. 마오 선수는 이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회전수 부족으로 넘어지면서 64.07의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AP=연합뉴스

마오 선수도 실수 없이 완벽한 경기를 했을 때 GOE를 몇 점 받게 되는지 비교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이번 시즌 마오 선수가 실수 없이 연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특히 마오 선수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제대로 성공해내지 못했습니다. 실수가 많으니 자연히 GOE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없었겠죠.

심판들 골고루 만족시키는 질 좋은 점프 뛰어야

GOE는 총 9명의 심판이 선수가 해당 요소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에 따라 –3점부터 +3점까지 1점 단위로 매겨집니다. 이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평균값을 구한 뒤에 가중치를 곱해 점수로 산출됩니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기 때문에 특정 심판이 특정 선수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고 해도 그 점수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결국 9명의 심판들이 모두 인정할만한 질 좋은 점프를 뛰는 것이 승부의 관건입니다. 앞에서 설명 드렸듯이 GOE에서 점수를 많이 챙기는 것이 고득점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완벽한 스핀과 홈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는 리프니츠카야 선수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점프를 뛰지 않으면 점프에서 별로 실수를 하지 않는 김연아 선수를 이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아사다 마오 선수 역시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뛰지 못하면 김연아 선수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설사 마오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뛰었다고 해도 다른 점프들도 질 좋은 점프를 뛰어야 김연아 선수를 꺾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오 선수가 뛰는 점프는 가산점을 두둑이 챙길 정도로 좋은 점프가 아닙니다. 결국 적어도 기술점수에서는 김연아 선수보다 나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연아 선수 고득점의 밑바탕에는 GOE를 두둑이 챙길 수 있는 완벽한 점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예술성’입니다. 이를 평가하는 구성점수(PCS)에서도 김연아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김연아 선수 스케이팅의 예술적인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러츠? 악셀? 점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피겨 스케이팅에서 점프는 총 6가지가 있습니다. 크게 토(toe)계열과 엣지(edge)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요. 토계열 점프로는 토룹(T), 플립(F), 러츠(Lz) 점프가 있고 에지계열 점프로는 살코(S), 룹(Lo), 악셀(A) 점프가 있습니다. 가장 쉬운 점프부터 난이도 순으로 배열하면 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 악셀 순입니다. 3회전을 기준으로 점수는 토룹 4.1, 살코 4.2, 룹 5.1, 플립 5.3, 러츠 6.0, 악셀 8.5점 입니다.

이 점프들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점프를 하기 전에 선수들의 동작을 관찰해보면 되는데요. 우선 토계열 점프부터 살펴보면, 왼발로 얼음을 찍고 도약했다면(오른발잡이 기준) 그 점프는 토룹점프입니다. 점프 직전 몸을 돌려서 오른발로 얼음을 찍었다면 플립점프인데요. 이 때 얼음을 찍기 전에 왼쪽 발목이 안쪽으로 향해있거나 중간에 있어야 합니다. 러츠 점프는 뒤로 계속 후진하다가 도약하는 점프인데요. 얼음을 찍기 전에 왼쪽 발목이 바깥쪽으로 굽어져 있어야 합니다.

플립과 러츠 점프를 왼쪽 발목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유는 각 점프마다 사용하는 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른발로 얼음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왼발은 계속 얼음을 질주하고 있겠죠? 여기서 플립은 왼발이 안쪽 날로 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러츠는 왼발이 바깥쪽 날로 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뛰어야 합니다. 그래서 발목 모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엣지계열 점프는 토계열 점프보다 구분하기가 더 쉽습니다. 각 점프의 준비자세가 눈에 띄게 다르기 때문인데요. 살코 점프는 도약 전 다리 모양이 한자 八(8)자가 됩니다. 룹 점프는 도약 전에 양 다리가 교차되면서 X자 모양을 만듭니다. 앞을 보고 뛰었다면 100% 악셀 점프입니다. 악셀은 피겨 점프 중 유일하게 앞을 보고 도약했다가 뒤로 착지하는 점프입니다.

선수들 경기 장면을 보고 점프를 구분할 수 있다면 누가 잘못된 엣지를 사용해서 잘못된 점프를 뛰었는지, 누가 정석대로 뛰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점수가 나왔을 때 심판들의 판정이 공정했는지도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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